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선생님, 저희 아이가 학급에서 몇 등정도 되나요?"
"단원평가는 언제 보나요?"
학부모님들의 가장 큰 관심 중 하나는 내 아이가 시험을 잘 보냐는 것이다. 그것도 우리나라는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지 않고 시험을 잘 보느냐가 특히 중요하다. 단원평가 100점을 맞을 때는 우리 아이가 잘하는구나 안심한다. 혹시라도 80점을 맞으면, 우리 아이가 몇 등 정도인지를 항상 궁금해한다. 과연 우리 아이가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일가를 고민하면서 말이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고 있어서 학부모님들의 머릿속에 좋은 대학-좋은 직장의 루트는 바뀌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교육의 무서운 점은 자신이 어릴 때 받은 교육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지금의 학부모들이 어릴 때 경험했던 일제식 고사가 평가라는 개념을 바꾸기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이다. 한 때 전국을 동일한 시험지로 평가하여 어디가 학력이 높은 지를 평가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다 없어지긴 했지만 전국에서 우리 학교, 우리 지역의 점수가 얼마인지 줄을 세우는 평가에 긍정적인 의견을 표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았다. 그만큼 일제식으로 보는 평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평가는 일제식으로 보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사실 메타버스 시대로 바뀌기 전부터 평가의 변화는 다가오고 있었다. 경기도 교육청은 2017년에 일제적 정기고사 전면 폐지를 선언하며 성장 중심 평가라는 말을 들고 나왔다. 또 현재 진단평가도 진단평가가 아닌 진단활동 주간으로 변경하여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도 과정 중심 평가라는 말을 들고 나왔고, 과정 중심의 평가로 평가의 정의부터 바꾸고 있다. 물론 그것에 비해 수능의 중요성은 아직도 중요하긴 하지만 평가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러한 변화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
메타버스 시대에도 시험공부를 따로 열심히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할까?
메타버스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에서의 삶이 온라인까지 연결된다는 것이다. 현실의 삶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소통 역시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진다. 특히 단편적인 지식을 알아서 단답형 문제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의 토의에 의해 수업과 평가가 이루어진다. 아래는 실제 메타버스 게더 타운을 활용한 수업에서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정리하던 모습이다.
요즘 학교에서 일컫는 평가들은 대부분 수업 장면 속에서 이루어진다. 단편적으로 1번부터 20번까지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알고 있는 것을 적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이 모두 평가에 들어간다. 메타버스에서 수업이 이루어지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위의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루어진 실제 정리한 내용이다. 혼자서 단답형의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서술형으로 자신이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다.
비단 우리 반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과정 중심 평가가 강조되면서 평가는 어떤 한 포인트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과정이 곧 평가이고, 평가가 곧 배우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 시험공부를 따로 열심히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시대는 변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 평가의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다. 마냥 아이에게 책상 앞에 앉아 책을 들여다보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의 생각을 저해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좀 더 다양한 세계를 접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공간을 설계하고, 스스로 배움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어른들도 마냥 메타버스를 떨어져서 볼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배움이 메타버스 안에서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