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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맹샘 Nov 22. 2021

코로나는 학교 현장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오랜만의 초등학교 진로교육 강의를 마치며

"선생님, 선생님과 같이 근무하고 싶을 정도로 진로 관련 강의를 인상 깊게 들었습니다."


  황금 같은 토요일, 교수님의 부탁을 받고 진행한 진로연수 후 받게 된 메일에 쓰여 있던 말이다. 2시간씩 2번의 강의를 진행했는데 진행 후 몸살이 났다. 강의 끝난 후 저녁을 먹고 바로 쓰러질 정도로 열정을 쏟았다. 매일 밀려드는 일들과 벌려놓은 일들 사이에서 강의자료를 준비하려면 밤을 새울 수밖에 없었다. 귀한 토요일을 쪼개서 강의를 신청하신 선생님들의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밤새 기절해 있다가 한숨 돌리고 오늘 메일을 열어보니 저렇게 반가운 메일이 와 있었다.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기쁨과 함께 활력이 돌았다. 구체적인 교육과정을 보내줄 수 있냐는 답변에 흔쾌히 있는 자료를 정리하여 다음날에는 발송해 드린다고 답변을 드렸다. 


  사실 주말 강의는 썩 내키지 않는다. 6살 아이와 평일에 놀아주지 못하니, 주말에라도 놀아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럼에도 이번 강의를 하기로 한 건 교수님의 부탁이니 거절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었지만, 정말 오랜만의 진로교육 강의였기 때문이다. 강의시간은 신랑 찬스를 사용하기로 했다. 평일 중 바쁜 시간을 쪼개 강의 준비를 하고, 새벽 2시까지도 강의 준비를 하면서도 피곤함보다는 재미있고 설레는 마음이 컸다. 사실 진로교육을 코로나 중에도 계속 진행하긴 했지만, 진로 강의 요청이나 연수는 2년 동안 거의 없다시피 했다. 왜냐하면 코로나로 인해 에듀테크가 선생님들과 교육청의 최대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강제로 원격수업과 등교 수업에 병행되는 블렌디드 러닝이 최대 관심사였다. 그야말로 에듀테크 쪽과 블렌디드 러닝 쪽은 강의 요청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못해도 30회는 넘게 했던 것 같다. 거절한 강의들도 꽤 있을 정도로 엄청난 요청들이 쏟아졌다. 


  작년과 올해 교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정말 미친 듯이 노력했다. 아무도 겪어 보지 못한 학생들이 정상적인 등교를 하지 못하는 상황. 그동안 진로강의를 하며 보여주었던 미래 학교의 모습이 그야말로 갑자기 닥쳤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고, 학교는 일주일에 1-2회만 나오는 상황. 그나마도 그 전 주에 수업계획을 세워놓고 일요일 뉴스를 보면 등교 여부가 또 바뀌었다. 그러면 일요일 저녁에 다시 계획을 짜고 회의를 해서 월요일에 수업에 당장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각종 언론은 교사들이 제대로 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의 시각을 쏟아냈고, 학부모님들의 불만은 쌓여갔다. 교육청들은 연수를 준비했지만 공무원은 대표적인 관료제 시스템이다. 관료제 시스템에서 의사결정 과정과 준비 과정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답답한 날들이 지속되었다. 교육청도 명쾌한 방향을 제시해 주기 어려웠고, 그에 따라 학교에서는 방향을 정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진로교육이나, 민주시민교육, 각종 특성화 교육에 신경 쓸 겨를이 있었겠는가. 2020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거치며 지치들도 명확해지게 되고, 선생님들의 에듀테크 실력도 점점 올라갔다. 2021년에는 비로소 등교 일자가 고정이 되면서 훨씬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 그에 따라 그동안 뒷전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진로교육, 평가 관련 교육 등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안타까운 점은 모둠활동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던 많은 활동들이 코로나로 인해 제약점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특히 진로교육은 각 직업별 전문가를 모시고 하는 활동들이 필수적이었는데 그 과정이 사라져 버렸다.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또 생각해 내어 정말 마른빨래를 쥐어짜듯이 각종 활동을 전개해 왔다. 아이들의 손이 많이 가기보다는 선생님의 손이 많이 간 작품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오늘 비로소 전면 등교를 시작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2년 전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줌이 없는 학교생활이 어색하다고 한다. 6학년인데도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인 4학년을 막 졸업한 아이 같은 느낌이 난다. 교과교육은 모두 수행했지만 교과내용 전달만이 학교의 전부가 아님을 증명해 주는 것 같다. 학교는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는 곳이 아니다. 친구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선생님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와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다. 그런데 코로나가 그 과정을 앗아가 버렸다. 아이들이 다른 방향으로 성장할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아무리 줌에서 소모임을 하고, 메타버스에서 학습을 해도 실제 만남이 주는 그 소통의 부재가 아이들에게 꽤 크다. 마스크를 쓰고 마주하는 친구의 얼굴만 봐서 마스크를 벗은 얼굴이 참으로 낯설기까지 하다.


  코로나는 학교 현장의 정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아이들에게 실제 만남에서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했다. 다양한 교육의 방법보다 지식 전달에 초점을 둔 교육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었다. 그 반대급부로 다양한 교육 방법의 필요성도 대두되었다. 코로나 시대에 익힌 에듀테크 들은 좀 더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는데 거름이 될 것이다. 사실 아이들도 학부모들도 교사들도 전면 등교에 대한 걱정이 크다. 그러나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첫걸음임을 알기에 모두 조심스럽게 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코로나가 학교 현장에 준 많은 시사점은 앞으로 학교 교육의 방향을 좀 더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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