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진 겨울 날씨라 바람이 차다.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따뜻하게 입고 나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가난한 이웃들은... 날씨는 지금보다 더 추워질 텐데 어떻게 버틸지... 기부도 봉사도 하지 않는 개인주의적인 나조차도 걱정이 조금은 된다. 나는 이러한 가벼운 걱정과 함께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책꽂이에서 꺼내 다시 읽었다.
내가 책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처음 접했을 때에는 초등학생 때였다. 당시 MBC에서는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을 했는데, 그 프로그램 안에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코너가 있었다. 이 코너는 온 국민을 독서 열풍으로 몰아넣었다. 가장 첫 번째로 선정된 책은 <괭이부리말 아이들>이었다. 나는 그렇게 책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접했다. 그리고 이 책이 전 단락에서 언급한 나의 걱정과 결이 같기에 최근에 다시 읽게 되었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며 god의 노래 <촛불 하나>가 떠올랐다. “세상엔 우리들보다 가지지 못한 어려운 친구들이 많습니다. 지금도 힘들어하고 있을 그 친구들을 위해 이 노래를 부릅니다.”로 시작하는 노래. 그렇다. 이 책은 ‘우리들보다 가지지 못한 어려운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제 책 <괭이부리말 아이들>에 등장한 친구들 중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였는지 서술해보고자 한다.
가장 애정이 간 친구는 숙자였다. 숙자는 숙희의 쌍둥이 언니지만 언니 노릇을 톡톡히 한다. 집안일도 도맡아서 하고 학교에서의 행실도 무척 바르다. “난 가능성이 없는 아이들은 관심이 별로 없어. 난 문제아들에겐 관심이 잘 안 가.”(132p)라고 말하는 명희 선생님에게 애정을 받을 정도다. 나는 숙자에게 애정이 간만큼 숙희는 얄미웠다.
정확히 말하면 친구는 아니지만, 가장 싫었던 인물은 숙자·숙희의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숙자·숙희의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자 숙자·숙희의 어머니에게 “니 년이 남편 잡아먹은 거여.”(122p)라고 한다. 그렇게 아들 잃은 탓을 며느리에게 모두 뒤집어씌운다. 이때 숙희가 “엄마 집 나갔다 그랬을 때 아빠가 할머니보고 와서 우리들 밥 좀 해달라구 그랬을 때도 안 왔잖아! 엄마가 아빠 빚진 거 갚게 좀 도와달라고 했을 때 큰아빠들이 하나도 안 도와 줬잖아.”(122p)라며 발악을 하는데, 예의 없는 행동이기는 하나 읽는 나로선 속이 후련했다.
가장 본받고 싶은 친구는 영호였다. 본인도 먹고살기 어려우면서 동네 아이들을 맡아 챙겨준다. 그리고 초등 동창인 명희 선생님이 참 교사가 되는 데에 많은 영향력을 끼친다. 영호와 명희 선생님이 남녀 간의 사이로 발전해도 좋을 것 같았다.
이 책에는 여러 삽화들이 담겨있다. 내용뿐만 아니라 삽화도 자세히 살피면 폭넓은 독서를 할 수 있다. 나는 많은 삽화 중에서도 마지막 삽화가 가장 인상 깊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결말이 좋은 쪽으로 끝나기를 바랐고, 마지막인 26번째 챕터 이름이 ‘봄’이기에 좋은 결말일 거라고 예상했다. 본드를 자주 했고 유치장까지 갔던 동수가 새로운 마음으로 성실히 일하기 위해 공장에 취직하고, 공장의 천장에 있는 구멍으로 들어오는 밝은 햇살 아래 서 있으면서 여러 친구들을 생각하고 힘을 내는 것이, 그 내용과 삽화가 끝이라서 참 좋았다.
그다음 페이지에는 이 책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쓴 김중미 작가님의 소개가 간략하게 적혀있었다. 김중미 작가님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출신인데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의 학생 구성원으로는 직장인이나 만학도가 타대학보다 많은 편이다. 김중미 작가님도 그런 특이한 케이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김중미 작가님이 '1987년부터 이 책의 배경인 인천 만석동의 괭이부리말에서 살아왔으며, 그곳에서 공부방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인생을 글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나와 같았다. 나는 자신의 인생에서 글감을 찾는 것은 아주 멋진일이라고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또한, 김중미 작가님처럼 나의 인생도 '나'를 넘어 '우리'가 되기를, '홀로'를 넘어 '연대'가 되기를 작게나마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