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마다 꼭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맹샘, 초등학교 3학년에서는 나눗셈을 목숨 걸고 가르쳐야 해요."
설레는 첫 발령, 초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았다. 그때 우리 옆 반 선생님은 교직경력 38년에 빛나는 베테랑 교사 중 베테랑 이셨다. 정신없는 교실을 환경미화 해주시면서 해주셨던 저 말씀은 가히 충격이었다.
아니, 무슨 나눗셈을 목숨 걸고 가르치라는 거지? 그냥 열심히 가르치라고 하면 되는 거지.
교직생활 10년이 지난 지금, 신규 선생님의 수학 수업을 앞두고 나 또한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초등학교 6학년에서는 소수의 나눗셈과 원의 넓이를 목숨 걸고 가르쳐야 해요."
우리나라 수학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전 단계를 마스터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자연수의 덧셈을 하지 못하면 당연히 분수의 덧셈을 할 수 없다. 곱셈을 익히지 못하면 당연히 나눗셈을 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앞 단계를 끝내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만약 나눗셈이 처음 도입되는 3학년에서 아이가 나눗셈을 하지 못하고 4학년에 올라간다면 어떨까?
나눗셈의 세로식이 나오는 순간, 절망을 겪고, 점점 수학에서 멀어져 간다. 손가락으로 덧셈, 뺄셈은 어떻게 해왔는데 나눗셈은 정말 아이들에게 큰 도전이다. 나눗셈은 순차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를 필요로 한다. 어른들이야 피식 웃으며 '이게 뭐가 어려워?'라고 하지만 아직 구체적 조작기인 아이들에게는 정말 힘든 도전이다. 우선, 구구단을 마스터하고 있어야 하며, 역으로 구구단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빼기도 해야 하고, 더하기도 해야 한다. 그야말로 머리가 핑핑 도는 것이다.
6학년 아이들 중 수학 부진을 겪는 학생들 대부분은 이 나눗셈부터 막힌 경우가 많다. 정말 목숨 걸고 가르쳐서 올려 보내야 하는 것이 나눗셈이다. 나눗셈이 되지 않으면 그 뒤에 최소공배수, 최대공약수부터 시작해서 분수의 곱셈, 나눗셈이 전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초등 수학의 영역은 수와 연산, 도형, 측정, 규칙성, 자료와 가능성의 5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또한 각 학년군별로 꼭 해내야 하는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
이 중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수학을 포기하는 부분은 단연 수와 연산이다. 수와 연산은 모든 것에 기초가 된다. 수학의 핵심 중에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수학이라는 과목이 없고 산수라는 과목이 있었던 것만 보아도 그렇다. 수를 계산하는 산수는 수학의 기초인 것이다.
아이들에게 수학에 있어서 1차 고비는 2학년에서 구구단을 외울 때이다. 이때 2학년 아이들이 구구단을 외우게 해 주려 학기초부터 선생님들은 사활을 건다. 현재 교과서에 나오는 구구단은 2학기에 편성되어 있지만 실제 2학년 교실에서는 3월부터 구구단송이 흘러나온다. 특히나 경험이 많은 선생님들은 최대한 구구단에 빨리 노출시킨다. 물론 곱셈의 원리도 중요하다. 그러나 실제 부진을 겪는 아이들은 곱셈의 원리를 깨닫기 너무 어렵다. 일단 외운 후, 깨닫게 하는 게 빠를 때도 있다. 3학년 담임이 되어서도 가장 먼저 체크하는 것은 구구단을 얼마나 외웠는가다. 4학년 담임은 아이들의 나눗셈 실력부터 확인한다.
6학년은 어떨까?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아이들의 격차는 점차 벌어진다. 6학년 아이들은 이미 수많은 수학 교육과정이 지났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학습을 해야 하는지, 그야말로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모른다. 특히 중학교 수학은 초등학교에서 사칙연산은 모두 한 것을 전제로 하고 교육과정이 짜여있다. 소인수분해, 정수와 유리수, 방정식 등은 사칙연산을 자유롭게 해야지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6학년에서는 소수의 나눗셈과 원의 넓이를 정말 목숨 걸고 가르쳐야 한다.
아무리 통합적이고 융합적인 교육이 중요하다고 해도, 기본적인 개념이 성립되어 있어야 학습의 응용도 가능하다.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창의성 등 역량을 강조하고 있어도 그 밑바탕은 기초 개념이 있다. 소수의 나눗셈은 초등학교의 나눗셈의 마무리라고 할 수 있다. 나눗셈을 하는 것은 물론, 소수의 자릿수까지 이해해야만 풀 수 있는 것이 소수의 나눗셈이다. 원의 넓이는 소수의 곱셈을 연습하는 동시에, 중학교에서 배우는 무리수의 개념 중 하나인 원주율을 학습할 수 있는 내용이다. 다른 부분들은 아이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소수의 나눗셈과 원의 넓이는 노력을 해야지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에 있어서 교사들이 목숨 걸고 가르치는 데는 모두 이유가 있다. 이는 학생들은 꼭 알고 넘어가야 다음 단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학에 있어서 초등학교에서 중요한 것은 사칙연산을 완벽 마스터하는 것이다. 6학년에서 완성하지 못하면 중학교에 가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꼭 마무리를 짓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수학 학습법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번에 한 번 더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