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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맹샘 Jun 07. 2021

9월전면 등교,선생님도 원한다. 하지만...

전면 등교때 우려되는 일들

"9월부터는 전면 등교가 가능하도록 교사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준비하겠습니다."


아, 또 뉴스 공문이구나. 탄식이 나왔다. 코로나가 시작한 이후, 학교교육현장은 그야말로 혼란이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만큼 교사의 혼란은 상상초월이었다. 매주 일요일 뉴스를 보고 등교 상황을 알았고, 주말에 학부모님들께 안내해도 될만한 사안인지, 공문이 오기는 왔는지 주말에도 수시로 확인했다. 공문이 오기도 전에 뉴스에서 먼저 발표가 되었고, 교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무기력감까지 느꼈다. 부모님들의 문의는 교사에게 쏟아졌지만, 교사도 아는 것이 없어 안내할 수 조차 없었다.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교사인 나는 뉴스에서 전면 등교 소식을 듣는다. 

여전히 교사인 나는 뉴스에서 백신 접종 소식을 듣는다.


사실, 오늘부터 1-2학년 AZ예방접종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에 맞춰 우리 학교도 교사의 부재에 따른 시간강사를 구하고, 안되었을 경우를 위해 대신 들어갈 보결 교사 시간표까지 작성해 두었다. 그런데 시행 바로 전주 금요일, 근무일 기준 하루 전인 14시에 통보가 왔다. 화이자로 바꾸어 접종하기 때문에 접종 시기가 7월로 변경된다. 계약해둔 시간강사의 거취 때문에 골치가 아프고, 혹시 모를 접종 후 열 등의 걱정 때문에 아이를 맡기기 위해 방법을 강구해둔 선생님들의 거취가 바빴다.


맘 카페에서는 교사들이 정말 백신을 맡는지, 안 맡는 교사는 없는지 궁금하겠지만, 선생님들은 모두 아이들을 위해 접종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이다. 오히려 걱정이다. 7월 초에 학기말 성적처리로 가장 바쁜 때인데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반응 때문에 학교에 못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금요일 오후에 맞으면 월요일에는 나올 수 있을지. 혹시 내가 학교에 못 나오면 우리 반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어떻게 할지. 


금요일 수업 협의 때, 부장인 나는 학년 선생님들께 말씀드렸다.

"선생님들, 제발 아프시면 안돼요. 우리 아프면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선생님은 아프면 난감하다. 내 수업을 누군가 다른 선생님이 채워야 한다. 대체할 수 있는 선생님은 보통 같은 학년 선생님들이다. 전담 선생님 수업 때 처리해야 할 일들을 미루고 우리 반에 들어와서 수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매 시간 선생님이 바뀌고, 담임 선생님과 함께 하던 스타일과는 다른 수업을 받아야 한다. 더군다나 코로나 시대에 선생님이 아프면 교실 내 모든 것은 엉망이 된다.


코로나로 인해 매일 아침 아이들의 출결사항을 보고해야 하고, 발열체크도 하며, 아이들의 방역을 위해 수시로 소독을 하며, 환기를 수시로 하고, 아이들에게 거리두기를 실천하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수업에 들어오는 교사가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수업 시간만 채워주기도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실시간 화상수업에서 매일 마주 보는 아이들은 점점 친해져 만났을 때의 물리적 거리도 가까워지고 있다. 선생님이 매일 이야기하지만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점점 더 얼굴을 마주대며 친밀감을 표현한다.


무엇보다 모둠활동이 제한적인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 가림막이 아이들 각자 책상마다 세워져 있는데, 모둠활동을 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아이들이 같이 머리를 맞대고 프로젝트 수업도 하고, 게임형 수업도 하고 싶지만 방역이 앞을 가려 실시하기가 어렵다. 어른에게도 40분을 꼼짝없이 앉아 있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아이들은 어떻겠는가. 개인형 게임이나 가림막을 세운 후 짝 활동 등으로 아이들의 참여도를 끌어올려보지만 한계점이 너무도 명확하여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 접종이 완료되어 개학했을 때, 어떤 점이 달라질까? 선생님이 좀 더 마음 편하게 아이들과 접촉할 수 있다는 것? 선생님은 비교적 안전하니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코로나를 옮길 확률은 없다는 것? 아이들은 백신 접종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나 확진자가 나오면 현재와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교실에는 26명에서 많으면 32명의 아이들이 가림막 하나 두고 옹기종기 모여있다. 코로나로 인한 방역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현 교실 크기에서는 15명 정도가 최대치라고 생각한다. 한 줄로 책상을 세워두었지만 사이로 지나다니기 편치는 않다. 가림막을 책상에 붙여도 지나다가 떨어뜨리기 일수이고, 쉬는 시간에 사회적 거리두기는 교실 밀집도 상 불가하다. 쉬는 시간에는 서로 엉겨 붙고, 화장실을 교대로 이용해도 항상 접촉되는 인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복도에는 전담시간을 위해 이동하는 인원이 항상 있고, 아이들도 화장실을 가기 위해 수시로 이동한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매일 등교를 했을 시 아이들의 방역이 걱정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마냥 전면 등교를 미룰 수 없다. 이미 아이들은 집에서의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고, 학습격차는 가정환경에 따라 정말 안타까울 정도로 벌어져있다. 등교 때 뒤쳐지는 아이를 붙잡고 가르쳐 보지만 3일 원격 수업 후에는 다시 까먹고 해맑게 등교하는 아이를 만나게 된다. 잘하는 아이들은 문제 풀기의 달인이 되어갈 뿐 협동이나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프로젝트 수업의 기회가 줄어들게 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궁극적으로는 학급당 인원수를 낮추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9월 등교를 놓고 봤을 때에는 그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방역인원을 좀 더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쉬는 시간 화장실이나 복도에서 통제할 인원을 보다 확충하는 것이라도 필요하다. 교사 한 명은 교실 안을 꾸리기도 사실은 벅차다. 매일 등교를 하게 되면 아이들끼리 부딪히게 되는 일도 더 많아지고 교실 내 방역을 보다 신경 써야 할 것이다. 


교사인 나는 누구보다도 간절히 아이들의 등교를 원하지만, 누구보다도 절실히 아이들의 등교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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