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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시대를 위한 교육과정과 핵심역량은 이미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논의

by 꿈꾸는 맹샘

"초등학교는 교과서대로 가르치면 되니까 쉽겠어요."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거기서 거기 아니에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들은 정말 교과서가 전부일까? 배우는 내용이 거기서 거기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니다. 우리가 초, 중, 고에서 배울 내용들은 모두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한다. 교과서는 교육과정을 구현한 하나의 자료일 뿐이다. 아마 일반 사람들은 교육과정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할 것이다. 교사인 나 역시도 교육과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현장에 나와서야 몸소 실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제시하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은 그야말로 우리나라 교육에 가장 기초가 되는 문서이다. 교육과정이 수시로 바뀌고 그에 따라 교과서가 수시로 바뀐다고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사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이 바뀌는 것은 필연적이다. 어떤 학년에서 어떤 과목을 어떤 목표로 가르쳐야 할지, 어떤 요소를 꼭 배워야 할지, 어떤 성취기준을 기준으로 지도해야 할지가 모두 교육과정 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배워야 할 내용도 달라지고, 그 목적도 달라지기 때문에 교육과정은 10년, 100년 머물러 있을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은 2015 교육과정의 적용을 받고 있다. 2015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각 학교에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2022 교육과정을 위한 각종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2009 교육과정 이전에는 6차 교육과정, 7차 교육과정과 같이 붙였으나 7차 교육과정 이후로는 2009 교육과정처럼 교육과정이 발행되는 날을 기준으로 교육과정을 고시한다. 그리고 교육과정을 약간씩 바꾸어 고시하기도 한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에도 변화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2009 교육과정과 2015 교육과정의 가장 큰 차이는 역량이다. 2015 교육과정은 역량을 강조했다. 단순히 각 과목별 내용 요소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미래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했다. 자기 관리 역량, 지식 정보처리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으로 창의 융합형 인재를 목표로 했다. 학생이 이러한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성취기준이라는 각 과목별 최종 기준을 정하고, 그에 맞게 교육과정이 짜였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2022 교육과정은 아래로부터의 요구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의 교육과정이 상명하달식이었다면 2022 교육과정은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시도교육청별로 자문단을 꾸려 활발하게 교육과정에 포함될 내용들을 논의하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의견도 모은다. 아직 논의 중이긴 하지만 교육과정을 나라에서 다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각 시도교육청별, 학교별로 특색에 받는 교육과정 내 성취기준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큰 골자이다. 나 역시도 경기도교육청의 교육과정 자문단으로 들어가 활동 중인데, 각 학교별 특색에 따라 운영되는 교육과정의 다양화에 매번 놀라고 있다. 그동안은 교육과정이 현장을 바꾸었다면, 지금은 현장이 교육과정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 시대는 이처럼 위에서 다 짜인 것들을 익히고 수행하는 것이 아닌 내가 스스로 짜서 위로 올려보네 기준을 만드는 시대이다. 현재 흔히 메타버스라고 불리는 각종 매개체들은 모두 수요자가 생산자 역할을 겸하게 되는 프로슈머가 된다. 개발자가 일괄적으로 만들어 준 세상에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산하여 생활하는 것이다. 2015 교육과정에서 강조했던 역량이 발휘되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2022 교육과정에 반영될 자율적인 부분이 더욱 강조되는 시대인 것이다.


실제 학교에서 수업이 이루어질 때도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초등학교는 각 교과별 수업을 통합하여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그런 프로젝트 수업일 수록 핵심역량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아래는 우리 학급 학생들과 직접 꾸민 통일 방탈출 메타버스이다. 통일이라는 주제로 우리 학급 학생들이 다른 학급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제를 맞혀 탈출하는 방탈출 메타버스를 설계한 것이다.

[방탈출] 전체.png 통일 방탈출 메타버스


교사는 그야말로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지만 기획, 설계, 제작에 이르기까지 모두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설계했다. 도서관에는 책을 찾아봐야 풀 수 있는 통일 문제, 음악실에는 음악 관련 통일 문제, 방송실은 방송을 봐야 풀 수 있는 통일문제, 컴퓨터실에는 컴퓨터로 검색을 하여 풀 수 있는 통일 문제, 보건실은 힐링을 위한 문제. 이처럼 각 실별 테마를 정해 학생들이 직접 설계하여 운영을 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자기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이었다. 교과의 지식은 이제 인터넷으로 찾으면 전부 나오는 시대이다. 물론 대략적인 얼개가 머릿속에 있어야 검색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세부적인 내용들은 머리에 넣어두지 않아도 검색어만 치면 나오게 된다. 이러한 프로젝트 수업들이 실제 학교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메타버스를 위한 교육과정과 핵심역량이 이미 나와있다고 이야기한 이유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고 수정해 나가면서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성장하는 시대인 것이다.


단순 학습만으로는 현대사회에서 해낼 수 있는 일들은 많지 않다. 2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단순 반복하는 동작들이 많고, 정보의 주 생산처가 책이었으므로 책을 외우고 적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학습방법이었다. 그러나 3차 산업혁명을 지나 메타버스 시대에는 다른 사람과 주도적으로 논의하고 활동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위와 같은 메타버스를 구성할 때 가장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 학생들이 흔히 말하는 모범생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학교에서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부모님들이 컴퓨터에 매달린다고 걱정하는 학생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실제 사회에 나오면 어떨까? 공부만 하고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사람을 원하는 회사는 없다. 새로운 것을 맥락에 맞게 도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세상의 변화 속에서 6차, 7차 교육과정에서 자란 현재 초등학교의 학부모님들은 교육과정의 변화에 따른 학교 공부 방식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탐구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능력을 적극 지지해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게임 같은 걸 한다고 답답해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역량을 기르고 있다는 생각으로 함께 메타버스를 즐겨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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