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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Oct 08. 2021

직급, 제대로 불러라

직장생활의 이해

예전에 함께 일하던 분 중에 퇴사 후 헤드헌터 회사로 이직하신 선배님이 계신다. 내가 대리일 때 그분이 차장일 때 만나게 되었고, 2년 정도 함께 일했을까? 사실 그분의 회사에서의 마지막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당시 회사가 가동했던 퇴직 프로그램은 당사자가 아닌 보는 사람도 그 상황을 안타깝게 여겼는데 50세가 되는 순간 보직을 빼고 업무도 주지 않고 은따를 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부서 전체가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분의 자리를 회의실 안에 둔다던가 전혀 관계없는 다른 부서 한가운데 혼자 앉도록 한다던가 비인간적인 처사가 많았다. 그래서 환송회, 송별회 이런 것도 없이 조용히 회사생활을 마무리하셨다.


그분이 퇴사하고 한동안 연락이 자주 왔었는데 우리 회사 협력회사 면접을 보는데 로드맵 자료가 필요하다고 몰래 빼돌려서 줄 수 있느냐는 부탁이었다. 마침 출산 후 육아휴직 중이라 자료 접근이 안된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사실 퇴직하신 선배님들이 연락 오면 곤란한 경우가 많다. 면접 보는데 최신자료가 필요하니 자료를 달라, 특정 업체를 소개해달라 등등의 요구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야말로 무소식이 희소식인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그분이 더 이상 연락하지 않기를 속으로 빌었다 ^^


몇 년 후 그분이 먼저 연락이 왔는데 전자회사 계열이 아닌 헤드헌터 회사로 가셨다는 것이다. 그동안 전공과 회사 경력을 생각해서 비슷한 회사를 두드렸다가 완전히 다른 분야로 전향했는데 잘 풀렸다고 하셔서 어찌나 다행이던지. 그리고 혹시 이직할 생각이 있는지 나뿐만 아니라 배우자 동료, 후배를 추천해도 괜찮다며 하셨다. 그 이후로 연락받는 게 편한 사이가 되었다.

그분이 같은 회사에 있을 때 마지막 직급이 차장이었기에 나는 계속 차장님이라고 불렀다. 사실 이렇게 계속 불러도 되는지 속으로 갈등을 하고 있던 찰나였다. 그랬더니 어느 날 그 선배님이 먼저 말씀하셨다. "지금 회사에서는 직급이 이사입니다. 앞으로는 이사로 불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직급을 제대로 부르지 않는 것만큼 결례가 되는 일도 없다. 특히 진급 시즌 후에는 예전 직급으로 부르지 않도록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직급을 맞게 부르는 일, 별 일 아닌 일인데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고 때로는 '나를 무시하나?' 이런 생각까지 들게 한다. 한 번의 실수도 치명적일 수 있기에 이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이게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관료주의인 걸까. 그렇지 않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누구나 느끼는 공통적인 감정이다. 그 사례는 카네기 인간관계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유명인들이 자신의 중요감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애쓴 흥미 있는 예는 역사 속에서 많이 남아 있다. 조지 워싱턴도 '미합중국 대통령 각하'라고 불리기 원했으며, 콜럼버스는 '해군 제독 및 인도 총독'이라는 칭호에 탐을 냈다. 러시아의 캐더린 여왕도 '여왕 폐하'라는 칭호를 쓰지 않는 편지는 뜯어보기를 거절했다. 백악관 시절의 링컨 부인은 그랜트 장군의 부인을 사납게 노려보며 "내가 앉으라는 말도 하기 전에 감히 내 앞에서 의자에 앉다니. 괘씸하군!"하고 매섭게 소리쳤다.

미국의 백만장자들은 1928년 버드 제독이 이끄는 남극 탐험대의 빙산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준다는 조건하에 자금을 지원했다. 또한 빅토르 위고는 파리시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꾸려는 엄청난 야심이 있었다. 위대한 셰익스피어도 가족을 위한 문장을 획득함으로써 자신의 이름에 영광을 더하려고 했다.

- 카네기 인간관계론 중 -




상대방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는 것만큼이나 직급을 올바로 부르는 것도 직장생활 기본 에티켓이다. 기본이지만 강조하는 것은 실수를 하는 경우가 은근히 많기 때문이다. 진급은 회사생활의 꽃이라 할 만큼 개인에 있어서 큰 자아실현이자 기쁨일 수 있다. 특히 진급 시즌 후 직급을 부를 때 실수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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