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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맥스 Oct 12. 2024

일곱 번째 드림이 이야기

#07 산 속의 풍경

[Story 1] 

  눈부신 아침 햇살을 맞으며 잠에서 깼습니다. 눈을 살짝 뜨니 길게 부서지는 햇빛의 줄기들이 마구 제게 일어나라고 재촉합니다. 이제는 완연한 봄입니다. 봄바람도 아침 일찍 제게 찾아와 어서 일어나라고 재촉합니다. 촉촉한 이슬들이 저를 감싸고 있어서 별도의 수분을 보충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지개를 한번 켜 봅니다.

  밤새 친구들이 잘 지냈는지 확인해 봅니다. 다들 제자리에 잘 있는 것 같네요. 근엄하게 앉아 있는 바위와 나무, 그리고 얼마 전에 꽃을 피운 야생 꽃잎들. 아직은 완전하지 않은 녹색의 잎들이 아침 햇살과 봄바람에 가벼운 몸짓을 합니다. 잠시 쳐다보니 다들 밤새 잘 지낸 것 같습니다. 다만 뛰어다니거나 날아다니는 짐승들은 그 안부를 물을 수 없네요. 시간 되면 다시 오리라 기대해 봅니다.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네요. 어제 극심했던 미세 먼지가 사라지고 지금은 맑고 싱그럽고 깨끗한 공기들이 저를 감싸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은 쌀쌀하지만 불어오는 바람도 이제는 그리 차갑지 않고 봄기운의 따스함이 깃들어 있네요. 곧 완연한 봄이 오리라.

  하늘에는 구름 친구도 그리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온전히 햇살을 받으며 따뜻하게 몸을 데울 수 있을 것 같네요. 함께 있는 나무와 풀, 그리고 이쁜 꽃들이 아주 행복해지는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지 않았지만 벌써 부지런한 등산객들이 올라옵니다. 힘겨운 발걸음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 걸음 한 걸음 고도를 올립니다. 아직은 새벽 찬 공기이지만 벌써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있네요. 힘들지만 맑은 공기를 마시는 이들의 마음에도 이미 환하고 따사로운 느낌을 듬뿍 받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등산객들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너무 행복합니다. 뭔가를 해 줄 수는 없지만 사람들은 항상 제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찾아와 반가운 얼굴을 보여 주면서 저에게도 안부를 묻습니다.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 사람들인가요.


  일찍 올라온 등산객들이 이미 정상에 올랐습니다. 멀리 바라보이는 경치를 바라보면서 잠시 명상을 하기도 합니다. 그냥 바라보는 것이 너무 좋다고 하네요. 요즘은 '야호' 하는 큰 소리를 들어 보지 못한 지 꽤 되었습니다. 동물들이 놀랄까 봐 자제를 하는 거지요. 로를 위한 배려라고나 할까. 하지만 가끔은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요즘은 봄꽃이 피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겨우 내 움츠러들었던 마음들이 풀리면서 오늘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일 것 같습니다. 이들을 좀 더 따뜻하게 품어줘야겠네요. 사실 제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있어 주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기에 온다고 합니다. 힘들지만 보고 싶은 대상이 아닐까요?

  사람들과 바위와 나무, 꽃, 그리고 흙이 모두 제게는 너무 소중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자연이니까요. 서로 어우러져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친구이자 가족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관계를 너무 좋아하는 저는 입니다.








[Story 2] 

  몸이 미끌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눈을 떴습니다. 새벽부터 이슬비가 내리고 있네요. 촉촉이 젖은 몸이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봄기운이 완연해서인지 상쾌한 느낌이 들기까지 합니다. 옆에 있던 다른 친구들도 이제 하나둘씩 눈을 뜹니다. 기지개를 켜는 듯한 느낌은 들지만 다들 조용하기만 합니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라 햇빛이 없습니다. 내리고 있는 비는 곧 그칠 것 같기는 합니다.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그쳤습니다. 하늘의 구름 사이로 간간이 햇살이 보이기도 하네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온몸을 휘감고 있던 봄비의 미끌거림이 서서히 걷히고 있습니다. 내리던 비가 멎고 뒤이어 바람 친구가 감싸면서 물기를 말려 주고 있네요. 서서히 의 원래 색을 되찾아 가고 있습니다.




  는 움직이지 못합니다. 어디 다친 것은 아니지만 태어날 때부터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참 가슴 아픈 사연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는 제법 덩치도 크고 튼튼하게 생겼습니다. 그리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를 배웠습니다. 저의 주변에는 너무 좋은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말로는 다 표현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다행히 산의 길가에 자리 잡은 는 보고 들을 수 있어서 행복을 느끼며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비가 살짝 내렸지만 아침 일찍 등산객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저 먼발치에서 그들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를 보러 오는 것이 목적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들이 좋습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를 그냥 지나쳐 가겠지요. 그래도 는 그들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그렇게 잠시의 스쳐가는 시간들이 제게는 너무 소중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반가운 얼굴이 보입니다. 가 잘 아는 입니다. 분명히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는 알고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분이  곁에 멈춰 섰습니다. 매번 하던 행동처럼 오늘도 장갑을 벗고 따스한 손길로 를 어루만져 줍니다. 그러면서 에게 이렇게 속삭입니다. '오랜만입니다. 잘 지냈나요? 밤새 춥지는 않았나요?'

  는 이분을 드림맥스 님이라고 부릅니다. 만날 때마다 제게 꿈과 희망 그리고 사랑을 주셨거든요. 드림맥스 님의 이런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냥 지나쳐 가지만 이분은 꼭 멈춰서 를 만지고 끌어안고 또 이렇게 사랑스러운 말까지 건넵니다. 도 이런 분이 정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기도해 봅니다. 잠시의 만남 뒤로 드림맥스 님이 또 발길을 옮기면서 조금씩 조금씩 멀어져 갔습니다. 또 얼마나 기다려야 저분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하염없는 기다림 속에서 는 또 긴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면서 말이죠.

  그동안 주변 친구들과 도란도란 얘기하고 서로 의지하면서 또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분명 시간은 흐를 테고, 또 그분을 만날 그날이 오겠지요? 또다시 적막한 시간의 흐름이 시작되고 어둠이 조용히 내려앉습니다.





저는 드림맥스님이 이름 지어준 파주 비학산의 두꺼비 바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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