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시대, 바뀌는 공부방법
"너 지금 줌 안 하고 게임하니? 아니구나."
줌 시간 때 학부모님 중에 한 분이 저 말씀을 하셔서 등에 한줄기 땀이 흘러내렸다. 미리 안내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하는 모습처럼 비추어질 수도 있겠구나 싶어 처음 메타버스를 수업에 도입할 때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학부모님들께서는 교육의 의도를 잘 파악해 주셨고, 무엇보다 담임교사인 나를 믿어 주셨다. 그래도 아직 게임으로 비추어질 때도 있구나 싶어 순간 긴장되었다. 아이는 익숙한 듯 재빨리 음소거를 누르고 엄마에게 뭐라 뭐라 한다. 아마 메타버스 하고 있다고 말했을 것이다. 엄마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가셨다.
코로나19로 인해 각 가정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관련 기기를 준비하고, 접속하는 방법을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다. 특히 화상수업으로 인해 공부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강의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온라인상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각종 참여형 퀴즈, 소회의실 활용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다. 결국 종착점은 메타버스였다. 학생들이 실제 교실에 있는 것처럼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위의 그림처럼 실제 학생들에게 공간을 마련해 주고, 그 공간에서 활동을 하자 실재감이 훨씬 살아나고 수업이 생동감 있어지는 경험을 했다.
사실 교사들도 줌으로 연수를 할 때 50분이 넘어가면 정말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일방적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50분을 듣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 외부 공간에서 모여서 진행해도 힘든 일을, 집이라는 가장 편한 공간에서 하는 데 어찌 안 힘들겠는가. 몸에 에너지가 많은 아이들은 더하다. 실제 등교했을 때에도 수시로 주의를 환기시키고, 노래도 하고 율동도 하고, 모둠별로 움직이기도 하면서 수업을 진행한다. 그런데 줌에서는 어쨌든 화면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어야 한다. 가장 문제는 실제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수업에서 한발 물러난 관중의 느낌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특히 컴퓨터 활용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줌에 적응하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렸다. 컴퓨터 시간을 제한하는 학부모님들이 많았고, 그 때문에 수업 중에 아이들이 튕겨나가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느낀 것은 이제 변화되는 시기에 책상 앞에서 책상 공부만 하면 바보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흔히 메타버스를 하게 되면 컴퓨터 활용 시간이 늘어나 아이들의 학습능력이 떨어질까 봐 걱정한다. 그러나 역량 측면에서 봤을 때,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을 하다 보면 역량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 요즘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조사하여 발표하는 내용이 국어, 사회, 과학 등 전반적인 교과에 걸쳐 많이 나온다. 메타버스는 그 과정을 온라인 상으로 연장하여 진행하는 하나의 도구로 활용되는 것이다. 아래는 세계여행을 준비하면서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한 오세아니아 공간이다.
공간을 꾸미는 것은 종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놓을 물건부터 위치, 분위기까지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메타버스 안에서 학습 내용이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학습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 다각도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토의를 하게 되고, 관련 자료들을 찾아볼 수밖에 없다. 다른 친구들에게 알기 쉽게 이야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만든 것을 설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토의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길러지는 역량들이 책상 앞에서 공부하는 것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책상 앞에서 공부만 하는 학생들보다 직접 메타버스에 뛰어들어 다양한 공간을 상상력을 더해 꾸미는 학생들의 역량이 높을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나게 될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사람의 지식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재가공하여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내는 것. 상상력을 더한 공간에 나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어 더 좋은 생각을 이끌어 내는 것. 이런 것들이 종합된 메타버스 안에서 살아가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메타버스를 한다고 바보가 되지 않는다. 책상 앞에서 공부만 하면 바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