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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맹샘 May 04. 2022

탈고는 많은 걸 깨닫게 해준다

탈고 하며 느낀 점

"대표님, 원고 송부했습니다."


마감 약속 2주가 넘어 원고를 송부한 후, 출판사 대표님께 카톡을 남겼다. 막바지 작업은 정말 스펀지를 쥐어짜는 느낌이었다. 원고 막바지에 온가족이 코로나에 걸려 꼬박 3주를 고생했기 때문이다. 매일 새벽 1시가 넘어서까지 원고를 쓰던 몸에 코로나가 찾아오자 몸은 한없이 나빠졌다. 그 와중에 각종 기고원고 마무리, 교육부 프로젝트, 원격연수 제작 등 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였다. 코로나로 몸이 안좋았던 초반, 무리를 해서 일을 했더니 후유증은 더없이 길어졌다. 코로나를 얕봤던 내 자신이 후회될 만큼 몸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학교 일은 해도해도 끝이 없었다. 매일 어디를 가든 노트북을 짊어지고 다니며 각종 업무를 처리해야 했고, 출장도 잦았다. 들어오는 각종 강의요청들을 받지 않았지만 그래도 꼭 해야 할 강의들이 생겼다. 


원고를 보내고는 이틀동안 밤에 드라마도 보고, 뒹굴뒹굴 거리기도 했다. 사실 할 일은 쌓여있었지만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느껴보고 싶었다. 물론 이틀뒤에는 다시 밤샘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브런치는 나에게 알람으로 글을 빨리 쓰라고 재촉했고, 애써 외면했다. 참 아이러니했다. 브런치를 통해 많은 일을 하게 되었는데, 많은 일 때문에 브런치를 못하게 될 줄이야. 일상을 유지하면서 브런치를 함께 진행한다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새삼 매일 글을 올리는 이웃작가님들이 존경스러웠다. 시간을 아무리 쪼개도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지금은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


이틀간의 뒹굴뒹굴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체력을 길러야 겠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낳고나서 체력을 기르기위한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는데, 체력을 기르지 않으면 정말 쓰러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책을 쓰는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정신적 노동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전날 쓴 글을 다음날 보면 또 고치고 싶고, 고친 글을 다시 보면 또 고치고 싶어 진도가 좀처럼 나가지 않았다. 매일 새벽까지 몸을 혹사시키니 약해질대로 약해진 몸이 버티기는 쉽지 않았다. 아이와 딩동댕 요가놀이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니 몸이 그나마 나아졌다. 앞으로도 꾸준히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가지는 내게 들어오는 모든 일을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각종 강의요청이 들어오는데, 작년에는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어 강의를 많이 진행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학교일도 그렇고, 맡고 있는 프로젝트들도 있어서 강의를 진행할 물리적 시간 자체가 없었다. 교육청에서 진행하던 각종 지원단 활동도 올해는 할 시간 자체가 없었다. 그래서 강의보다는 글쓰기와 프로젝트에 집중하기로 했다. 한달에 내가 소화할 수 있는 강의 개수를 두고, 그 안에서만 하려고 노력 중이다. 지인들에 의한 강의는 쉽게 거절이 어려워서 시기를 조정하여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든 생각 한가지는 나의 본분은 교사라는 점이었다. 코로나로 힘든 몸을 이끌고, 출근해서 교무실에 앉아있을 때는 정말 쓰러질 것 같았다. 그런데 아이들과 수업하러 음악실에 가니 절로 웃음이 나오고 노래가 나왔다. 아이들과 장구도 치고, 리듬도 치며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각종 일에 치여 잊고 있었던 아이들에게서 얻어지는 힘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에너지의 근원은 아이들이었다. 저 멀리서 봐도 '우리 음악선생님이다.'를 외치며 뛰어오는 아이들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날 수 밖에 없었다. 메타버스 자율동아리를 하며 '너무 신기하다'를 외치는 아이들을 보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사라진 삶을 상상할 수 없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다시금 내가 서있는 자리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탈고는 정말 많은 걸 깨닫게 해주었다.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새로운 관점을 선사해 준다. 앞으로 할 일들이 또 많겠지만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쓰며 다시 나를 채워나가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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