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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맥스 Oct 12. 2024

세 번째 드림이 이야기

#03 빛과 어둠

  세 번째 드림이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드림맥스는 궁금했습니다. 또다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듭니다.




[Story 1] 

  사물(事物)은 물질세계에 있는 모든 구체적이며 개별적인 존재를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사물이란 너무 광범위하고 다양한 형태의 모든 존재를 다루는 말이기에 그 실체를 논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 사물들이 있기에 사람들이 오늘을 살아갈 수 있겠지요.


  사물인 우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저 자신도 궁금하기는 합니다. 매일 존재하는 사물은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대로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붙여진 사물들이지만 그 실체의 기원이 무엇일까 저 자신도 궁금합니다. 자 이제부터 제 얘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저는 사물들에 있어서는 의미와 같은 존재입니다. 저는 사물에 있어서 근원과 같은 존재입니다. 저는 사물에 있어서 그 실체와 같은 존재입니다. 다양한 사물은 저의 다른 모습이기도 합니다. 저는 보통은 일정한 형태를 가지고 움직이며 생활합니다만 때로는 자유롭게 떠다니는 영혼처럼 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저를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사물의 근원을 파헤쳐 보려는 시도일 수도 있겠지요. 저는 언제나 존재하고 있지만 그 존재를 인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를 찾기 위해 확인하면 할수록 저의 모호성이 점점 커지거든요. 다가와서 저를 찾을수록 더욱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일 겁니다.


  저는 실체를 가진 사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파도나 공기와 같은 파동 형태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나요? 마치 실체가 있고 손에 잡힐 듯하지만, 막상 다가서면 그 형체도 찾기 어려운 모호함에 빠져버리니까요.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알 듯 모를 듯한 그런 삶 말이죠.


  제가 일정한 행태를 가지고 공간을 지키고 있을 때 사물로 보이게 됩니다. 제 일상을 떠나서 자유롭게 떠다닐 때는 어떤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게 무슨 뜬구름 잡는 뚱딴지같은 소리이냐고요? 하지만 그게 사실이거든요.




  저는 매우 가볍습니다. 사람의 눈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이는 사물의 실체이기도 하지요. 물론 제 친구들이 더 있기는 합니다. 저는 주로 친구들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를 좋아합니다. 어지럽냐고요? 글쎄요, 태생이 그런 놀이를 좋아하니 괜찮습니다. 저를 알아봐 준 사람들이 제가 구름처럼 산다고 하더군요.


  제일 친한 친구들 주위로 빙글빙글 돌 때는 굉장히 안정된 삶이라고 사람들이 말합니다. 그래야만 사물이 존재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각종 자연 현상들을 만들어 내려면 제가 가출을 해야 합니다. 그냥 조용히 살아서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저를 집 밖으로 내쫓아야 그제야 무언가 사람들에게 유용한 일들이 생기지요.




  이름이 알려지고 나서도 저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시도는 계속되었지요. 움직이고 있는 사물의 위치와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것처럼 저를 똑같이 확인하려면 오리무중에 빠져버립니다. 위치와 속도는 함께 측정할 수 있는 개념이지만 저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어떤 아저씨가 저를 찾기 위해 시도하다가 불확정성의 원리라는 애매모호한 결론을 내리기도 합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가만히 있지도 않는 저를 찾아낸 거 보면 사람들의 머리가 비상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의 존재를 알아봐 준 이웃집 아저씨인 톰슨이 정말 고맙죠. 그분 아니었으면 아직도 저의 존재를 모르고 사물이 존재하고 있을 테니까요. 톰슨 아저씨는 저의 영원한 은인입니다.


  제 이름이 쓰인 사례는 매우 많습니다. 일상생활에 쓰이는 제품 앞에 붙기도 하고 실험실이나 연구소에서 쓰는 도구 앞에도 쓰입니다. 심지어 대학교의 학과 이름도 있더군요. 그냥 현대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저를 잘 알고 있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드림맥스님은 저를 당연히 잘 아시는 것 같고 또 다른 많은 분이 저의 존재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내셨겠죠?




저는 원자핵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입니다.






[Story 2] 

  한가로운 낮에는 저의 달콤한 휴식 시간입니다. 시원하게 땀을 식히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냅니다. 뜨겁게 불태울 밤을 위해서 편안한 휴식을 취합니다. 서서히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하나둘씩 활동을 시작합니다. 드디어 저의 시간이 돌아온 것이죠. 이 시간이 제일 긴장되기도 하지만 새롭게 시작할 하루 활동에 설레기도 합니다.


  텅 빈 저의 몸 핏줄 속으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전자들이 힘차게 밀려 들어올 때 뜨거워지는 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활동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일어나고 또 어떤 친구들을 만나게 될까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기는 하지만 설레는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잠에서 깬 저는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뭐 만난다고 하기보다는 그냥 조용히 내려 본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거 같네요. 사람들은 사실 저를 잘 쳐다보지는 않습니다. 그냥 제가 조금 부담스러운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힐끔 쳐다볼 때는 있지만 계속 쳐다보지는 않습니다. 제게 직접 다가와서 말을 걸거나 하지도 않지요. 그만큼 부담스러운 존재이기는 한데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지요.


  엄마의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어 나온 아이가 오늘의 첫 친구입니다. 엄마 손을 꼭 붙잡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뒤뚱뒤뚱 걸어 다니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가끔 엄마 손을 놓고 혼자서 걷어 보기도 합니다. 어이쿠 넘어졌습니다. 울음을 터뜨리려던 순간 엄마의 손을 잡은 아기는 일어서서 아파트 정문 쪽을 바라보며 다시 걷기 시작합니다.


  조용히 뒷모습을 바라보며 뒤따르는 엄마는 애정 어린 눈으로 아이를 바라봅니다. 멀리서 아이 아빠가 뛰어와서 사랑스러운 아이를 번쩍 안아서 들어 올립니다. 아이의 얼굴에는 하루 떨어져 있던 아빠를 만나는 순간의 행복감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활짝 웃는 모습에 저도 기분이 너무 좋아졌습니다.




  사람들이 지나다닙니다. 직장에서 열심히 하루 일을 하고 각자의 쉼터로 안전하게 돌아가는 뒷모습에서 보람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녁 시간까지 친구들과 놀고 있는 어린 친구들도 아직 보입니다. 곧 엄마들이 나타나고 어린 친구들을 데리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한바탕 사람들이 지나가고 나면 조용한 시간이 다가옵니다.


  늦은 밤에도 저는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 몸은 뜨거워져 있지만 선선한 밤공기가 저를 그나마 위로해 주고 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 제 앞에 두 남녀가 섰습니다. 여자를 내려다보는 남자의 눈빛에는 사랑이 듬뿍 담겨 그윽하고 애절함이 가득했습니다.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두 손을 맞잡고 서로 쳐다보는 눈빛 아래로 잠깐의 입맞춤 뒤에 남자는 아쉬운 듯 뒷걸음치며 멀어져 갑니다. 그런 남자를 여자는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또다시 찾아온 적막의 시간입니다. 이번에는 고양이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한참 엄마를 찾는 듯한 애절한 울음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배가 고픈가 봅니다. 그러다가 어디선가 나타난 친구 고양이를 따라서 축 처진 꼬리를 흔들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더 이상 인기척이 없는 시간이 흘러갑니다.




   이제는 하늘의 친구들이 나타났습니다.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님이 삐죽이 얼굴을 내밀면서 환한 미소를 지어 줍니다. 제 오래된 친구이기도 합니다. 곧이어 수많은 별님이 나타났습니다. 누가 누구인지 이름을 외우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달님과 별님, 그리고 구름들은 항상 조용히 저의 기다림의 지루함을 덜어주고 있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오늘도 저 친구들을 벗 삼아 열심히 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점점 뜨거워지는 몸이 조금 피곤해지는 것 같습니다. 외롭기는 하지만 친구들을 위안 삼아 오늘 하루도 그렇게 견디어 봅니다.




   밤이 지나고 먼동이 터 옵니다. 다시 잠을 잘 시간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어둠을 밝히던 저와 해님과 임무 교대를 하는 시간입니다. 달콤한 꿈나라로 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인근에서 일을 하고 있던 저의 동료들도 이제는 하나둘씩 각자의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기 시작합니다. 저도 이제 또 다른 저녁을 위해 잠을 좀 청해야겠습니다. 굿 모닝~ 이것이 저의 하루 마지막 인사입니다.




저는 어둠을 밝히는 가로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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