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과의 만남

답을 주는 사람에서 질문하는 사람으로

by 드림맥스


처음 ‘코칭’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나는 그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상담이나 멘토링과 비슷한 것 아닐까 생각했고,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컨설팅 대화 정도로 여겼다. MBA 과정에서 하나의 과목으로 소개되었을 때도 큰 기대는 없었다. 여러 과목 중 하나, 그 정도의 위치였다.


직장 생활을 하며 후배들의 성장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해 왔기에, 주저 없이 코칭 과목을 수강 신청했다. 과연 어떤 과정이고 무엇을 배우게 될지 궁금했다. 어쩌면 조직에서의 위치 변화가 가져온 불안과 두려움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 보려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코칭, 첫 수업의 시작


2024년 3월, 첫 수업부터 분위기는 예상과 달랐다. 강의실에는 정답을 설명하는 목소리보다 질문이 더 오래 머물렀다. 교수는 쉽게 답을 주지 않았고, 누군가의 이야기가 끝나면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 침묵은 낯설었지만 거슬리지 않았다. 누군가를 재촉하지 않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코칭 대화를 처음 배우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누군가에게 말을 건넬 때의 마음가짐이었다. 상대를 평가하거나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진심 어린 호기심으로 질문을 건네는 태도였다. 그렇게 질문을 통해 상대의 마음과 처음으로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칭찬 실습을 할 때는 어색한 미소와 낯섦, 쑥스러움 같은 감정이 동시에 올라왔다. 그러나 강의실이라는 비교적 안전한 공간 안에서 그 어색함은 점차 줄어들었고, 새로운 방식의 대화에도 서서히 익숙해졌다.


3인 1조로 진행된 상호 코칭 실습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나는 그때 관찰자 역할이었다. 한 동기가 자신의 고민을 꺼냈다. 진로에 대한 불안과 지금의 선택이 맞는지에 대한 두려움이 담긴 이야기였다. 말투는 조심스러웠고 표정에는 긴장이 분명히 드러나 있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해결책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해 보면 좋겠다, 저런 선택지도 있겠다 하는 생각들이 이어졌다. 그동안 익숙하게 사용해 왔던 방식이었다. 그때 코치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 상황에서, 당신이 가장 지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짧은 질문이었다. 조언도 아니었고, 방향을 제시하는 말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질문이 분위기를 바꿨다. 말을 하던 사람은 잠시 멈췄고,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상황을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말의 속도가 느려졌고, 표정도 달라졌다.


나는 그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너무 빨리 답으로 가려했다. 상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기도 전에, 문제를 정리하고 해결하려 했다. 제조업 생산성을 향상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던 나는 그것이 능력이라고 믿어왔지만, 어쩌면 조급한 습관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을 정리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나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코칭 대화에서 만난 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 역시 코칭을 받게 되었다.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익숙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조직개편, 직책 상실, MBA 진학. 이미 여러 번 말해왔던 이야기였고, 나 스스로도 어느 정도 정리했다고 생각했던 내용이었다. 그런데 코치 역할을 하던 원우는 그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지 않았다. 대신 중간중간, 아주 조용한 질문을 던졌다.


“그때, 어떤 감정이 가장 컸나요?”

“그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어떻게 대하고 있었나요?”


질문은 단순했지만,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감정을 설명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상황과 판단을 말해왔지, 감정을 말해오지는 않았다. 무엇이 옳았는지, 어떤 선택이 합리적이었는지는 말할 수 있었지만, 그때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처음으로 나 자신을 멈춰 세웠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 순간, 워크숍 버스 안에서 흘렸던 눈물이 다시 떠올랐다. 그 눈물은 우연이 아니었다. 말로 하지 못했던 감정이, 다른 방식으로 먼저 나를 찾아왔던 것이었다.


코칭은 나를 즉각적으로 바꾸지는 않았다. 적어도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대신,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답을 찾지 못하면 불안해하던 내가, 질문을 안고 있어도 괜찮다고 느끼게 되었다. 서둘러 결론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겼다.


코칭은 누군가를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 아니라, 그 사람이 이미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하는 대화였다. 바꾸려 들기보다, 이미 일어나고 있는 것을 존중하는 방식의 대화 말이다. 수업이 끝난 뒤, 나는 전철 안에서 한 문장을 적었다.


나는 답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찾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문장은 이후의 선택들을 조금씩 바꾸어 놓았다.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나는 덜 끼어들게 되었고, 덜 판단하게 되었다. 말보다 표정을 먼저 보게 되었고, 결론보다 망설임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도 같은 태도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불안해질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지금,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이 감정을 왜 이렇게 대하고 있는가.’


그 질문들은 나를 빠르게 변화시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를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 주었다.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고, 상황보다 나 자신을 먼저 놓치지 않게 해 주었다. 그 안정감은 이후 더 깊은 배움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이 배움은 새로운 직업을 위한 준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공부라는 것을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성과를 만들기 전에, 나를 지키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질문을 넘어, 내적 대화를 다루는 방식으로 또 다른 배움의 문을 열었다. MBA에서 코칭을 접하게 된 것은 혼란했던 나에게 큰 행운과도 같았다.



또 다른 시작, 내가 만든 기회


돌이켜보면 세상은 우연한 사건들의 나열처럼 보이지만,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나의 선택과 노력으로 모아지는 지점이 있었다. MBA 첫 학기에 코칭 기본 스킬 과목을 수강하던 중, 회사에서 사내 코치 양성 프로그램 지원자를 모집한다는 공지를 접했다. 예전 같았으면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 여기고 별다른 고민 없이 지나쳤을 내용이었다.


그러나 직책 개편 이후 역할을 잃었던 상황이었기에 그때는 달랐다. 학교에서 코칭을 배우며 마주했던 질문들, 사람의 이야기를 대하는 방식에서 느꼈던 낯선 감각들이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었다. 잠시 망설이기는 했지만 오래 고민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지나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지원서를 제출했고, 사내 코치 양성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학교와 회사에서 비슷한 내용을 동시에 배우게 되었다. 한쪽에서는 MBA 학생으로서, 다른 한쪽에서는 조직의 선배로서 코칭을 익혀 나갔다. 우연처럼 겹쳐진 두 배움은 그 시기의 나에게 필요한 방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이 즉흥적인 선택의 연속이 아니라, 이전의 경험과 선택이 이어져 만들어진 흐름이라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었다.


토요일마다 새벽에 집을 나서 학교로 향했고, 주중에는 퇴근 후 저녁 시간을 쪼개 코치들이나 회사 후배와 코칭을 이어갔다. 50시간의 코칭 시간을 채우기 위해 주 5회, 10주를 그렇게 보냈다. 그 시기의 나는 코칭에 깊이 몰입해 있었다. 흐름은 자연스럽게 KAC (Korea Associate Coach) 자격시험 준비로 이어졌다. KAC는 코칭 질문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 구조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질문의 명확성, 대화의 흐름, 기본적인 경청 태도를 중심으로 코치로서 출발선에 설 준비가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다.


시간이 흘러도 나의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제 막 질문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인데, 사람 앞에 앉아 있는 나 자신은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계속 남아 있었다. 힘든 코칭 연습의 시간을 지나며 조금씩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마음은 여전히 흔들렸지만,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기 시작하면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었다.


2024년 7월, 한국코치협회 KAC 자격을 취득했다. 그러나 자격을 얻었다는 사실이 곧바로 확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배움의 과정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느낌이 더 크게 남아 있었다. 이제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과 나 자신을 이해하는 시선이 동시에 열리기 시작한, 하나의 출발점에 서게 되었다.







코칭을 접하게 된 것은 혼란했던 시기의 나에게는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코칭에 대해 조금 더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글을 참조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코칭이란 무엇인가]

이전 14화수원의 밤, 김나정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