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기획가 Oct 14. 2021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

직장의 이해

예전에 가수 싸이가 한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 

이 말은 "기회가 왔을 때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말로 바꿔 말할 수 있는데 꼭 연예계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 통용되는 말이며 특히 직장생활에서도 딱 떨어지는 말이다. 


출처 : 픽사베이

예전 나의 상사가 이 말을 내게 해주었다. 

당시 상사는 처음으로 고과권과 결재권을 가지는 리더로 부임하게 되었고, 내가 부서 내 서열로 따지면 상사 바로 직속 후배였다.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상사는 나를 키워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예나 지금이나 독박 육아를 하고 있는 나는 이모님 복도 지지리 하게 없어서 2년 동안 4명이 이모님을 겪게 되었고, 마지막 분은 2주 만에 그만두셨다. 

면접보고 OJT 하고 적응되려고 하니 "저 그만둘게요..." 하는 셈인 격이다. 

마지막 이모님이 그만 둘 시점은 아이의 발달 상태가 염려되어 아동발달센터에 놀이치료, 언어치료를 막 시작하는 시점이었는데 그만두시니 갑자기 막막해졌다. 

이모님께 라이딩을 맡길 수 있겠다 생각하고 수업을 넣었는데 수업 시작하자마자 그만두신 격이었다. 

그 시점에 (코로나 이전)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시범 운영하면서 신청자를 받았다. 같은 팀 여자 동료 중에 초등학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사람은 재택을 신청했기에 나도 신청을 할까 말까 고민을 했다. 시범케이스에서 오는 불리함이 있지만 지금 상황이 너무 간절했고, 아이 생각을 하면 회사를 다닐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고민 끝에 상사에게 현재 상황을 털어놓고 재택 신청하겠다고 말을 했다. 그랬더니 상사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희영 과장, 지금 회사생활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기예요. 지금 재택 신청을 하면 무조건 불리해요.  

사정이야 어쨌든 윗분들은 회사생활에 의지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시니까 재택 신청은 하지 말고... 빨리 퇴근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줄 테니 힘들지만 좀 참고 견뎌봅시다. 일단 해보고 도저히 못하겠으면 다시 이야기해보죠."

그 당시에는 재택 신청을 흔쾌하게 허락을 해주지 않은 상사가 야속하게 생각되었다. 그리고 직속 상사가 어떻게 말했든 결제는 상무님이 해주시니까 그냥 직속 상사 말은 무시하고 눈 질근 감고 신청해버릴까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상사와 등져봤야 좋은 점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현재 상황에서  최적의  방법을 찾고자 했다. 급하게 라이딩만 전문으로 해주는 이모님을 찾았다.

이모님이 어린이집에서 하원 시켜 아이 수업에 데려다주시면 나는 수업 끝날 때 맞춰 데리러 가는 방식이었다. 

수업이 5시 40분~50분쯤 끝나기 때문에 나는 5시부터는 자리 정리를 하고 퇴근 준비를 했고 이모님이 

사정상 못 오시는 날은 4시에 퇴근하기도 했다. 눈치가 보이고 뒤통수가 따가웠지만 눈 질끈 감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무실을 나왔다. 4시에 회의가 잡히는 날에는 회의실에 가방과 차 열쇠를 들고 들어갔고 

직속 상사에게 먼저 나간다는 문자 하나 넣고  뒷문으로 몰래 나온 날도 부지기수였다. 나의 상사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일절 코멘트하지 않았다. 자신이 한 약속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지켰다.


나의 상사는 "나를 믿고 따라오면 끝까지 책임진다" 이런 스타일이었다. 본인이 팀킬 하는 상사 밑에서 당한 적이 많아서 본인이 리더가 되면 절대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만큼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하는 사이였다.) 나에게 주어진 목표가 너무 높아 힘들다고 하면 "지금 등산으로 치면 8부 능선까지 온 셈이다, 조금만 더 힘 내보자. 정상에 다다르면 달콤한 열매가 있을 것이다" 라며 다독여주기도 했다.

이 상사는 나를 믿고 키워주기로 마음먹은 상사였다. 그건 한마디로 운이었다. 



출처 : 픽사베이

그래서 내가 일이 힘들다, 아이도 돌봐야 된다, 야근이 어렵다 그런 사정을 말해도 큰 일 아닌 듯 받아들이고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며 흔쾌히 백업을 해주었다. 내가 진급 후보자였을 때 이 상사를 만났고 나는 어려움 없이 진급할 수 있었다. 이 상사를 만난 것이 바로 물 들어온 시점이었고 나는 노를 저었기에 그야말로 순풍에 돛 단 듯 어려움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아마도 상사운이 없었더라면 똑같은 상황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피드백을 받았을 것이다. "에휴... 애 엄마는 어쩔 수 없어. 그러니까 내가 여직원 안 받는다니깐"   

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키워주는 상사를 만나면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여 성과를 내야 한다. 그 시점을 놓치면 꽤 오랜 시간 찌그러지는 것이 조직생활이다. 찌그러진 시간이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인생에 물 들어오는 시점은 몇 번 되지 않는다. 나를 믿어주는 상사는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이자 행운의 여신이니 꼭 잡도록 하자. 

작가의 이전글 직급, 제대로 불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