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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맹샘 Nov 07. 2021

(앓는 데는 장사 없다) 아프면 안 되니까 직장인이다

바쁘면 아프다

"선생님, 어디 아파요?"


아픈 게 줌으로 하는 수업에서도 티가 나나보다. 티 내지 않으려고 해도 매일 웃던 선생님 얼굴이 시들하니 아이들이 바로 눈치를 챈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어지럽고, 속이 안 좋다. 그렇다. 이것은 또다시 체한 것이다. 급하게 소화제를 털어 넣었다. 항상 상비하는 소화제. 체하는 것은 나의 고질병이다. 신경 쓸 일이 많아지면 어김없이 위가 아프다. 이번 주는 마음도 몸도 정말 바쁘다. 병이 날 때가 되었다.


교육청 회의가 저녁에 2개나 잡혀있고, 동아리 활동 발표 콘퍼런스 준비, VR안전지도 발표회 준비, 동영상 매뉴얼 제작물 제출, 중학교 입학 배정 설명회, 컨설팅 자료 준비, 각종 보고서 작성 등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이 일들을 해내려니 몸이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래도 각종 마감일은 다가오고 있고, 마음은 바쁘다. 그리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알듯이 일은 한 번에 몰려온다. 처리해야 할 일들을 계획을 세워두어도 새롭게 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들이 또다시 튀어나온다.


"이 부장, 일도 좋지만 건강부터 챙겨야 해."

"일들을 해내려니까 분명 잠을 줄일 거야. 그렇지? 그 일들을 다 하라면 그 수밖에 없지."


교장선생님은 항상 말씀하신다. 건강을 우선 챙겨야 한다고. 매일 일할 것을 의논하러 가니 교장선생님께서는 젊은 시절 자신도 그러다가 병이 낫다고 항상 건강 유의를 당부하신다. 교장선생님께서 내뱉은 말에 흠짓 했다. 정말 잠을 줄이는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준비하고, 그 외 일들을 해내려면, 집에 가서 아들이랑 조금이라도 놀아주려면 나에게 낼 수 있는 시간은 잠밖에는 없다. 어떻게 아셨냐고 하니 본인도 해봐서 아신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신다. 


사실 지금 있는 일들만으로도 벅차서 다른 일들은 계속 거절하고 있다. 일단 있는 일들부터 해내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1순위이기 때문에 그 일들을 해내고 나머지 일들을 하려니 항상 시간이 빠듯하다. 그런데 이렇게 바쁜 시기에 아프다니 정말 난감하다.


6시 반회의라 조금 일찍 집에 갔다. 도저히 기운이 나지 않아 침대에 쓰러졌다. 아이를 봐주는 친정엄마가 회의가 임박하면 깨워줄 테니 일단 자라고 한다. 물론 그전에 친정엄마는 회의에 참석하지 말고 쉬라고 권유했다. 그게 엄마의 마음이니까. 그런데 못난 딸은 꼭 참석을 해야 한다고 알람까지 맞추고 누웠다. 30분이나 잤을까. 아들이 와서 엄마 회의해야 한다고 깨운다. 겨우 지친 몸을 이끌고 머리를 정돈하고 줌 회의를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다행히 자고 일어나니 한결 낫다. 9시 반까지 자료 제작 협의를 겨우 마쳤다. 


다음날도 속은 좋지 않아 계속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고 협의회에도 참석했다. 내 몸이 아파도 해야 할 일들을 해야 한다는 게 서글프기도 했다. 책임감을 가지고 일에 임하지만 이러다 내 몸이 망가지기라도 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생각하며 일에 대한 욕심을 좀 덜을 때가 되었나 싶기도 했다. 20대 때에는 밤을 새도 다음날 커피 한잔이면 반짝하여 일할 수 있었는데 이제 몸이 아파버리니 속수무책이다.


정말 앓는 데는 장사가 없다.


특히 직장인은 아프면 안 된다. 아파서 몸을 추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내가 빠져버리면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뻔히 알기 때문이다. 직장인은 아프면 다음날 또 그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양해를 구해야 할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그러기에 직장인은 아프면 안 된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바쁘면 아프다. 속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다. 내가 아프면 일에 지장이 있을 걸 알면서도 아프면 정말 속수무책이다. 일이 바쁠수록 쉬는 것이 꼭 필요한데 그게 맘처럼 쉽지 않다.


교사생활 11년 차가 되니 이제 아플 때 대처하는 요령도 생겼다. 일단 그날 꼭 해야 할 일들만 하고 무조건 쉰다. 미리 일을 하기로 욕심내지 않는다. 그게 핵심이다. 그렇게 이틀 정도 쉬고 나면 다시 일을 차근차근해나갈 힘이 생긴다. 직장인은 아프면 안 되기 때문에 쉬는 시간도 꼭 필요하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쉬는 시간일 수도 있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쉬는 시간일 수도 있다. 각자 온전한 휴식을 갖는 방법은 다르지만 쉬는 시간을 갖는 것이 꼭 필요하다. 직장인은 아프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을 꼭 염두에 두고, 일이 많더라도 꼭 쉬어가며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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