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두걸음.학교는 싫고, 메타버스는 좋아.

"이제 확실히 알겠어요"를 외치는 아이

by 꿈꾸는 맹샘

"이제 확실히 알겠어요."


매일 줌으로 수업을 해도, 학교에 와서도 고개를 숙이고 있던 00이가 메타버스에서 칠판에 안 것 나누기를 하고 내뱉은 말이다. 모두들 의외의 눈빛으로 00이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내 웃음이 넘쳐났다. 아이들도 공감했다는 표시였다. 그리고 뒤이은 말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학교는 싫고, 메타버스는 좋아."

메타버스라도 좋아하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학교가 싫다고 하니 슬퍼해야 하나. 아이들은 줌 너머로 내 눈치를 보더니 "그래. 메타버스 재밌다."하고 넘어가 준다. 나도 "그래. 00이가 메타버스 재미있어하고, 좋아하는 것 같아서 선생님도 좋다."하고 싱긋 웃어주고 넘어갔다. 아마 초임 때였으면 당장 메타버스를 때려치우고 00이가 즐겁게 학교를 오게 하려면 어찌할까 연구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한 발자국 떨어져 보는 여유가 생긴 11년 차 교사다. 아이가 메타버스가 학교보다 더 좋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했으리라 생각된다. 아마 아이는 위축된 자신의 모습이 아닌 자신감 넘치는 자신의 모습이 퍽이나 좋았을 것이다.


사실 선생님들에게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모르는 모종의 속삭임이 있다. 2월은 선생님들이 교육과정 준비하느라도 바쁘지만 아이들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도 바쁘다. 1년 동안 맡았던 아이 중 힘들었던 아이, 특별히 관심이 필요한 아이에 대한 정보가 오고 간다. 바로 전 학년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아이들의 성향을 물어보기도 한다. 물론 선생님의 성향에 따라 내가 보는 아이와 다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1년 동안 함께 해 왔기 때문에 새 학년을 시작할 때 도움을 주는 말을 많이 듣는다.


00이도 그런 아이였다. 묻기도 전에 전 담임 선생님께서 연락이 왔다. 학생기록부를 처음부터 찬찬히 살펴보니 이해를 다소 어려워하고, 친구사이에서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작년 줌 수업 때 참여하기 너무 힘들어해서 애를 먹었다고 했다. 처음 등교해서 만난 00이는 키도 크고 덩치도 커서 한 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교과서를 펴라고 3번은 이야기해야 폈고, 어떤 경우에는 직접 내가 교과서를 펴줄 때도 있었다. 기록하는 활동을 할 때는 특히 힘들어했다. 다른 아이들이 10줄을 써야 한다면 00이에게는 2줄 정도만 쓰는 것으로 독려했다. 코로나로 인해 친구들과 접촉할 기회 자체가 없었지만,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에서 다툼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들어와 중재를 한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래도 난 00이가 참 좋았다. 마스크를 뚫고도 나오는 그 수줍은 미소가, 배시시 인사를 건네는 수줍은 태도가 참 좋았다. 물론 학습과 과제에 있어서는 내 인내심을 시험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특히 줌 시간에는 엉뚱한 말을 채팅창으로 남긴다던가, 카메라를 켜지 않고 대답을 하지 않는 다던가 하는 모습에 답답할 적도 많았다. 교사 똥은 개도 안 먹는다던가. 교사는 정말 인내심이 많이 필요한 직업이다. 웬만한 것으로는 화내지 않는 인내심을 가지게 된 나도 가끔 울컥거릴 적이 있었다. 다행히 표현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메타버스에서는 달랐다. 00이는 다른 아이였다. 단지 공간을 메타버스로 옮긴 것뿐이었는데 누구보다도 자유로웠다. 사실 과학 정리를 할 때 00이에게는 어려우면 핵심 단어만 쓰라고 귀띔하려고 찾아간 거였다. 그런데 누구보다 열심히 그림을 그리며 설명하고 있었다. 세상에. 오히려 다른 아이에게 사용법을 알려주며 몰입하고 있었다. 그 몰입의 끝에서 "이제 확실히 알겠어요."라는 말까지 이어진 것이다.


아이들은 정말 엄청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내가 교직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점은 어떤 아이든지 정말 강점이 숨어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신규 때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에 대한 욕심이 많으면 보이지 않는다. 마음을 내려두고 작은 것부터 찾아나가면 정말 아이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강점이 숨어있다. 때로는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의 강점을 찾지 못해서 아이가 방황하는 경우도 있다. 또는 그 강점이 학교에서는 나타나기 힘든 것이기 때문에 아이가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 00이 같은 경우는 후자였던 것이다.


메타버스를 조작하고, 게임 세계에서 새로운 공간을 구축하는 00이는 학교에서 강점을 드러내려야 드러낼 수가 없었다. 학교에서 많은 프로젝트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어도, 등교 수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온라인에서의 강점을 드러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줌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00이의 강점인 메타버스 공간 구축과 활용 능력이 메타버스 안에서 드디어 빛을 바란 것이다.


다양한 언론사에서 우리의 메타버스 활용기를 궁금해하고, 학생들과 인터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메타버스에서 날아다니는 아이들은 안타깝게도 인터뷰 능력은 다소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 아이들은 메타버스에서 온라인 채팅 언어를 구사하고, 메타버스를 구축하는 데 빛을 발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을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00이는 학교에서 부진아로 취급받아야 하는 것일까?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을 하며 그렇지 않다는 확신이 든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도 자신이 반짝거리는 그 경험을 해주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 또다시 메타버스의 일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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