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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맹샘 Feb 15. 2022

(구관이 명관이다) 새로운 시작은 항상 어렵다

학교를 옮기며

"어머, 맹샘. 얼굴이 반쪽이 되었어요."


줌으로 강의를 들으러 온 이전학교 선생님이 안부인사를 건냈다. 그새 얼굴이 반쪽이 되었단다. 정말 그랬다. 2월이 시작되고는 정말 정신이 없다. 마무리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인데 새로운 일들이 또 쌓인다. 새로운 학교에서 연구부장을 맡게 되면서 챙겨야 할 일들이 산더미이다. 연구부장은 각 학년 선생님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학교의 교육과정의 원활한 운영을 지원해야 한다. 선생님들의 교육과정 작성을 돕는 워크샵도 열어야 하고, 각종 교육과정과 평가문서들을 정리하여 기안해야 한다. 2월에 마무리하려고 했던 기존의 일들은 밤새 작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피로로 온몸이 두들려 맞은 것처럼 아프고, 위를 누군가 쥐어짜는 거 같았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야만 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게다가 오늘은 강의가 2개나 있었다. 오전에는 신규교사 연수, 오후에는 학업성적관리지침 연수. 두 연수 모두 연수를 듣는 선생님들께서 바로 실전에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라 신경이 곤두섰다. 지금은 강의를 더이상 할 수 없는 바쁜 나날이기 때문에 들어오는 강의들을 모두 고사하고 있다. 하지만 일이 바빠지기 전 이미 들어온 강의는 책임지고 마무리해야 했다. 3주 전부터 자료를 만들고, 살펴보고, 예행연습을 틈틈이 했다.


오전에 신규선생님들의 수업을 위한 강의를 3시간 내리 했다. e학습터 활용, 메타버스 활용, 카훗과 티처메이드 활용, 블렌디드 수업 진행 방식, 줌 수업 진행 시 유의사항. 1인 1디바이스 활용 방안 등 신규 선생님들께서 학교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팁 위주의 수업이었다. 모두들 발령이 난 신규 선생님들의 반짝반짝한 눈빛이 인상깊었다. 학교에 나가 쓸 수 있는 팁들을 열심히 정리하는 모습이 참 예쁘고 멋져보였다. 덕분에 준비한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며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돌았다.


점심을 먹으며 컴퓨터 앞에 앉아 교육과정과 공문을 살펴보고, 오후에 다시 또 강의를 했다. 학업성적관리지침 연수였다. 경기도 학업성적관리지침에서 변동된 사항을 말씀드리고, 학교의 학업성적관리규정에서 바뀔 부분을 정리하여 말씀드렸다. 모든 영역을 평가해야 하느냐의 관점차이로 질의시간이 길어졌지만 장학사님의 현명한 답변으로 잘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2개의 강의를 마치고 사서 선생님과 올해 독서교육 방안과 관련 공문을 함께 살펴보며 논의했다. 이미 퇴근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내일 학교 전체 워크샵 준비를 하며 시간이 또 흘렀다.


새로운 시작은 항상 어렵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항상 옳다.


이전 학교에 있을 때에도 참 힘든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나도 모르게 2년동안 적응을 했는지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기가 벅차다. 쓰레기 버리는 것부터 학교전체 시스템, 교실배치, 다양한 새로운 선생님과의 관계 등 새롭게 익혀야 할 것들이 많다. 교사는 매년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 교사의 2월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엄청난 변화를 받아드려야 한다. 


동료선생님이 바뀌고, 공간이 바뀌고, 내 위치가 바뀐다.


상황이 바뀐다는 것은 언제나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그만큼 성장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마 이 시기도 돌아보고 나면 어느새 적응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건 뱀이 허물을 벗는 과정과 같다. 뱀이 허물을 벗기 위해 고통에서 몸부림 치듯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몸부림쳐야 한다. 허물을 벗으면 한껏 성장할 수 있다. 친분이 있는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모두 2월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각자의 상황에 따른 각자의 어려움들에 적응하고 있었다. 서로 위로를 하며 마음을 다독이니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새로운 시작이 힘들지만, 아이들을 맞이할 새학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묵묵히 허물을 벗어본다. 내일도 한뼘 더 성장할 수 있기를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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