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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맥스 Sep 18. 2024

호주 이야기 (#02 아, 캥거루...)

시드니 동물원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여행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방문지는 Sydney Zoo. 드디어 호주의 상징 캥거루를 만나는 것인가? 한국에서 캥거루에 대한 두 가지 상상을 하면서 왔습니다. 첫 번째는 부서 여직원이 보여준 호주 여행 당시에 직접 찍은 들판에 뛰어다니는 수백수천 마리의 캥거루 떼였고, 두 번째는 유튜브에서 봤던 사람과 싸우는 캥거루였습니다. 만약 캥거루를 만나면 어떻게 싸워야 할지 상상했습니다. ^^


  시드니 동물원이라는 큰 간판 앞에 줄을 섰습니다. 단체 관광이라는 것이 이럴 때는 조금 거시기합니다. 그런 불편은 감수하고 온 여행이라 큰 문제는 되지 않았습니다. 기대감을 잔뜩 안고 입장했습니다. 곧 만날 캥거루 형님들을 상상하며...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코알라였습니다. 처음에는 인형을 붙여 놓은 줄 알았습니다. 한참을 꼼짝 않고 나무에 붙어 있었습니다. 미동도 없었습니다. 기다림 이후에 겨우 움직임을 확인하고서야 저 녀석이 살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호주의 상징인 캥거루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캥거루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호주로 날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캥거루와 권투라도 한번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헉~~ 이건 아닐 거야, 에이 설마 이게 다는 아니겠지...'


  그렇게 큰 기대를 하고 왔는데 눈에 들어온 녀석들이 다 드러누워 자고 있습니다. 너무 아침 일찍 동물원으로 와서 그런가?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캥거루 달랑 5마리!!!  비실비실 드러누워 꼼짝도 하지 않는 녀석들이 야속했습니다. 초원을 뛰어노는 캥거루 떼는 고사하고 호주 여행 내내 캥거루는 더 이상 볼 수 없었습니다. 드러누운 저 녀석들이 제가 본 전부였습니다. 왠지 사기당한 이 기분... 그렇게 호주 여행의 첫 번째 목적은 기대에서 실망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




  아쉬움을 달래며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도마뱀류와 청개구리들이 제 시선을 끌어 보려고 하지만 저는 파충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참 다양한 종류가 전시되어 있더군요. 저 파충류들이 우리 인간을 구경하는 것인지 우리가 저 녀석들을 구경하는 것인지 헷갈리기는 했습니다. 미동도 하지 않는 녀석들이 마치 유리벽 뒤에 있는 인간들을 구경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기대감 없는 가운데 발길을 옮기다가 제 눈길을 사로잡는 한 아기에게 시선을 뺏겨 버렸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귀여운 꼬마는 처음 봤습니다. 한참을 넋 놓고 봤습니다. 전시된 동물은 그저 그랬는데 이 꼬마는 천사 같았습니다. 아빠와 둘이서만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빠의 보호아래 동물들과 열심히 교감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박또박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귀여웠습니다. 아기 천사에게 빠져서 캥거루의 아쉬움은 벌써 잊어버렸습니다. 아빠와 함께 행복하게 동물들을 구경하고 있는 그 장면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건강하게 잘 자라거라, 아기 천사야~'





  또 다른 장소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한순간 '니모다~~'라고 저도 모르게 소리쳤습니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서 봤던 딱 그 장면 같았습니다. 아마도 그걸 염두에 두고 전시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Short Term Memory Loss (단기 기억 상실)에 빠진 '도리'도 보입니다. 반가운 모습들에서 마치 애니메이션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호주로 부모를 찾아 떠났던 니모를 연상하게 되면서 한 가지 호기심은 충족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니모와 도리를 만나고 나니 가재가 보입니다. '니모를 찾아서'에서 시드니 하수구를 지나서 바다로 돌아갈 때 지나치던 그 가재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파란색의 가재가 귀엽기는 하네요. 어떻게 저런 색의 가재가 있을까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호랑이다~~' 저도 어린애가 되었더군요. 영상을 다시 보니 '우와'라는 말을 연신 내뱉고 있었네요. 역시 호랑이의 위엄은 걸어가는 모습만 봐도 대단하더군요. 그 용맹의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이후로는 호주 꼬맹이들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한국인 관광객을 빼면 단체로 관람 온 꼬마들 무리가 동물원 관람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체험학습 같은 건가 봅니다.




  호랑이에 이어서 사자도 보입니다. 멀리서 봤는데도 사자 갈기가 위엄이 있어 보이네요.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어슬렁 거리면서 우리 안에 갇혀 있는 사자 앞으로 관광객들이 다가섭니다. 사자의 눈에는 얼마나 하찮게 보일까요? 우리 인간의 존재가 말이죠. 사자가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는 듯합니다. ^^;




  단체 관람 온 꼬마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비행기 타고 밤새 날아와서 아침 일찍 찾아온 동물원에서 체험학습 나온 꼬마들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시드니 동물원에는 동물을 보러 왔는지 호주 꼬마를 보러 온 것인지 구분이 잘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첫 번째 여행지 시드니 동물원 관람을 마쳤습니다.


  드디어 호주에서의 첫 점심 식사 시간입니다. '카툼바'라는 호주 재향 군인회가 운영하는 식당이라고 합니다. 식당 내부로 들어갈 때에는 몇 가지 에티켓을 지켜 달라는 가이드 안내가 있었습니다. 군인들에 대한 예의를 중요시한다고 하더군요. 수많은 휘장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저 휘장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영광일 수는 있겠지만 전쟁 영웅과 같은 비극은 다시는 지구상에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호주에서의 첫 점심 식사를 마쳤습니다. 맛있게 먹고 나니 시드니 동물원에서의 캥거루가 다시 생각납니다. 너무 아쉬웠습니다. 호주에 온 세 가지 이유 중에서 캥거루 감상은 그렇게 실패로 끝이 난 듯합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합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




(캥거루에 실망한 드림맥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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