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주지도 않고 문제를 풀래요."
중학교 생활은 어떠냐는 질문에 돌아온 재작년 제자의 대답이다. 아이의 볼맨 소리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그렇다. 아이는 그렇게 중학생이 된 것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아이들이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모습이 다르듯이 말이다. 그래도 유치원은 초등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대략적인 안내를 듣기라도 한다.
그러나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은 그냥 중학교에 던져진다.
중학교 배정 소집일에 6학년 담임선생님은 학교의 정해진 장소에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다시 돌아온다. 초등학교 6학년 선생님의 제일 마지막 미션이다. 아이들을 예비소집일에 중학교에 데려다주는 것. 중학교 생활은 그 뒤 아이들의 이야기와 나의 학창 시절을 돌아보며 알게 된다. 간혹 연수에서 만나거나 교육청 일을 하며 만나게 되는 중학교 선생님들께 이야기를 듣기도 하면서 말이다.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다르듯이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다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비슷하지만,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다르다. 하지만 이런 안내는 어디에서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론 6학년의 학기말에 중학교 생활을 안내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긴 했으나, 정책적으로 반짝하다가 다시 유야무야 되었다. 아이들이 6학년 때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하며 중학교 생활에 대해 안내하지만 아이들이 마주하는 세상은 또 다르다.
졸업생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중학교는 초등학교와 다르다. 무엇이 다를까?
첫째, 담임선생님의 상주시간이 다르다. 초등학교는 사실상 하루 종일 담임선생님과 함께 한다. 교무실이 있긴 하지만 교감선생님과 몇몇 선생님들을 제외하고 선생님들은 모두 교실에 있다. 교실이 곧 선생님들의 사무실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은 출근하면 하루 종일 교실에 있다. 아이들이 등교하기 전에 교실에서 수업 준비를 하고, 아이들이 하교한 후 교실을 청소한다. 그 후 행정업무를 처리한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도 담임 선생님은 항상 아이들 옆 교실에 있다. 심지어 1학년 선생님은 3월에 화장실도 못 간다. 혹시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무슨 일이라도 날까 봐.
중학교는 다르다. 중학교는 담임선생님이 교실에 상주하지 않는다. 교과별로 모든 선생님이 다르기 때문에 시간마다 선생님이 바뀐다. 담임선생님은 조회 때, 종례 때 볼 수 있다. 그나마 보지 못하는 날도 존재한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아이들끼리 교실에 있는다. 선생님이 보지 않을 때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까닭이다.
둘째, 교과별 선생님이 다르기 때문에 수업의 스타일도 다르다. 초등학교에서는 모둠활동, 프로젝트 활동 등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무언가 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사실 그렇게 활동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집중할 수가 없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10분마다 주위를 환기시켜 주기 위해 구호도 외치고, 노래도 부르고, 율동도 한다. 6학년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스피드 퀴즈도 하고, 몸으로 표현도 하고, 모둠활동도 한다. 그런데 중학교는 교과별 내용지식을 다루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강의식 수업이 많이 자리 잡는다.
특히 온라인 수업이 많아지면서 각 선생님들이 활용하는 도구가 다양해지고, 수업 방식도 더 다양해졌다. 흔히 선생님들은 '3월 2주 동안은 아이들이 내 목소리에 적응하는 시간이야'라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어떤 사람의 수업을 듣는 데에는 목소리와 스타일에 익숙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각 교과별 집중력을 가지고 학습하는 것이 중학교에서 꼭 필요한 능력이다.
셋째, 아이들의 자율성과 주도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발령받는 순간부터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어떤 학년을 맡아도 수업을 할 수 있게끔 교육받는다. 특히 저학년의 특성과 고학년의 특성을 모두 겪은 선생님들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도움을 많이 주는 편이다. 모둠활동을 할 때에도 수시로 피드백을 해주고, 아이들의 교우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다.
그러나 중학교는 아이들의 자율성과 주도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알림장이 없어졌다'가 졸업한 아이들의 큰 충격이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열심히 담임선생님과 함께 쓰던 알림장이 중학교는 없다. 아이들이 과목별 선생님의 과제나 준비물을 잘 생각해 두었다가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자신의 물건을 제대로 챙기는 연습을 하지 않고 중학교에 가면 낭패를 볼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6학년 때는 스스로 물건을 챙기고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친구 관계에 있어서도 보다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넷째, 문제를 풀이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제목처럼 '알려주지도 않고 문제를 풀래요'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초등학교에서도 문제를 풀긴 하지만 흔히 아는 객관식 문제 풀이의 비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주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는 서술형 평가나 수업 결과물을 확인하는 포트폴리오 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런데 중학교에 가면 서술형 평가의 난이도가 올라갈 뿐 아니라 객관식 문제도 초등학교에 비해 많이 접하게 된다. 학업이 중시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제를 풀이하는 연습을 미리 해두면 좋다. 매일 학습 분량만큼 문제집을 풀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사고가 성장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문제를 풀 수 있는 기회를 미리 주는 것도 중학교 생활에 많은 도움을 준다.
초등학교 6학년을 졸업하면, 아이들은 중학교라는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딛게 된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런 어려운 점을 자신들끼리 해결해 보려고 한다. 이때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간단한 조언과 격려만으로도 아이들은 새로운 세계를 해쳐나갈 힘을 얻을 수 있다. 지나친 잔소리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니, 아이들의 어려움을 이해해 주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요청하는 부분만 응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