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해
전시회 관람의 시작은 아이가 미술 학원에서 그린 그림에서 시작되었다. 가끔씩 유명 작가의 그림을 모사해서 그리는 활동을 하는데, 대부분은 미술 교과서에서 한 번씩 봄직한 유명한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이 물방울은 화가가 누구인지 몰랐기 때문에 그저 입체감이 느껴지는 독특한 그림이다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평소 정보를 자주 얻는 맘 카페를 들렀더니 김창열 화가의 전시회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홈페이지를 보는데 어랏, 이 그림은...
우리 집에도 걸려 있는 것과 비슷한 것이 아닌가? 학원에서도 그렸던 만큼 나도 이 화가가 누군지, 어떤 그림이 있는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줄여서 국현미)를 방문했다.
야간 개장을 하는 토요일 저녁시간에 같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파에 놀랐다. 회사 다니랴, 애 키우랴 요즘 트렌드에 뒤처진 지는 한창이라 넷플릭스 유명한 시즌도 못 보는데(오징어 게임도 못 봄 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는다니... 나 빼고 많은 사람들이 문화생활을 다 누리고 있구나...
사전 예약한 입장권을 스캔하여 전시관 안으로 들어섰다.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작품과 작품 사이를 이동하는 것이, 수학여행 때 유명 포인트 사진 찍고 지나가는 경험과 흡사했다.
김창열 작가는 (한국전쟁을 겪은 그 당시에도) 미국과 프랑스로 본거지를 옮겨가며 작품 활동을 했고 물방울을 그림으로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완성했다.
자신이 직접 보고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죽음,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은 자로서의 죄책감을 그림으로 승화한 것이다.
화가의 이런 상황을 알고 보니 물방울이 다르게 보였다. 전에는 그저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물방울의 아름다움을 관찰하다 보니 그리게 되었나 짐작했다. 이제는 그것이 고통을 삼킨 눈물이자, 치열하게 버텨온 삶의 흔적으로 보였다.
"근 30평이나 되는 마구간에서 작은 난로 하나를 때는 때라서 난방은 있으나 마나 한 거지. 나는 중처럼, 도인처럼 수도하는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쪼그리고 앉아있곤 했어. 그때의 심정은 종교적인 체험을 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지. 바로 그 거리에서 물방울이 탄생한 거야.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가장 고통스러울 때 물방울이 튀어나온 거야."
삶이 고통스러울 때 최고의 작품이 나온다니 아이러니다. 윤여정 배우님 역시도 동일한 말을 한 바 있다. 창작과 예술을 하는 사람에게는 편안함과 안위, 행복은 영감의 원천을 막는 독인 것일까.
느좋카페와 맛집 탐방을 좋아하고 하루하루 무탈한 삶에 행복을 느끼는 나로서는 예술은 넘사벽의 영역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