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드림이가 이야기를 또 이어갑니다. 드림맥스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또 빠져듭니다.
[Story 1]
어두웠던 공간이 밝아졌습니다. 한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더니 뒤 이어 몇 사람이 다정히 대화하며 걸어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더니 제게로 다가옵니다. 반가운 듯 어지럽게 빙그르르 나를 돌리더니 내게 기대어 앉아 발끝으로 저를 이끕니다. 묵직한 무게감이 또 회의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습니다.
바로 앞 책상은 오래된 저의 친구입니다. 밤사이 같이 붙어서 이런저런 얘기 꽃을 피웠습니다. 딱 붙어서 그 온기를 고스란히 느끼며 전날 있었던 얘기들을 쏟아 내며 수다를 떨었습니다. 책상은 지금의 모습이 좋다고 했습니다. 항상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물건들과 애지중지 자신을 아껴주는 손길이 너무 좋다고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깨끗하게 닦아 준다고도 했습니다.
그런 책상의 얘기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사실 제게는 책상과 같은 그런 다양한 일들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묵직한 무게감을 느끼며 다리와 발이 밀고 당기는 방향으로 따라다닐 뿐입니다. 저를 떠받치고 있는 다섯 개의 바퀴 덕분입니다. 이 친구들이 없었으면 저는 아마 움직임이 거의 없는 심심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침 회의가 시작되나 봅니다. 저를 휙 돌리더니 책상과 등지게 만들고 뒤에 있는 사람들과 둥그렇게 모여 앉았습니다. 이때가 유일하게 옆에 있는 저의 동료들을 마주 대하는 시간입니다. 다 비슷하게 생긴 동료들입니다. 나이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는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하루 종일 힘들지 않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 말입니다. 그게 우리가 태어난 목적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사람들이 지치지 않도록 안락함을 제공하는 우리의 일 말입니다.
오늘 회의는 다소 경직되어 있습니다. 누군가 일을 좀 그르친 모양입니다. 상사로부터 혼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분위기가 싸해집니다. 저는 이런 시간이 제일 싫습니다. 서로 기분 좋은 얘기만 하면 좋겠는데 그렇게만 될 수는 없나 봅니다. 얼른 이 어색하고 딱딱한 시간이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다행히 그리 오래 끌지 않고 분위기가 다시 좋아졌습니다. 그 옆 동료가 분위기를 돌리려고 말하면서부터 살짝 분위기가 누그러졌습니다. 고맙기만 합니다. 용기 내서 그런 얘기를 해 준 그 사람이. 그렇게 회의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오늘 하루도 잘 부탁한다는 상사의 얘기를 끝으로 회의는 종료되었습니다.
다시 다리와 발이 저를 180도 돌려서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저의 동료들과 마주 대하는 시간이 끝이 났습니다. 이제부터는 서로 등을 돌리고 있거나 옆으로 나란히 있어야만 합니다. 또다시 저를 돌려주기 전에는 옆 동료들을 볼 수 없습니다.
잠시 뒤 누군가가 커피 한잔하자는 말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서 휴게실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또 조용한 우리들만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운 좋게도 몸이 90도 정도 돌려져 옆자리에 있는 동료와 같이 마주 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마주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늘은 큰 행운이 있는 날 같습니다.
제가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오늘은 컨디션이 어떠냐고 말입니다. 옆 동료는 며칠 전부터 삐걱삐걱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같은 동료이지만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습니다. 바퀴부터 보면 많이 닳아서 약간 기울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팔걸이도 책상과 많이 부딪쳐서 여러 흠집이 나 있습니다. 요즘은 허리가 안 좋은지 움직일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종종 들었습니다. 걱정이 되었습니다. 옆 동료는 아직은 괜찮은데 소리가 점점 커지는 게 신경 쓰인다고 했습니다.
자리 주인은 그런 소리가 아직은 신경 쓰이지 않는지 아무런 치료를 해 줄 생각은 아직 안 한다고 했습니다.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항상 성실하게 자기의 일을 열심히 해 오던 선배님이라 나도 저렇게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준 분입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사람들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제 자리 주인은 담배를 피웁니다. 이 냄새가 너무 싫습니다. 휴게실 다녀온 이후로 한동안 이 냄새가 사라질 때까지 너무 고역입니다. 책상은 깨끗하게 정리하고 아껴주는 것이 너무 좋은데 담배 피우는 것은 너무 싫습니다. 옆자리의 동료는 담배 냄새가 없어서 너무 좋다고 했습니다. 다음에는 꼭 담배 피우지 않는 사람과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편안히 앉아 쉬게 하는 의자입니다.
[Story 2]
저의 하루는 바쁘기도 하고 때로는 조용히 기다리는 시간의 연속입니다. 하는 일이라곤 빙글빙글 돌거나 왔다 갔다 하기도 하는 단순한 동작의 반복입니다. 거의 같은 자리에서 하는 일이라서 조금 지루하기도 합니다.
주로 아침, 낮 그리고 저녁에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늦은 밤이나 새벽에는 거의 뜸합니다. 일을 하지 않을 때는 그냥 쉬면서 또 다른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린답니다. 고요한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면 또 바쁜 일상을 맞이하겠지요.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다양한 그들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환히 웃는 얼굴과 무표정, 심각한 고민을 하는 무거운 표정들까지 참 다양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것도 참 재미있습니다. 어떤 일들이 있었기에 저런 표정들을 지으며 다닐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저를 통해야만 무언가를 새롭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반대로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막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이중적인 성격의 저 때문에 사람들이 행복해하기도 하지만 당황해하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주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그 기회를 막아야 하는 것이 저의 숙명이지요.
저의 생김새는 소박하기도 하고 화려하기도 하고 그 모습이 참 다양합니다. 제각기 다른 모습이기는 하지만 하는 일들은 거의 다 비슷합니다. 보통은 제 속살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만 속이 훤히 잘 보이는 종류도 있습니다. 살이 별로 없어서 가벼운 경우도 있고 무거워서 어린아이들에게는 조금 벅찰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과 마주쳐야만 저는 일을 한답니다. 가볍거나 무거운 저를 사람들이 밀거나 당기기도 하지요. 뭐 어떤 경우는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도록 스스로 일하기도 합니다. 코로나 시절에는 저를 만지는 걸 사람들이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으니, 정은 있을 테지만 그런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통해서 새로운 일들을 만나게 되니 희망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겠네요. 또 어떤 사람은 그 반대로 저를 통해서 어떤 상황에서 벗어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출발과 도착 또는 시작과 마침의 역할도 하는 것 같습니다.
유명한 누군가는 이런 얘기도 했다고 합니다. '닫혀 가는 희망의 저를 애타게 바라만 보다가 어딘가에 새롭게 열릴지도 모르는 희망의 저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말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새로운 희망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표현으로도 많이 쓰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통해서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또 하루를 맞이해 봅니다. 모두에게 좋은 일들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저를 통해서 희망의 일들만 만나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