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벗어나 나를 선택하는 법
2024년 12월은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조직 개편으로 직책을 내려놓은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시점이었다. 지난 1년 동안 회사 안에서 뚜렷한 방향을 찾지 못했다. MBA에 재학하며 KAC 코치 자격을 취득했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안정된 상태도 어느 정도 확보했지만, 회사 안에서의 역할과 기여는 여전히 불분명했다. 개인적인 변화와는 별개로, 나의 의지만으로 기존 조직에 다시 적응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과거의 직책은 여전히 꼬리표처럼 따라다녔고, 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도 어려웠다. 주변의 시선 역시 점점 부담으로 다가왔다. 스스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 상태였다.
2024년은 회사에서 나의 방향을 시험하는 시간이었다. 사내 코치로서의 활동을 시작했지만 주된 역할은 아니었다. 리더 이전의 평직원으로 돌아가 다시 업무를 수행하는 방안, 회사를 떠나 새로운 길을 찾는 방안 등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민했다. 그러나 어느 하나도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았다. 바뀐 위치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랐고, 적지 않은 나이 또한 선택의 폭을 좁히고 있었다. 더 이상 시간을 흘려보낼 수는 없었다.
MBA에서 함께 공부하던 코치들이 떠올랐다. 그동안은 학습을 위한 실습 코칭이었다면, 이번에는 나의 현실적인 고민을 정리하기 위한 코칭을 요청했다. 김나정황 멤버 세 명의 코치에게 같은 주제로 코칭을 받았다. 여러 차례 실습 코칭을 진행할 때와는 전혀 다른 긴장감이 있었다. 나의 미래가 걸린 문제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더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2024년 11월경에 진행된 실제 코칭에서 다음과 같은 대화가 진행되었다. 편의상 나를 드림으로 표현했다.
코치: 지금 진로를 다시 정리하려는 계기는 무엇인가요?
드림: 직책을 내려놓은 지 1년이 지났는데, 회사에서 손에 잡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이대로 계속 있어도 방향이 보이지 않아서, 이제는 머무를지 떠날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코치: 그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드림: 공부와 코칭, 글쓰기를 하면서 저 자신을 돌아볼 여유는 생겼습니다. 마음은 많이 안정됐습니다. 그런데 회사 안에서는 여전히 제 역할이 불분명합니다. 이대로 남으면 결국 버티는 삶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코치: 지금 회사에 계속 남는다면 어떤 모습이 그려지나요?
드림: 의욕 없이 시간을 보내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의미 없는 일을 반복하면서 점점 에너지가 빠질 것 같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원치 않는 자리로 밀려나면서 자존감까지 무너질 것 같습니다.
코치: 현재 상황을 바꾸기 위한 시도는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요?
드림: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회사 구조상 제가 바꿀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고, 무엇보다 제 마음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습니다.
코치: 그렇다면 퇴직을 선택한다면 본인에게는 어떤 의미가 될까요?
드림: 단순히 회사를 떠나는 선택이 아니라, 제 삶을 다시 선택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은 회사라는 틀 안에서 역할과 책임에 맞춰 살아왔다면, 이제는 저 자신을 기준으로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치: 그 선택 앞에서 느끼는 가장 큰 불안은 무엇인가요?
드림: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더 큰 것은 과거에 조직에서 겪었던 상실과 관계에서 받은 상처가 다시 반복될까 봐 두려운 마음입니다.
코치: 지금의 망설임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드림: 돌아보면 과거의 경험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어서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있습니다.
코치: 만약 퇴직 이후 예상과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드림: 그때는 다시 선택하면 됩니다. 길이 완전히 막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코치: 이번 선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드림: 제 삶을 제가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도구처럼 대하지 않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해 온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코치: 그 기준을 지키다가 어려움이 생긴다면 어떤 감정이 들까요?
드림: 만약 문제가 생기면 제가 선택한 것이기에 다시 일어설 마음이 생길 것 같네요.
코치: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볼 때, 이번 선택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드림: 그동안은 저 자신을 위해 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할과 책임, 기대에 맞춰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용기를 내서 그 틀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라고 느낍니다.
코치: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선택의 기울기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요?
드림: 퇴직 쪽입니다. 단순히 회사를 떠나는 문제가 아니라, 제 삶의 방향을 다시 정하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코치: 그 결정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본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드림: 이제는 회사라는 울타리 안이 아니라, 내 삶을 기준으로 선택하겠다는 것입니다. 두렵지만, 저를 찾기 위해 한 번은 벗어나야 한다고 느낍니다.
결론 자체보다도,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 나를 속이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는 점이 더 중요했다. MBA 과정에서 만난 코치들과의 대화는 혼란스러웠던 내 생각을 차분하게 풀어내고,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지키고 싶은 사람인지를 명확하게 해 주었다. 그들은 단순한 동료나 조언자가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나를 나답게 서게 해 준 소중한 존재들이었다.
나는 익숙함에 머무르는 대신, 불확실하더라도 의미 있는 방향을 향해 인생의 두 번째 막을 열기로 결심했다. 세 번의 코칭 대화를 마치고 나는 퇴직을 결심했다. 두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적어도 이 선택만큼은 나 자신의 목소리로 내린 결정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2024년 12월 20일 MBA 1년을 마칠 즈음, 28년간 다니던 직장이란 울타리를 벗어났다.
인생의 전환기에 코칭은 막막했던 방향을 정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명확한 답을 제시해 주는 방식은 아니었지만, 저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면서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코칭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 글을 참조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코칭받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