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면 놓치는 것이 생긴다.
"아이들이 엉뚱한 짓 하지 못하게 더 단단히 말해야겠어요."
"아직 아이들은 어른들의 보호가 꼭 필요해요."
아이들에게 넓은 울타리를 쳐야 한다고 앞서 이야기했지만 부모 마음은 부모 눈에 보이는 곳까지만 울타리를 치고 싶은 마음이다. 내가 모르는 망망대해에 아이를 보낸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불안하다. 분리불안 장애는 아이보다 부모가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품에 보이지 않으면 안전이 걱정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주마처럼 메타버스를 향해서만 달리거나, 아이의 공간을 제약하면 그만큼 아이는 성장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메타버스는 이제 막 출발점에서 몇 발자국 앞에 나아갔다. 초등학교에서 실제 실시되었던 사례가 없는 것들도 교육은 보다 보수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은 다른 분야보다 한발 늦게 출발점에 서곤 한다. 또 메타버스를 넣어 각종 정보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 메타버스 자체에 대한 용어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이런 시작점에서 제한점을 두는 것은 아이의 성장에 제한을 두는 것과 같다.
아래는 메타버스에서 방탈출 게임을 할 때 한 모둠이 만든 도서관 메타버스 공간이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모든 공간을 꾸며서 주는 것을 선호했다. 아이들이 어려워서 메타버스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까 봐였다. 그러나 아이들은 너무도 즐거워했고, 점차 아이들의 재량권을 넓혀 갔다. 도서관은 아이들의 재량권이 온전히 넘어간 프로젝트였다. 가구 배치부터 구성까지 모두 아이들의 아이디어로 만들었는데, 내가 생각지도 못한 방법들로 방을 구성했다.
700번과 900번 사이로 가면 아이들이 만들어 둔 숨겨진 방이 나오게 된다. 700번과 900번 사이에 당연히 있어야 할 800번이 제일 앞으로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 방이 있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면 통일 관련 퀴즈가 나오고, 그 퀴즈의 힌트로 다음 비밀의 방 번호를 얻는다. 이렇게 하나씩 문제를 풀어가다 보면 최종 비밀번호를 얻게 되고, 방을 탈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처음에 설명할 때 어안이 벙벙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에 충격을 받았다. 나름 미래에 관심이 많고, 아이들에게 재량권을 많이 주고, 각종 프로젝트로 내공이 쌓였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의 생각은 허를 찔렀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직접 메타버스에 구현까지 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재량권을 주지 않고 내가 공간을 한정지 었으면 저런 멋진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을까? 단연코 아닐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성숙하고, 뛰어난 역량을 지니고 있다. 물론 집에서 보면 너무도 아기 같고, 할 줄 아는 게 없어 보이지만 밖에 나가면 누구보다 당차게 자신의 역할을 해 나간다. 이는 미래 사회에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접한 다양한 정보들은 어른들을 훨씬 앞선다.
개념만 듣고 추측하는 우리와 직접 그 속으로 뛰어들어 활동하는 아이들은 어른보다 한 발 앞선다. 초기 휴대전화에는 두꺼운 매뉴얼이 들어있지만, 지금 휴대전화에는 두꺼운 매뉴얼이 없지만 매뉴얼을 찾아서 휴대폰을 조작하는 사람들은 없다. 지금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바로 그 속으로 뛰어들어 만져보고 활동하며 익혀나간다. 그런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좁은 시각으로 교육한다면 아이들은 튕겨나가거나 좁은 시각에 갖추어 버릴지도 모른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메타버스 시대는 파도와 같은 커다란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맞게 아이가 서핑을 즐길 수 있도록 응원해 주고, 서핑보드를 점검해 주는 것이 어른들의 할 일이다. 아이가 안전하게 메타버스 세상을 즐기고 창작할 수 있도록 보다 넓은 시각과 마음을 갖고 지켜봐 주는 것이 부모들의 할 일이다.
메타버스 시대의 초등학생, 아이들의 삶 속에 이미 들어온 메타버스를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