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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울리는 5명의 평균이 곧 당신이다

인생의 이해

by 꿈기획가

지난 20년이 넘는 직장 생활에서
3개월의 난임 휴직, 3개월의 출산 휴가,
2년의 육아휴직, 1년의 자기계발 휴직 등
총 3년 6개월의 휴직을 경험했다.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다니던 미혼 시절,
휴직하고 퇴사하면 무조건 행복할 줄 알았다.
현모양처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 여겼고
결혼하면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많이 했으며
전업주부로 지내는 지인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짧지 않은 기간 휴직을 겪어보니
살림과 육아보다 일을 하는 것이 나에게 더 적합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살림과 육아에 재능이 없음을 뒤늦게 깨달았고,
살림/육아의 과정과 결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주부의 하루는 너무 바쁘고 고되었다. 그 당시 나는 일상을 '찻잔 속의 폭풍'이라 묘사했다. 학교-집-놀이터-학원이라는 정말 좁은 반경 내에서 발에 불통이 튀도록 움직였으니 말이다.
등교시키고, 장을 보고, 청소와 빨래, 요리, 설거지, 하교하러 갔다가 놀이터에서 몇 시간, 간식 먹이고 학원 라이딩, 숙제 봐주기 등등 많은 일을 했어도 그 과정에서 보람 없이 나는 끊임없이 소모되는 것 같았다.

미혼 시절 내가 일주일 동안 작성한 보고서가 그 누구에게도 보고되거나 공유되지 않고 그저 나의 PC에만 저장될 때, 보고하기 위해 금요일 밤 11시 반까지 대기했는데 취소되고 다음 기약을 예측할 수 없을 때 시간 낭비했다며 허무함을 느꼈는데... 업무를 하면서 느꼈던 허무함은 오히려 생산적인 일이었다! 주부로 지내며 느낀 허무함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도구로서 소모되고 있다는 것과 더불어 내가 힘들었던 포인트는 트렌드에 뒤처진다는 것이었다. 전자회사에서 기획업무를 한다는 것은 항상 업계에서 빠르게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내가 굳이 정보를 찾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매일 일상 업무에서 접하고 동료와 가볍게 농담 나누는 그 모든 것들이 트렌드였다. 하지만 찻잔 속에 있으면 그 안의 폭풍에 휩쓸리다 보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힘들었다.

휴직 당시 신랑이 재미있는 짤이라고 사진 한 장을 보내준 적이 있다. 빈살만이 내한하여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머리 위에 폰팔이, 칩팔이, 차팔이, 총팔이가 쓰여있는 사진이었다.



나는 처음에는 그게 왜 재미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제아무리 재벌이고 글로벌 기업 수준의 대기업 총수라고 해도 빈살만이라는 세계적인 거부 앞에서는 '팔이' 수준 밖에 안된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아하!~하고 이해가 되었다.
신랑이 처음 동료에게 공유받고 나한테 재전송하기까지 이미 며칠이 지났을 터였다. 신랑이 나에게 말해주기 전까지는 내가 먼저 알지도 못했고, 내 주변의 누구도 그런 짤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었다. 내가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의 대부분은 '00 학원이 어떻더라', '몇 반 선생님은 어떻더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시사 관련 소재로 대화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그렇지 못할 때 (가벼운) 우울감을 느낀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또 다른 계기,
코로나 즈음 시작한 원서 읽기 모임이 있는데, 멤버들 간 돌아가면서 읽을 책을 정한다. 이번에 읽고 있는 책은 <It ends with us>이다. 이 책을 선정하게 된 이유가 요새 핫이슈이기 때문이다.

구독 중이던 넷플릭스 아이디가 만료되어서 이 영화가 있는지도 몰랐다. 이 이슈를 알게 된 것도 디즈니에서 일하는 지인이 모임의 멤버이기 때문이다. 이 모임 덕분에 할리우드 핫 가십도 알게 되고 뿌듯했다 ^^

미혼일 때는 소셜 활동이 나의 의지로 가능하여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만큼 에너지 레벨이 예전 같지 않고 더구나 시간도 부족하다.
결국 내가 평소 자주 어울리는 사람을 통해서 정보를 얻게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어울리는 5명의 평균이 곧 나 자신이라는 말에 더욱 공감이 된다. 현재 나의 지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나 또한 그들의 평균을 상승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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