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드림이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느새 드림맥스는 드림이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 들었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조금 더 정신을 집중해서 듣기 시작합니다.
[Story 1]
제가 사람들을 만나게 되기까지는 여러 가지 준비를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투명하지만, 매끈한 얇은 옷을 입게 되면 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만나러 떠납니다. 사람들이 저를 찾는 경우는 참 다양합니다. 때와 장소도 다양합니다.
저는 인기가 매우 많습니다. 전 국민이 저를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심지어 해외에서도 꽤 인기가 많습니다. 많은 전 세계 사람들이 저를 좋아합니다. 뭐 제가 좀 인기가 있는 편이죠. 연예인이 아님에도 이놈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릅니다. 나이나 성별 그리고 국적을 초월해서 사람들이 너무 저를 좋아해요. 이 인기를 어떻게 주체를 못 하겠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주로 같이 다닙니다. 제 친구들도 가만히 보니 그 생김새가 참 다양합니다. 길쭉하게 키가 큰 친구도 있지만 키가 작고 뚱뚱한 친구도 있습니다. 생김새나 내부도 아주 다릅니다. 모양이 다른 만큼 그 성격도 가지각색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저는 주로 흰머리에 파마한 생태라서 어찌 보면 웃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를 통속에 꼭 숨겨 두었기에 그냥 보면 제가 파마를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보통 제 증명사진을 붙여 두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저의 친구들은 국적도 다양하긴 합니다만 주로 한국 친구들이 많고 다른 나라 국적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국을 제외하면 일본, 미국 국적이 조금 많기는 합니다. 일본이나 미국에 가 보지는 못했지만 거기 가면 제 친구들이 무지하게 많다고 들었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해외에 가서 친구들을 꼭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런 저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오늘도 기다리면서 기도를 해 봅니다.
저는 파마를 한 상태로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 파마를 한 곳이 머리인지 몸인지도 조금 헷갈리기는 합니다. 저 혼자서는 사실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합니다. 보통은 어두운 작은방 안에서 친구들과 함께 아무 말도 없이 오랜 시간 동안 갇혀서 지내곤 합니다. 한 명씩 또는 두세 명씩 친구들이 사라질 때마다 저도 어서 나가고 싶기는 합니다. 바깥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기대도 있지만 어떤 무서운 일이 생길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물을 좋아합니다. 어쩌면 물을 만나는 것이 저의 숙명입니다. 뜨거운 물 목욕만 즐깁니다. 지금까지 차가운 물을 만나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실수로 차가운 물을 만나게 되어 황당해했던 기억이 있기는 합니다. 온도가 낮은 물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목욕을 하는데 정말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찬물은 너무 싫어요.
목욕할 때는 꼭 물에 영양분이 많은 보조물을 함께 넣습니다. 그래야만 제가 기분이 좋아집니다. 물 온도가 적당하면 좋겠는데 보통은 아주 뜨거울 때가 많습니다. 뜨거운 물이 들어오게 되면 저는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 기분 탓에 제 몸도 같이 커지는 듯합니다.
그렇게 몇 분간의 뜨거웠던 물속에서 딱딱했던 제 몸이 서서히 회복됩니다. 저는 평소에 몸이 굳어있는 상태였다가 뜨거운 물에서만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뜨거운 물이 좋기는 한데 너무 뜨거워서 무섭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번 뜨거운 물 목욕을 하고 나면 저는 다시는 처음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화상을 입은 온 몸뚱어리가 물렁물렁해져 버립니다. 딱딱한 근육질로 다져온 저이지만 견디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때가 보통은 제 삶의 마지막 순간이 됩니다.
태어나서 사람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저는 뜨거운 물 목욕을 한 번 하는 것이 제 인생의 목적이자 꿈입니다. 사람들이 그런 저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슬프거나 후회를 해 본 적은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도움을 준다는 것도 제 인생의 또 하나의 꿈이기도 하거든요.
저는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는 인기 있는 컵라면입니다.
[Story 2]
돌돌돌 돌아가다가 보니 어지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합니다. 어쩌다 저는 여기까지 와서 이런 고초를 당하고 있는 것일까요? 분명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던 제가 이곳까지 와서 이런 삶이 되어 버렸을까요? 여러 명의 피해자와 한 몸이 되어버린 지금의 이 상황이 참 안타깝기만 합니다.
제 고향은 바다입니다. 사실 부모님이 누구인지도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모릅니다. 바다에서 살다가 어찌하다 보니 육지로 올라왔습니다. 바닷가 따뜻한 햇볕에서 바람과 함께 지내다가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되었지요. 그래서 새까맣게 타버린 피부가 건강해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전 본성이 착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나쁜 짓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자유롭게 바다에서 그냥 떠다니는 자유로운 영혼처럼 살았지요. 지금 이렇게 여러 명을 붙잡아 놓고 서로 옴짝달싹할 수 없게 하는 역할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원래는 얇고 힘없는 존재였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이들을 함께 붙들어 놓을 수 있게 되었는지 신기하기도 합니다.
죄인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도 잔뜩 잡혀 와 있는 친구들을 보니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제게 돌돌 말리기 전에 모두 깨끗하게 목욕하고 조용히 누워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만히 보니 다양한 친구들이 잡혀 왔습니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다양합니다. 잡혀 온 곳도 다양합니다. 주로 산이나 바다에서 살다가 잡혀 온 친구들이네요.
잠시 뒤에는 우리가 한 몸으로 뒤엉켜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릴 겁니다. 그래서 이 친구들이 지금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철창에 갇히는 셈이 됩니다. 이렇게 함께 뒤엉켜 있어야만 우리의 존재 가치가 생기게 됩니다. 참 희한한 모습입니다. 돌돌돌 돌아갈 때는 아비규환이 따로 없습니다. 서로 살려 달라고 아우성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극도로 혼란한 상황이 끝나고 나면 숨을 쉴 수도 없이 서로 다닥다닥 붙어서 꼼짝없이 줄지어 누워 있게 됩니다. 그러고는 커다란 칼이 우리를... 아우~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무서워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참 불쌍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지요. 지난 생활을 되돌아본들 달라질 방법이 없습니다. 꼼짝없이 갇힌 신세들이니까요.
저는 생김새도 참 다양합니다. 원래는 어떤 모양을 가지고 있지 않았었죠. 육지로 잡혀 와서 햇빛과 바람과 함께 지내다 보니 얇고 가녀린 모습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잡혀 있다 보니 지금 저의 모습은 원래 모습과는 완전 딴판이 되어 버렸습니다. 때로는 뚱뚱하게 때로는 홀쭉하게 길게 둥글둥글하게 변신해 버렸습니다. 잘린 단면을 보니 참 어이가 없습니다. 한데 뒤엉킨 친구들과의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합니다. 답답해 보입니다.
이렇게 뭉쳐진 우리의 고충과는 상관없이 사람들에게는 인기 만점입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대부분이 좋아하는 국민 인기 스타이기도 합니다. 영양가 많은 친구들이 많이 감금되어 있어서 인기가 높은 것 같기도 합니다. 먹을 때 편한 것도 한몫할 겁니다. 우리가 지금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는 사람들이 알 바 아닙니다.
저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우리 중 상당수는 천국에 살게 됩니다. 왜 천국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부릅니다. 큰 명패까지 그렇게 적어 놓았더군요. 천국에서 살고 있다고 말입니다. 태어나서 잘 살고 있던 우리들을 잡아 와서 웃기게 서로 꽁꽁 묶어 놓고는 천국이라고요? 참 어이가 없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누군가의 선택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중입니다. 때로는 배고픈 사람들이고 때로는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이겠지요. 힘든 과정을 거쳐 지금 천국에 살고는 있지만 곧 어디론가 떠날 예정입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결국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버려질 것입니다. 참 슬픈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