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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백을 에코하게 사용하자

일상의 이해

by 꿈기획가

서랍장을 열면 정말 10개 가까운 에코백이 있다.
학원이나 공공 기관에서 수업을 듣고 받은 것도 있고,
콘퍼런스나 전시회, 박람회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것,
행사에서 이벤트로 받은 것도 있다.
에코백과 텀블러를 사용하면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서
지구를 살리는데 일조한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쓰임새가 많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저렇게 사용되지 않고 쌓여 있는 것들이 과연 환경을 살리는 데에 도움이 되는지 의심이 되기도 하고, 제발 이번 행사에서는 에코백 좀 나눠주지 않았으면 하는 기도도 하게 된다.

에코백이 생각보다 쓰임새가 떨어지는 이유는, 크기와 손잡이 길이가 애매하고 결정적으로 안 예쁘기 때문이다. 정말로 시장바구니 용도라면 튼튼하기 때문에 지금의 생김새로도 문제없다. 하지만 지인과의 약속 이후 집에 오는 길에 마트를 들를 수는 있어도 내가 마트만 가는 일은 거의 없다. 출퇴근할 때, 약속 있을 때 사용할 일이 훨씬 많고 시장바구니로서의 역할은 적기 때문에 외출용으로 손색없는 비주얼을 갖추어줘야 한다. 그러다 보니 야심 차게 에코백을 들었다가도 다시 내려놓고 쇼핑백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에코백을 정말 에코하게 사용하기 위해 손을 좀 보기로 했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쓰임새는 출근길에 운동복을 넣고 퇴근길에 테이크아웃 음식을 담을 용도이다. 십여 개의 에코백 중에 엄선된 후보는 다음 3개이다.

첫째, 안감이 있고 크기가 적당한 것.
어디서 받았는지 출처조차 기억나지 않는 가방이다. 원래 모습은 바닥이 없고 손잡이가 길어서 살짝 애매했다.
손잡이를 줄이고 바닥을 만들었음에도 거슬리는 것은 저 로고. 그래서 로고를 가릴 전사지를 사서 부착했더니 꽤나 맘에 들게 재탄생했다.



둘째, 반클리프 전시회에서 받았던 기념품
색상도 예뻐서 자주 사용하려 했지만 역시나 손잡이와 크기가 문제였다. 손잡이 길이를 줄이고 옆면을 안으로 접어서 크기를 줄였다. 아직 맘에 쏙 들지는 않지만 똑같은 반클리프 에코백이 두 개나 더 남아 있으니 좀 더 아이디어를 내 보려고 한다.



셋째, 서울대공원에서 교육 수료 후 받았던 에코백
이것은 투톤 컬러에, 적당한 길이의 손잡이, 안감과 속주머니, 똑딱단추까지 달려 있어 디테일이 굉장히 좋은 제품이다. 그리고 크로스백으로도 맬 수 있도록 긴 끈도 달려 있었다. 아쉬운 점은 역시나 로고. 이건 다른 나라 국기로 가렸더니 색상도 잘 어울렸다.



이렇게 리폼하기 위해 미니 손재봉틀, 미니 다리미, 열전사지를 사느라 3만 원 넘게 들었다. 그 비용으로 마음에 드는 보조가방을 사는 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이 언뜻 스쳤지만 앞으로도 여러 가방을 심폐 소생시키기 위한 투자였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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