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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맹샘 May 25. 2021

브런치 조회수 높으면, 돈 주는거냐고요?

브런치는 돈 말고 힘을 줍니다.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퇴근 후, 저녁을 먹는데, 브런치 알람이 울린다.


이게 무슨 일인가? 얼결에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두 달이고 본격적으로 글을 쓴지는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사실 그동안 브런치의 지지부진한 구독자수와 조회수 때문에 알람을 들여다 보기 지쳐 알람을 꺼두었다. 브런치를 시작할 때만 해도 글만 쓰면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구독자도 많이 늘 줄 알았는데 실제로 그렇지가 않다. 그냥 글을 매일 쓰고, 그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마음을 막 먹은 참이었다.


그래서 내 눈을 의심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6살 우리 아들에게 '조회수 1000이야'라고 이야기하니, '그게 뭐야?'하고 달팽이를 보러 가버린다. 같이 저녁을 먹던 엄마에게 조회수 1000을 돌파했다고 싱글벙글 웃으며 이야기하니 명언을 남긴다.


"브런치 조회수 높으면, 돈 주는 거냐?"


푸핫. 실소가 터진다. 사실 조회수가 높다고 실제로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근데 기분이 좋다.  처음 사랑에 빠진 거 같이 붕 뜬 느낌이다. 너무 황홀하고 들뜨는 기분이다.


일단 동생한테 자랑을 한다. 마케팅 회사를 다니는 여동생은 역시 단박에 그 의미를 알아채고 "대박"을 외치며 함께 기뻐해 준다. 어디에 노출이 되어서 나타나는지 같이 찾고 캡처하고 난리가 났다. 역시 예상했던 반응이다. 기분은 더욱 좋아진다.


어디에서 독자가 유입되나 살펴보니 다음 메인 페이지 직장 in탭에 노출이 되었고, 브런치가 추천하는 글에도 글을 올렸다. 당장 카카오톡 프로필을 브런치 메인 페이지를 캡처해서 바꾸었다. 얼른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건 완전 첫사랑에 빠진 느낌이다. 세상에 하늘이 아름다워 보이고, 아이가 온통 엉망진창으로 만든 식탁을 치우는 데도 절로 웃음이 나온다. 신랑에게도 자랑을 했다.  그런데 세상에. 신나 하는 내 모습을 보고 우리 신랑도 명언을 남긴다.


"브런치 조회수 높으면, 돈 주는 거야?"


세상에. 우리 엄마랑 똑같은 말을. '사람들이 내 글을 봐준다는 거잖아. 다음 메인에 걸렸다니까. 내 글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고, 공감도 해주고 있단 말이야.' "오. 좋네. 훌륭하다." 형식적인 대답이 돌아오는 걸 보니, 관심이 별로 없는 듯하다. 


퇴근 한 신랑의 양손을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없다. "우리의 축하 파티를 위한 케이크는?"이라고 하니 신랑은 어리둥절해한다. "무슨 케이크? 오늘 무슨 날이야?" 달력을 살펴본다. 세상에. "아니 내가 조회수 1000 넘었다고 했잖아.", "아, 케이크를 사 올 만큼 특별한 일인 거구나." 그제야 주섬주섬 나갈 준비를 한다. "배불러. 안 먹어."라고 해버리고 동료 선생님께 신나게 자랑을 한다. 신랑이 뭐라고 이야기하든 난 참 좋으니까.


가족들은 돈 주는 거냐고 이야기하는 걸 보니, 내가 돈을 그렇게 티 나게 좋아했나 싶다. 근데 난 참 기분이 좋다. 누군가가 나의 글을 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내가 사람들이 관심 있어하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부터 감동이다.


작가의 서랍에는 초고 원고가 10개 넘게 있다. 그때 그때 생각나는 초안을 써 두고, 마음 내키는 대로 수정하여 발행한다. 쓰고 싶은 글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함께 나누고 싶은 글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글을 쓰며 마음의 답답함이 해소되는 느낌이 참 좋다. 글을 쓰며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 참 좋다.


나의 최종 목표는 우리 신랑도 재미있게 읽는 글이다. 신랑이 뭐라 하든 기분 좋은 나는 또 속없이 신랑한테 글을 읽어 보았냐고 묻는다.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읽더니 한 마디 한다.

"오. 진짜 작가처럼 쓰네. 이 작가님."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이제 결혼한 지 7년 차이니 점점 나의 생각을 받아들이겠거니 한다. 기분이 좋으니까 모든 게 이해된다. 조금이나마 내 기분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나름 귀여우니까. 


"조회수가 3000을 돌파했습니다!"


우와, 너무 신난다. 다른 브런치 작가들은 2만 조회수까지 찍었다고 하지만 난 3000의 조회수도 참으로 소중하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준다는 것이 참으로 설렌다. 그런데 오늘 어젯밤에 쓴 글의 조회수가 또 증가한다. 세상에나. 오늘도 직장 in에 내 글이 올라갔다.


이틀 연속이나 다음 메인에 내 글이 제기되다니 더욱더 글을 쓰고 싶은 힘이 생긴다. 조회수가 신기해 계속 계속 들어가서 살펴본다. 다른 사람이 나의 글을 읽어주고, 심지어 라이킷도 눌러준다. 댓글도 달아준다. 누군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다는 건 정말 신비한 힘을 준다.


브런치 시작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며, 오늘도 초고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신나게 글을 써본다. 브런치를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면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추천하고 싶다. 브런치에서 얻는 힘 때문에 모두들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지 않을까?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묘한 힘이 오늘도 브런치에 글을 쓰게 한다.


브런치 조회수가 높다고 돈을 주지는 않지만 힘을 준다.

글을 쓸 힘, 더욱 멋지게 살아갈 힘, 다른 사람의 응원을 받아들이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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