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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맥스 Apr 13. 2024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 (7)

   저는 바람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칠흑 같이 어두운 밤에도 바람을 보면서 몰래 흠모하곤 하지요. 그런 바람은 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색은 하지 않습니다. 그냥 자신의 길을 갈 뿐이죠. 그저 저는 그의 환한 미소를 몰래몰래 쳐다만 볼 뿐입니다. 그 시작이 언제인지도 알 수 없을 만큼 오래된 혼자만의 바람 짝사랑을 하고 있답니다.




   해가 뜨는 낮에도 여전히 저의 바람 사랑은 계속됩니다. 쏟아지는 뜨거운 태양빛 아래에서도 저는 오직 바람만을 생각한답니다. 밝은 대낮에 어찌 이리도 저의 마음은 그에게만 향해 있을까요? 바람이 움직이는 방향을 보면서 술래잡기하듯이 그런 숨바꼭질이 계속되었답니다.

   이런 바람 사랑을 저는 노래로 표현합니다. 때로는 잔잔하게 또 때로는 웅장하게. 저의 노래는 참 다양합니다. 사람들이 저의 노래를 들으러 오기도 합니다. 잔잔하게 서정적일 때 사람들은 한참 동안 제 주변에 앉아서 멋진 추억의 회상에 잠기기도 합니다. 머리를 마주대고 그윽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연인들이 있으면 저는 좀 더 열심히 노래에 집중한답니다. 그 사랑이 영원하도록 말입니다.




   제가 사는 곳은 참 다양합니다. 동네 어귀의 바닷가 근처에서도 살고 있고, 외딴섬의 큰 바위 근처, 아니면 사람들이 모여서 휴양을 즐기고 있는 해변가 모래밭일 수도 있습니다. 나이는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 긴긴 세월 동안 저는 열심히 일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바위, 돌 그리고 모래 친구들과 함께하는 밀당입니다. 밀당의 귀재라고 불렸습니다. 손에 잡힐 듯 다가오다가도 이내 사라져 버리고, 사라진 듯하다가도 다시 나타나서 또 잡힐 듯 다가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저는 그 누구에게도 잡혀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를 밀당의 귀재라고 부른답니다.

   제 친구들인 바위와 돌, 그리고 모래들은 언제나 저를 반겨 주지요.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 제가 나타났다 사라져도 항상 반갑게 맞아 준답니다. 제가 나타날 때면 모두가 긴장하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여리게 또 어떤 때는 강하게 화를 내는 것 같으니 저를 무서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용히 나타날 때는 세상에 그렇게 착하고 순해서 모두가 저와 함께 노래를 한답니다. 규칙적인 리듬을 탈 때도 있고 엇박자를 일으키며 매번 다른 소를 내기도 합니다.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밀당을 하며 노래를 할 때 저는 행복합니다. 친구들도 제가 싫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름 어느 날이었습니다. 제가 무슨 일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바람과 크게 싸운 적이 있었습니다. 화가 굉장히 많이 났었습니다. 분노에 차서 모든 것을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서 이성을 잃고 친구들에게도 몸 쓸 짓을 했지요. 마구 친구들을 세차게 때려 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때 제가 너무 세게 친구들을 때리는 바람에 다치는 친구도 생겼습니다. 푹 파여 버린 돌과 모래들을 볼 때 저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다시 이성을 되찾았지만 이미 다쳐버린 친구들이 몹시 힘들어했습니다.




   또 시간이 흘렀습니다. 거세게 일어났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작아져 버리는 저는 어찌 보면 불쌍하기도 합니다. 혼자 바람 짝사랑만 벌써 얼마동안인지 사람들은 아마도 잘 모를 겁니다. 이 지구가 태어난 직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열심히 바람을 사랑해 왔습니다. 항상 그를 보면서 제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저의 바람 사랑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언젠가는 바람이 저의 이런 마음을 알아주겠지요?












   저는 바람에 따라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파도입니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드림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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