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보러 버선발로 뛰어나가요.
"이번 연휴는 광화문으로 떠나는 거야!"
첫 책이 교보문고에 배본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광화문을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책을 쓰기 전부터 꿈꾸었던 로망이었습니다. 광화문 매대에 제 책이 올라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설레서 잠이 오지 않을 지경이었으니까요. 사실 작년 이맘때쯤 책을 쓸 거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진짜로 책이 나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막연히 꿈꾸던 꿈이 현실로 된 순간이 어찌나 설레었는지 모릅니다. 책이 나왔다고 여기저기 인사를 다니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서점에 책이 놓였다는 사실을 듣고 얼마나 설레었는지요.
아침부터 광화문에 가자고 서두르는 저를 보며 가족들은 익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합니다. 극성맞은 작가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주섬주섬 나갈 채비를 합니다. 단, 가족들은 모두 한 가지 단서를 붙였습니다.
"책이 매대에 없을 수도 있어. 매대 하단도 매대야."
"너무 실망하지 마. 서점 어디 구석에 책이 있을 수도 있어."
그 말을 들으니 정말 그러했습니다. 책을 한 권 내긴 했지만 전 유명한 유튜버도 아니고, 유명한 학자도 아니니까요. TV에 출연한 적도 있고, 각종 연수도 하고, 연수원에서 원격강의도 있지만 책으로 유명한 작가는 아니니까요. 그래도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래. 난 극성맞은 작가야."
이렇게 능청을 떨며 광화문으로 떠났습니다.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에 내리자마자 수많은 책들과 마주했습니다. 저 수많은 책 중에 내 책은 어디에 있을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인문 책 코너에 갔는데 이것이 웬일인가요. 제 책이 저 수많은 신간들 사이에서 무려 매대 위에서 빛나고 있었습니다.
7세 아들은 연신 신기해하며, 집에 있는 엄마 책이 진짜 서점에서 팔린다고 책을 들어 읽어 봅니다. 이제 글씨를 제법 읽는 아들은 나름 독서인의 풍채를 풍기며 책을 읽습니다. 책을 들고 매대에서 작가들만이 한다는 인증샷도 찍습니다. 모두들 제가 상처 입을까 봐 밑밥을 깔았지만 직접 매대에 놓인 책을 보니 모두들 좋아하는 기색입니다.
대부분의 작가분들이 말했듯이 책이 나온다고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책이 나오니 엄청난 자신감과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책을 쓰면 전문가로 인정받는다더니 정말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도 있지만 스스로가 인정해 주는 부분이 큽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했던 메타버스 활동 내용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진다는 생각을 하니 아이들과 무언가 큰 것을 하나 이룬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적은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입니다.
출판사 대표님은 제가 광화문까지 갈지 몰랐다며 놀라셨지만 전 처음부터 그럴 계획이었습니다.
전 극성맞은 작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