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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맹샘 Jan 23. 2022

잘못된 출처 인용을 당해보니

출처 기재, 작은 실수, 큰 상처

"공문이 접수되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공문이 접수되었다. 방학 중에도 공문은 끊임없이 접수된다. 특히 1-2월은 각종 사업신청 공문이 오는 기간이기 때문에 매일 업무관리시스템에 접속하여 공문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이다. 12월이 보고서 작성의 기간이었다면 1월과 2월은 내년도 계획서 작성의 기간이다. 이번 공문은 작년에 진행했던 프로젝트 사업 공문이었다. 올해도 당연히 진행하려고 준비 중인 사업이었다. 이 사업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참여하여 수상도 하고, 예산 지원으로 필요한 물품도 많이 구비했기 때문이다. VR과 메타버스를 활용하여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 토대가 된 사업이었다.


그런데 계획서 안내 공문을 살펴본 후, 당황스럽고 불쾌해졌다. 우리의 보고서 중 일부가 떡하니 안내 공문에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지역명이 잘못 표기되어서. 우리는 김포에 있는 학교인데 대구에 있는 학교로 잘못 기재되어 배포되었다. 심지어 보고서의 내용과 사진이 그대로 활용되었다. 우리에게 사전에 연락 온 것은 당연히 없었다. 온라인-오프라인 활용 연계 수업의 대표적인 예로 소개되어 있었다. 우리의 결과물이 전국에 공유된 것이 영광스러울 수도 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그러다 화가 났다.


우선, 학교명을 확인하지 않고 전국에 공문을 뿌린 것에 화가 났다. 대구에는 우리 학교와 동일한 이름의 학교가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단 한번 검색이라도 해보았다면 바로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전국적으로 나가는 공문에 우리가 활동한 자료가 오기재 되어 나갔다는 사실이 너무도 속상했다. 공공기관은 공문으로 움직인다. 공문에 의해 일이 시작되고, 일이 마무리된다. 학교명이 올바르게 기재되었다면 우리가 올린 다양한 수업자료들을 선생님들께서 좀 더 쉽게 찾아보고 일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보도자료나 신문기사 등을 찾아서 계획서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학교명이 달라지면 일단 검색 자체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화가 났다.


또, 보고서의 내용을 배포하기 전에 우리에게 전혀 안내가 없었다는 점에 화가 났다. 물론 사업에 따라서는 보고서가 홍보에 사용될 수 있다고 기재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우리는 그에 맞게 자료를 제작하여 보낸다. 그런데 이 사업은 그런 안내가 없었다. 그렇다면 사전에 우리와 연락해서 이렇게 홍보가 나갈 것이니 혹시 수정할 부분이 있는지, 그대로 내보내도 괜찮을지, 학교명은 맞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지 않았을까. 메일과 전화번호는 당연히 제출을 했기 때문에 사전에 연락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보고서를 제출한지는 이미 2달이 넘었으므로 검토기간이 짧은 것도 아니었다. 


방학 중이라 카톡으로 같이 연구한 선생님들께 사실을 알렸다. 모두 같은 마음으로 속상하고 화가 난다고 했다. 당장 전화를 해서 단체에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일단 숨을 돌렸다. 그간의 경험으로 지금 감정으로 이야기하면 감정이 앞서 내용 전달이 안될 것 같았다. 차분히 생각하며 감정을 정리했다. 사실상 공문이 뿌려져 있는 것을 고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그냥 조용히 있을까 하다가 내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까 싶어 고 고민을 했다. 같이 활동한 선생님들도 정정 요구 정도는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해당 단체 홈페이지에 가서 담당자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00초 교사인데 이름이 잘못 나갔다고 했더니 당황하며 죄송하다고 바로 정정을 해 준다고 했다. 하지만 수많은 일처리를 해보고 봐 왔기 때문에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전국에 뿌려진 수많은 공문을 무슨 수로 정정한단 말인가. 물론 공문을 다시 보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각 학교에 업무를 하나씩 더 주는 꼴이다. 그래서 일단 알고 계시라고 한 것이고, 정정은 최대한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그리고 다음에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유념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보고서를 활용하기 전에 확인 전화나 이메일을 보내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죄송해했다. 보고서가 갑자기 실려 말도 없이 배포되어서 당황했다고 하였다. 교육청에서 어떤 자료를 실을 때에는 사전에 장학사님께서 전화를 하거나 메신저로 확인하는 절차들을 거친다. 그런데 해당 단체는 그런 점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아마 이런 전화를 했다는 것 자체에 조금 놀란 것 같았다. 전국 공문에 예시로 뿌려지는 것을 영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보통 외부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자료 요청에 흔쾌히 응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렇게 학교명이 제대로 표기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고 나니 정말 속상했다. 또 보고서 인용에 대한 사전 안내를 받지 못해 더욱더 속상했다. 사실 이 단체는 학교에서 가장 바쁜 12월에 전화를 해 당장 3일 뒤 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한 단체이기도 했다. 메타버스와 관련된 조언이 필요하다고 수업도 빼야 하는 시간에 2시간 되는 거리의 회의실까지 와달라고 했다. 아이들 수업 때문에 거절하니 상사라는 분이 다시 전화가 와서 요청했다. 하지만 외부활동을 하면서 지키는 철칙 중 하나는 아이들 수업에 영향을 주지 않기, 아이들이 하는 활동에 도움이 되는 일만 하기였기 때문에 응하지 않았다. 수업시간도 빠지면서 아이들이 활동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 일에 굳이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진행할 때 이런 부분들이 참 아쉽다. 조금만 더 배려한다면 우리도 우리가 가진 것을 흔쾌히 나눌 텐데 안타까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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