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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맹샘 Jan 13. 2022

코로나 시대의 졸업식

졸업식을 마치며

"선생님, 부모님들은 오실 수 있어요?"

"그날 저희 학교 안 오는 날인데 졸업식이니까 와요?"


졸업식을 앞두고 무수한 질문이 쏟아진다. 졸업식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학부모님은 모실 수 있을지 6학년 부장으로 정말 고민이 많았다. 과연 이 상황에 졸업식을 어떻게 진행해야 현명한 것일까.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국 졸업식은 학부모님 없이 아이들과만 진행하게 되었다. 코로나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은 자리라고 모였다가 혹시나 코로나가 퍼지기라도 하면 서로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게 될 터였다. 유튜브 중계도 생각했으나 아이들도 학부모님들도 그다지 원하지 않으셨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야외 공간인 운동장에 6군데 포토존을 마련하기로 했다. 교장선생님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포토존은 아이들의 마지막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었다. 


사실 초등학교 졸업식은 아이들이 갖는 의미도 크지만 부모님이 갖는 의미도 크다. 정식 교육기관으로서의 첫 졸업식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입학식을 앞두고 학부모가 된다는 설렘과 두려움을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 졸업식을 한다. 초등학교 1학년과 6학년을 나란히 세워두고 보면 얼마나 많은 성장을 이루는지는 한눈에 알 수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졸업식을 하면 부모님들은 정말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마음이 벅차오르는 걸 느낄 수 있다. 등교하는 길도 혼자 못 다니던 1학년 아이들이 이제는 부모님 없이 노는 게 좋다며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다니는 6학년이 된다. 그리고 교복을 입고 중학생이 된다. 그 마음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반면, 아이들은  마냥 들뜬다. 물론 중학교에 올라간다는 걱정도 있지만 마냥 들뜬다. 그런데 졸업식날 아침, 아이들이 작은 종이를 하나 건넸다. 아이들의 글씨로 가득 찬 롤링페이퍼였다. 선생님 몰래 썼다는 롤링페이퍼를 보며 눈물이 핑 돈다. 특히 제일 걱정했던 민이의 사랑한다는 한마디가 와닿는다. 그렇게 글씨를 쓰기 싫어하다니 마지막으로 쓴 글씨가 사랑한다라니. 이보다 로맨틱한 러브레터가 어디 있을까. 내가 준 사랑보다 더 많은 사랑을 돌려주는 아이들이다.


코로나로 참 힘들었던 1년 동안 매일 학교 가는 길에 힘이 났던 이유는 아이들이었다. 밤새 일을 하고, 졸린 눈을 비비며 겨우 운전해 초점 없는 눈으로 우유 한잔을 마시는 아침. 밝게 인사하는 아이들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났다. 잘 안 되는 미술작품을 해내 보겠다고 끝까지 씨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교실이 더럽다고 대청소를 한다며 팔을 걷어 부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환하게 웃음이 났다. 물론 때로는 아이들의 미숙함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해 갈등도 있었다. 끝없는 인내심으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갈등을 해결한 시간도 돌아보면 웃음이 난다.


함께 한 시간과, 아쉬운 마음을 가득 담아 전날 졸업식 영상을 만들며 얼마나 울었는지 아침에 눈이 퉁퉁 부었다. 밤에 울면서 졸업식 당일날은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영상을 틀고 또 울었다. 아이들도 눈물을 뚝뚝 흘렸다. 서로의 추억을 돌아보며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을 흘리는 순간. 그 순간이 지나면 정말 이별이다. 졸업식은 그렇게 눈물로 마무리되었다.



내가 가장 마음을 쏟았던 우리 반 예쁜이가 교실을 나서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마음 저 깊은 곳부터 마음이 짠하다. 내가 저 아이에게 쏟았던 마음이 아이의 마음에도 남았나 보다. 꼭 안아주고 보냈는데, 잠시 후 또 나타나 사진을 찍자고 한다. 서로 부은 눈으로 사진을 찍고 다시 한번 인사를 한다. 아이는 뒷걸음질로 문을 나가고, 나는 아이가 서있던 곳을 빤히 바라본다.


이렇게 1년이 끝났다. 그리고 나의 2년 간의 긴 출퇴근도 끝이 났다. 처음 이곳에 올 때는 출퇴근길에 걱정이 한가득이었는데, 이제 운전도 제법 하고 길이 익숙하다. 그런데 이제 끝이었다. 


그렇게 졸업식을 치르고 1주일이 지난 오늘 배정통지서 배부를 하러 가서 아이들을 다시 만났다. 우리 반 예쁜이는 오자마자 졸업식 이후로 매일 울었다고 했다. 졸업식 때는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학교를 가지 않는 순간이 올 때마다 이별이 실감 났다고 했다. 앞으로 울지 말라고, 중학교 가면 더 좋은 추억도 많을 거라고, 건강하고 밝게 지내는 게 선생님의 행복이라고 했다. 아이가 눈물 가득한 눈과 살짝 올라가는 입꼬리로 슬며시 웃으며 알았다고 했다.


이별은 참 어렵다. 그래서 졸업식도 참 어렵다.

정이 든다는 것은 참 무섭다. 그래서 졸업식도 참 무섭다.

아이들이 자란다는 참 새롭다. 그래서 졸업식도 참 새롭다.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고 1년을 보내며, 온라인에서 만난 날들도 꽤 많았지만 아이들과의 추억도 참 많았다. 새로운 시도들도 함께 했었고, 시행착오도 함께 겪었다. 우리가 함께 했던 메타버스 추억들을 달력으로 제작하여 배정통지서 배부일에 함께 나누어 주었다. 아이들은 한참을 교실에서 떠나지 못하고 달력을 보고 또 봤다. 이렇게 진짜 우리의 마지막 일정이 끝났다.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아이들과 나의 고군분투가 예상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는 법이다. 아이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며, 우리의 코로나 졸업식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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