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이해
회사 생활 저년 차 시절의 해외 출장.
그때는 정말 업무에 대한 준비만 하고
컴퓨터 가방에 개발도구를 싣고 비행기를 탔다.
부서 선배들도 현지 생활에 대해 딱히
가이드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숙소를 한국인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곳으로
예약하는 것이 가장 큰 팁이었다.
게스트하우스가 없는 나라로 가게 되면
현지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익혀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생존 전략은 주재원이 누군지
빨리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 모든 상황에서 제일 먼저 도움을 청할 곳은
주재원이라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이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출장의 기미가 보이면 미리 주재원에게 연락을 한다.
최적의 방문 시기와 가격 대비 적절한 호텔,
공항-호텔-법인 이동 방법을 추천받고
현지에서 이용할 택시 앱도 미리 깔아서
신용카드 등록하고 번역 앱까지 설치를 한다.
또한 라면, 김, 소주, 담배, 화장품 등
주재원과 현지인에게 줄 소소한 선물까지 사 두면
출장의 90%는 준비된 셈이다.
이번에는 운이 좋아서
중국 연구소에 내가 아는 주재원이 2명,
출장을 함께 갔던 동료가 아는 주재원이 한 명,
총 3명의 주재원이 있었다.
주재 경력도 다양해서 발령 난 지 1개월 차,
1년 4개월 차, 7년 차 경력이었고
공교롭게도 모두 가족들이 한국에 있는 상태였다.
이렇게 어벤저스가 있는 나라로 출장을 가게 되니
이번 출장은 좀 더 특별했다.
공항으로 기사가 데리러 왔고,
식사 때마다 늘 다른 식당에서
중국 지역별 대표 메뉴를 맛볼 수 있었으며,
늘 다른 브랜드의 커피가 제공되었다.
잠깐의 휴식 시간에는 인근 매장 투어를 다녀오고
생각도 못 했던 업체 견학 등
임원급에 가까운 의전을 받았다.
아는 주재원이 없었더라면 하루 종일 8시간 회의에
회사 식당에서 점심 먹고 공항-호텔-사무실만 오가느라
여긴 어디? 난 누구? 했을 것이다.
알고 봤더니 주재원들 사이에서도
아는 사람이 주재원으로 있는 나라에 출장을
가야 한다는 것이 거의 국룰이라고 했다.
그 법칙을 출장을 10n 회차를 다닌 지금에서야 알았네!
지금 영국과 러시아 주재원으로 지인이 있다.
다음 출장은 이들이 임기가 끝나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꼭 출장을 가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