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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맥스 Apr 10. 2024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 (6)

   봄이 왔군요. 저는 봄이면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겨우 내 움츠러들었던 마음을 녹이기 시작합니다. 제 주변에서 화사하게 피어나기 시작하는 꽃들도 너무 소중한 이웃들이죠. 꽃이 피었다는 건 우리의 마음에 새로운 희망이 싹튼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봄이 저는 너무 좋습니다. 또 새롭게 펼쳐질 저의 변신이 기대되기도 하거든요.




   봄에는 그동안 헤어졌던 다양한 친구들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겨울잠을 자던 각종 동물 친구들이 저를 보러 옵니다. 잠시 제 주변에서 서성이다 인사만 남기고 사라지는 친구도 있고 제게 다가와서 마음의 갈증을 해소하는 듯한 소리를 내고 가는 친구도 있습니다.


   봄에는 제가 왕성히 활동하기 전이라 몸도 왜소하고 볼품이 별로 없기는 합니다. 그래서 여름이 기다려집니다. 저도 좀 더 커서 친구들에게 뽐내고 싶거든요. 하지만 봄도 너무 좋습니다. 저는 노래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봄에는 아직 몸이 덜 풀려서 조금은 조용한 소리를 내지만 이 소리를 좋아하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사람들도 그런 봄의 저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름이 왔습니다. 기다리던 여름이 드디어 왔네요. 요 며칠 사이 비가 제법 내려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그런 환경이 되었습니다. 여름이 좋기는 하지만 큰 태풍만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태풍이 오면 무섭기도 하고 친구들이 저 때문에 다칠까 봐 너무 걱정이 됩니다. 제 몸집이 갑자기 커지면서 예상하지 못한 헐크로 변신할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마음만은 정말 여리고 순수합니다.




   활기찬 여름이 되면 제 목소리가 많이 커집니다.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면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이런 노래는 한번 시작하면 쉬지 않고 계속하게 됩니다. 목이 아프지도 않습니다. 사람들도 이런 저를 보기 위해 모여들 때도 있습니다. 제 노랫소리가 너무 좋은가 봅니다. 한참을 듣다가 저랑 같이 사진도 찍고 돌아가기도 합니다. 제 노래 공연 중에는 조금 조심해야 합니다. 제 침이 튀어서 사람들이 난감해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실수를 할 때 미안하기는 하지만 공연 중이라 어떻게 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냥 모른 척하는 수밖에요.


   저는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는 보통 산 높은 곳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탁 트인 전망을 보면서 큰소리로 노래를 할 때 그 기분은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날아가는 새들과 초록으로 우거진 숲을 내려다보면서 노래하는 그 맛을 아마 여러분들이 상상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이 산속에서 저보다 목소리가 큰 친구는 아직은 보지 못했습니다. 가끔은 사람들도 저랑 목소리 대결을 하려고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누구입니까?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제게 진 사람들이 뭔가를 배웠다면서 고맙다고 합니다. 전 영문을 잘 모르겠습니다.




   가을이 왔습니다. 가을에도 저는 여전히 노래를 부릅니다. 초록의 숲이 이제는 형형색색의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특히 빨간 단풍을 감상하는 것이 제일 큰 취미입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색이 변해가는 숲을 보고 있노라면 힐링이 됩니다. 그동안 큰 소리로 노래를 하면서 힘들었던 여름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가을에도 단풍들과 어우러진 저를 보기 위해 많이 찾아옵니다. 가을에도 여전히 제 목소리는 청아하고 맑고 우렁차거든요. 경치와 어우러진 제 노래를 들으며 힐링하는 사람들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가을철에 기다려지는 친구가 있습니다. 멀리서부터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라는 친구입니다. 이번에도 잊지 않고 다시 찾아왔습니다. 얼마나 멀리서 왔는지는 알 수는 없습니다. 힘들고 고단할 텐데 어찌 저리 물을 거슬러서 올라오려고 고생하고 있을까요? 목적이 어찌 되었든 저는 이 친구를 만나는 게 너무 좋습니다. 이 친구는 저를 뛰어넘을 정도로 엄청난 집념과 끈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참 신기한 녀석이기는 하죠. 왜 저리 힘들게 살아갈까 이해가 잘 안 될 때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매년 기다려지는 반가운 친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겨울이 또 찾아왔습니다. 나무의 잎들이 떨어져 수북하게 쌓이는 시기가 되면 저는 본격적으로 겨울잠을 잘 준비를 합니다. 우선 몸집을 줄입니다. 그동안 부르던 노래도 이제는 쉬어야 할 때입니다. 힘든 목청이 쉴 수 있는 계절이라 좀 편해지기는 합니다. 본격적으로 기온이 떨어지고 눈까지 내리기 시작하면 한해 열심히 살아온 저이지만 체력의 한계를 느낍니다.




   이제는 딱딱한 옷으로 갈아입고 겨울잠을 잘 채비를 합니다. 드디어 긴 겨울잠에 들어갑니다. 봄, 여름, 가을의 추억들을 간직한 채 고요한 숙면의 시간으로 이어집니다. 숲 속의 친구들도 하나씩 하나씩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모습을 감추게 됩니다. 또 새로운 봄이 오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요? 고단한 몸을 이제는 좀 편히 쉴 수 있도록 조용히 누워 봅니다.











저는 숲 속에서 즐겁게 노래하는 폭포입니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드림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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