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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맹샘 Dec 14. 2021

확진자가 발생한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

위드 코로나 시대의 학교

"지금 0학년 0반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연락받았습니다. 해당 학급에 형제자매가 있는 학생들은 모두 귀가조치 시켜주시기 바랍니다."


코로나 이후 수업시간에도 메신저를 볼 수밖에 없다. 수시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그에 따라 형제자매를 귀가시켜야 한다. 말도 어려운 수동 감시자, 능동 감시자, 자가 격리자, 밀접접촉자, 확진자, 자가진단시스템 등 학교에서는 수많은 용어들을 담은 메신저가 하루에도 몇 건씩 이동한다. 코로나 지침은 마르고 닳도록 봐서 달달 외울 정도이다. 수업을 하다 말고 해당 아이들을 따로 불러 상황을 이야기하고, 학부모님과 통화하고, 하교를 시키는 매뉴얼에 따른 일을 하는 동안 다른 아이들에게 스스로 할 과제를 부여한다. 아이들은 과제를 하면서 표정이 굳는다.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짐짓 모르는 척 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다. 저렇게 급하게 갑자기 하교하는 건 코로나 관련 밖에 없다고.


확진자가 발생하면 확진자가 등교를 했는지, 급식을 먹었는지에 따라 대처가 달라진다. 만약 확진자가 검사를 받기 전날이나 당일날이라도 등교를 했다면 그 학급은 전체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아이들은 백신을 맞지 않았기 때문에 조건에 해당하면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물론 접촉시간이 짧으면 자가격리까지는 들어가지 않는다. 급식을 먹으면 해당 학급은 10일간 자가격리다. 수업은 원격수업으로 전면 전환된다. 담임교사는 물론 해당 학급에 들어갔던 전담교사들도 모두 검사를 받으러 움직인다. 확진자가 나면 보건 선생님, 교감선생님, 교장선생님께 바로 보고가 되고, 그 안에서 해야 할 매뉴얼에 따라 바쁘게 움직인다.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학생들 챙겨야 하고, 수업도 챙겨야 한다. 그 와중에 학부모님들 연락도 수시로 받고, 해야 한다. 특히 초등학교는 6개 학년이 함께 다니고 있기 때문에 형제자매까지 걸쳐있어 신경이 곤두선다. 


처음에 코로나가 발생했을 2년 전만 해도 자가 격리자 확진자에 대해 아이들과 학부모들 사이에 묘하게 그 학생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워낙 많은 확진자와 자가 격리자가 발생하고 있자 그런 시각은 달라졌다.  26명이 있는 교실에서 5-6명은 여러 가지 이유로 등교하지 못한다.


형제자매가 자가격리 중인 아이, 학원에서 확진자와 밀접 접촉하여 자가격리 중인 아이, 부모님의 코로나 검사 결과 대기로 등교하지 못하는 아이, 콧물이 조금 흘러 코로나와 비슷한 유증상이라 출석하지 못하는 아이, 예방접종을 맞으러 가는 아이, 예방접종 맞고 아파서 못 나오는 아이, 확진자가 늘어나서 등교를 하지 않겠다는 아이, 등교는 하되 급식은 먹지 않겠다는 아이 등. 


오늘 아이들에게 물었다. 

"만약 우리 반 누군가가 자가격리가 되었다가 등교하면 어떻게 할 거니?"

"손뼉 쳐줘야죠! 고생했다고요."


학부모님들은 자가 격리된 후 아이들이 학교에서 기피대상이 될까 봐 걱정하지만 아이들의 인식은 벌써 저만큼 바뀌었다.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인 걸 알고,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그냥 덤덤하게 받아들이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박수까지 쳐준다는 아이들이 기특하다. 1년 동안 마음이 이렇게 자랐구나 싶어 대견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선생님은 교실에서 제일 마음이 급하고, 매일이 불안하다. 아침에 쏟아지는 전화는 마음을 더욱 급하게 만들고, 불안하게 만든다. 사실 학교는 12월이 가장 바쁜다. 학업성적처리, 졸업식 준비, 각종 행정처리, 중입 원서 확인 등등 정신이 없다. 그런데 이 와중에 아침에 전화는 쉴 새 없이 울린다. 교무실을 통한 연락도 받아야 하고, 개인 휴대폰으로 오는 문자도 받아야 하고, 서류도 챙겨야 하고, 학생별 각 케이스에 대한 대처법도 다시 한번 숙지한다. 아침마다 각 교실은 콜센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수많은 전화와 문자가 쏟아진다. 선생님들은 겨우 마실 물 한잔을 따르고 코로나 관련 연락을 받으며 정신없이 교실로 향한다.


주말과 밤에도 전화는 수시로 울린다. 학부모님들의 접촉자 문자, 자가격리 문자, 원격수업 진행 여부에 대한 문자 등. 부모님들의 놀란 마음을 알기에 다시 연락을 받고 돌린다. 주말에도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 혹시나 우리 반에 확진자라도 발생하는 날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우리 반은 벌써 자가 격리자가 3명으로 늘었다. 우리 학교와 주변 학교에 확진자가 나오니 학원 등 다양한 루트로 밀접접촉자가 생긴 까닭이다. 자가 격리자들을 마냥 e학습터 콘텐츠로 둘 수 없어 줌으로 실시간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무선 이어폰을 챙기고, 교실 컴퓨터에 연결할 동글도 샀다. 4명의 아이들이 줌에 들어왔다. 교실에 있는 21명의 아이들을 챙기면서, 실시간으로 들어온 4명의 아이들도 챙긴다. 혹시 연결이 끊기지는 않았는지, 과제는 다 했는지 수시로 확인한다. 모둠 수업도 제한이 있고, 특별실 사용도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어려운데 줌까지 컨트롤하려니 힘이 세 배는 든다.


머리가 아프더라도, 말하기가 힘들더라도 KF94 마스크를 꼭 챙긴다. 혹시 내가 확진이 되더라도 아이들은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잠자리에 누웠을 때도 두려움이 덮친다. 혹시라도 내가 밀접접촉자가 되면 우리 반 아이들은 어쩌지. 내가 확진되면 우리 학년 선생님들은 어쩌지. 우리 반에 확진자가 나오면 어쩌지 등등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매번 다양한 케이스들이 나오고 선생님들은 매뉴얼을 읽고 또 읽는다. 그러나 매뉴얼은 생각보다 촘촘하지 못해서 문의하고 의논해야 하는 상황들이 끊임없이 생긴다. 확진자가 갑자기 발생했을 때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면 잠자리에 든다. 


부장교사들과 관리자, 보건교사가 함께 있는 단톡방의 알림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주말에도 아이들 명부를 들고 해당 확진자의 형제자매를 확인한다. 동학년 선생님들께도 상황을 전달한다. 학부모님께 전화를 하여 걱정하는 마음을 전하고, 출결처리와 꾸러미 배부, 대체수업 진행에 대해 통화한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며 학부모님께 아이들의 칭찬 문자를 보내곤 하던 때가 불과 2년 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요즘 하는 학부모님들과의 통화에서는 걱정과 한숨이 묻어난다. 아이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으며 얼마나 불편했을지, 얼마나 무서웠을지가 고스란히 전해져 마음이 아려온다.


확진자가 발생한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을 추스르며, 매일매일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코로나가 언제 없어지냐고 볼맨 소리를 하는 아이들에게 '그러게 말이다.'라는 말을 해 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이들을 졸업시켜도 아이들의 건강이 가장 걱정이 될 것 같은 한 해의 마무리 맛이 씁쓸하다. 아이들을 무사히 졸업시키기만을 바라는 한 해의 마무리 맛이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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