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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것

인생의 이해

by 꿈기획가

2,30대에는 자기 개발서에서 강조한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인맥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어떻게 하면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방법을 찾았고, 한번 맺은 관계는 소중히 여기며 그 인연을 오래 이어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 했다.

하지만 결혼하고 아이 낳아 키우며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소셜 활동 및 인맥관리는 거의 사치에 가까웠다. 계절 바뀌면 콧물 흘리고 명절이나 휴가 때 어디 다녀오면 아픈 애를 독박 육아로 키우다 보니 늘 시간에 치여 분 단위로 발을 동동거렸고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는 정리되었다.

그리고 아이가 10살이 넘어가자 아주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지인의 부고 소식을 들었을 때 장례식을 다녀올 여유, 대학 졸업 이후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져 십 년 넘게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들을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만날 여유, 관심사에 따라 동호회 활동을 하거나 자격증 공부를 할 여유 말이다.

오랜만에 만나도 그 사이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지인, 각기 다른 곳에서 각자의 삶을 살았음에도 관심사와 가치관, 추구하는 바가 비슷한 지인을 만나고 나면 뭔가 모를 에너지를 얻는다. 나와 비슷한 사람은 저절로 끌리고, 그리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인연이 이어짐을 느낀다.

그래서 최근에 드는 생각은 좋은 사람을 만나려고, 그 인연을 유지하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나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을 빨리 알아차리고 관계로부터 오는 피로와 감정 소모를 방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럼 어떤 사람이 피해야 되는 사람일까?
첫 번째는 에너지 몬스터 유형이다. 만나고 나면 기 빨리는 사람. 나의 시간과 긍정적인 기운을 앗아가는 이 사람은 만나거나 대화하고 나면 나는 흡혈귀에게 피 빨린 마냥 맥을 못 추게 된다. 반대로 이 사람은 나로 인해 힐링을 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고 생기를 얻는다.

처음 나에게 고민을 이야기할 때는 이 상황을 해결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서 힘들어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열심히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같이 고민해 주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다 쓸데없는 일이었다. 상황을 바꾸거나 변화를 도모할 의지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저 나에게 답답함을 털어내고 끝이기에 뒤늦게 깨닫게 된다. '아 내가 헛짓했구나'


이 사람은 꼭 내가 아니어도 된다. 들어줄 사람만 있다면 아무에게나 아무렇지 않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 이후 상대방이 주는 애정 어린 조언에는 큰 관심 없다. 본인은 이미 마음의 안정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매사 불만이 많고 종종 힘들다. 늘 일이 잘 안 풀린다. 그리고 잘 운다. 도와달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다. 사람 자체가 악한 것은 아니기에 우는 모습에 마음이 약해지고 동정심이 생긴다. 고로 이 사람이 에너지 몬스터임을 빨리 알아차리고 눈물을 흘릴 기색이 보이면 적당히 듣고 넘겨야 한다.

두 번째는 사람을 도구로 잘 이용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다른 사람을 조종하며 자신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일단 눈치가 빠르고 관계에 있어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체로 앞에서는 잘해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험담을 하거나 은근히 왕따를 시키는 경향도 다분히 있다.
사실 여자들은 초등시절 이런 여왕벌들을 한 번씩 겪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이런 유형의 사람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사내에서는 오히려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에 파악하기 쉽다.
성인이 되어 특별한 목적이 없는 친목 도모의 관계에서 싫으면서도 함께 시간 보내고 어울리면서 남을 험담하고 조종하는 사람은 왜 그런지는 아직 이해 불가이다. 소모적인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므로 이런 사람들과는 그냥 표면적인 관계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런 사람을 알아차리는 방법은 역시나 험담이다. 바로 코앞에 있는 당사자에게는 아무 말 안 하면서 귓속말이나 전화나 메신저 등으로 그의 험담을 나에게만 한다. 처음에는 그와 더 친하기 때문에 그의 험담, 불만을 들어주고 동조해 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의 불편함이 생긴다. 마음의 불편함은 양심의 가책으로 점점 발전하게 된다. 이때 그가 나와 더 가깝다고 마음속 불편함을 억누르며 견뎌낼 필요가 없다. 그 시점에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그 시점이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던, 다른 사람에 대한 험담을 멈추던 둘 중 하나의 골든타임이다. 이 불편함을 계속 참으면 나 또한 그를 험담한 것에 동조한 것이 되고 결국 그와 같은 사람이 된다.

이런저런 사람을 겪고 나니 법정 스님의 말씀이 더욱 와닿는다. 나이가 들수록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인연을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버려야 한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놓으면 쓸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에 어설픈 인연만 만나게 되어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

인연을 맺음에 너무 헤퍼서는 안 된다. 옷깃을 한번 스친 사람들까지 인연을 맺으려고 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적인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지만 인간적인 필요에서 접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위에 몇몇 사람들에 불과하고 그들만이라도 진실한 인연을 맺어 놓으면 좋은 삶을 마련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진실은 진실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좋은 일로 결실을 맺는다. 아무에게나 진실을 투자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상대방에게 내가 쥔 화투패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는 어리석음이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도 많이 당하는데 대부분의 피해는 진실 없는 사람에게 진술을 쏟아부은 대가로 받는 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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