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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맥스 Oct 12. 2024

여섯 번째 드림이 이야기

#06 기다림의 미학

[Story 1] 

  아직도 어둠 속입니다. 완전한 어둠은 아니고 바깥세상의 빛이 어렴풋이 스며들고는 있습니다. 같은 좁은 공간에서 형제들과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우애도 더 생기고 많이 친해진 것 같습니다. 아직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형제들은 거의 똑같이 생겼습니다. 아직 펼쳐지지 않아서 몇 명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요즘 바깥세상은 한겨울이 지나고 많이 따뜻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매서운 겨울의 찬바람이 우리 엄마를 괴롭혀 왔습니다. 너무 매섭게 몰아치는 한파의 찬바람은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엄마는 그 추운 한겨울 강풍에도 묵묵히 버텨 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우리를 지키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우리는 그 기나긴 겨울 동안 함께 엄마의 품에서 춥지 않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바깥세상에서는 우리를 볼 수 없었을 겁니다. 엄마가 추운 겨울 동안 세찬 찬바람에 우리가 노출되지 않도록 꼭꼭 숨겨 두었거든요. 우린 아마 엄마의 그런 노력이 없었으면 아마도 지금 이렇게 얘기하고 있지 못할 겁니다. 그런 우리 엄마가 너무 좋습니다. 너무 고생도 많이 했거든요.




  오늘은 비가 옵니다. 아직은 바깥세상의 빗물이 아 차갑네요. 봄을 재촉하는 비가 분명 맞는 것 같은데 이제 저희도 조금 지쳐 갑니다. 형제들과 너무 비좁은 공간에 갇혀 있는 이 상황이 이젠 한계에 다다른 것 같네요. 몸은 점점 커지는 것 같은데 밖으로 나갈 수는 없고 너무 힘이 듭니다. 이러다 우리 몸을 펼치지 못해서 구겨진 자국이 남을까 봐 걱정도 됩니다. 우리가 바깥세상으로 나가기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쁜 우리를 보러 오겠죠? 그게 언제가 될까요?

  이제 완연한 봄인 듯합니다. 날씨가 많이 따뜻해진 것 같습니다. 이웃집 친구들은 이미 바깥세상으로 나와서 봄을 만끽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도 곧 바깥세상을 볼 수 있겠죠? 아직은 엄마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아서 나갈 수가 없습니다. 엄마의 이런 생각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잘못 나갔다가 아직 끝나지 않은 추위에 바로 얼어 버릴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엄마의 허락만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빨리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데 언제쯤 가능할까요?




저는 봄을 기다리고 있는 피지 못한 꽃잎입니다.








[Story 2] 

  밤하늘에 떠 있는 아름다운 별들이 보이는지요? 수십 광년이나 떨어진 별들은 사실 지금의 모습이 아닙니다. 이미 지난 과거의 모습이죠. 이미 오래전에 자신의 모습을 보내 놓은 것을 이제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이죠. 지난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런 별빛을 보며 사람들은 꿈을 생각하고 얘기합니다. 이 얼마나 뿌듯한 장면인가요.




  저는 밝은 성격의 소유자랍니다. 항상 환한 미소와 밝음이 저의 트레이드 마크이지요. 오늘도 세상을 밝히러 가 봅니다. 서서히 동이 트는 새벽이 오면 곧 저의 활동이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매번 새로운 아침이 열리는 지금이 저의 가장 가슴 뛰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아침이 밝았습니다. 환하게 떠오르는 태양은 저의 밝음의 원천입니다. 제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사람들에게 밝은 기운을 가져다줄 수 있는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밝고 온화한 미소를 연상하게 되면 세상이 환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이것이 제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또 새로운 희망을 품고 시작해 봅니다. 사람들이 느낄 그런 환한 새로운 희망 말입니다.




  명상하거나 깨달음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저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통상적으로 그런 사람들에게 제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제가 뒤에 있어야 더욱더 돋보이게 된답니다. 그만큼 저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니까요.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기도 하지요.


  화려한 콘서트장에서도 저의 역할은 빼놓을 수가 없죠. 사람들이 즐거워질 수 있도록 항상 저는 최선을 다합니다. 그게 저의 일이기도 하지요. 특히 실내나 밤에는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변화가 없는 것보다는 빠른 변화가 생길 때 희한하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저의 매력이라고 하긴 합니다. 제가 활동을 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긴 합니다.


  저는 성격이 올곧습니다. 항상 대쪽과 같이 곧은 생활을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주 작은 장애물만 만나도 곧바로 저는 그 곧음을 포기하고 돌아갑니다. 더 작은 장애물을 만날수록 더 많이 돌아갑니다. 왜냐고요? 저도 잘 모릅니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거든요. 몸집이 큰 거보다 작은 장애물이 저는 훨씬 더 피하고 싶은가 봅니다. 그렇다고 바보나 겁쟁이는 절대 아닙니다. 저는 저 나름의 인생을 살고 있는 거니까요. 이상한 눈으로는 쳐다보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굉장히 빠릅니다. 태어나서 아직 속도 경쟁에서 져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와 속도 비교하는 것은 포기한 듯합니다. 제가 달리기 시합을 하자고 하면 다들 손사래를 칩니다. 도저히 이길 자신 없다는 거죠. 왜 제가 이렇게 빠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빠르게 달릴 때 제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분명 달리고 있는데 너무 빨라서 그런지 보는 사람마다 제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헷갈립니다.


  저는 한 가지의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이 사람에게는 이런 모습 그리고 저 사람에게는 저런 모습으로 보이는 카멜레온 같은 느낌도 있나 봅니다. 무언가 형체가 있어 보인다는 사람도 있지만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그런 얘기들을 들으면서 신기하기도 합니다. 좀 웃기기도 하고요. 제가 귀신도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사람들이 저를 항상 관심 있게 생각하고 심지어 연구까지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놈의 인기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저는 시간 여행을 얘기할 때도 등장합니다. 제가 없으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 제가 거기에 등장해야 하는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항상 일관되게 빨리 달리는 제가 있어야만 상대적인 차이를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 눈에는 모두 다 같은 거처럼 보이지만 상대방에게는 그 움직임이 다르게 보이나 봅니다. 이것도 쉬운 듯 굉장히 어려운 물리학적인 얘기이기도 합니다. 이 단계까지 오면 사람들이 저에 대해서 굉장히 혼란스러워하기도 합니다.




저는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가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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