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이해
평소 유현준 작가님의 책과 유튜브 채널 즐겨듣는다.
마침 11월 마지막 토요일에 백년과 하루라는 기획 전시의 세션 중 하나로 유현준 작가님 강연이 있어서 다녀왔다.
구 서울 역사에서 이루어지는 서울역,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강연이라 장소와 콘텐츠가 너무 훌륭한 궁합이었다. 누가 기획하셨는지 칭찬 레터 써드리고 싶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다음은 주요 강의 내용
기차를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분 단위로 시간을 맞추는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증기기관이 등장해 영국이 분 단위의 생활을 할 당시 조선은 2시간 단위로 살아가고 있었으니 이미 20배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기차역이 시간의 개념을 새로 만든 것이다. 프랑스 작가가 쓴 <80일간의 세계일주>에도 주인공은 영국 신사라는 설정이, 당시 가장 앞서가는 트렌드세터이자 셀럽은 누구인지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설도 신선했다.
고향이 부산이라 일 년에 2번 이상 기차 타는데 오가면서도 서울 역사 중앙에 있는 계단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기차 타기 전에 도시락 먹기 좋겠다 정도로만? 서울 역사에 있는 계단도 벤치와 같이 대중이 여유롭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고 그것이 곧 내 공간이 된다는 것도 평소 작가님 책 통해서 접했던 건데 직접 들으니 새로웠다.
서울역 고가를 철거하면서 서울로 7017 공원을 만들 때 하이라인파크를 참고해서 만들었다. 처음엔 항상 반대하지만 10년이 지나면 항상 찬성을 받게 되는 데 이 공원 또한 예외는 아니다. 다만 하이라인파크는 철길이라 꽃과 나무를 심을 수 있는데 서울로 7017은 아스팔트라 화분을 갖다 놓아 뭔가 좀 아쉬운... 이것 역시 데크를 화분 높이까지 올리면 보완 가능할 것임.
질의응답시간에 서울역이 더 나아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역에서 나왔을 때 큰 광장이 있어야 된다고 했다. 덱을 만들어서 나오자마자 차들이 보이지 않고 어느 정도 걸어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부산역은 이미 그렇게 되어 있다. 그래서 그동안 서울역에 내리면 답답하고 혼잡한 느낌, 부산역에 내리면 뻥 뚫린 느낌을 받았던 걸까?
대한민국이 분열된 데에는 공통된 추억이 없기 때문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공통으로 쓸 수 있는 공짜의 공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즉 공원이 필요하다. 등산과 골프가 가능하지만 등산은 앞사람 등만 보게 되고 골프는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만 가능하니... 신축 아파트의 공원을 공용화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것(용적률을 올리거나 등)을 주는 방식으로 트레이드 가능한 유연한 도시 설계가 필요하다.
주 4일제가 도입되면 수입은 줄어들 것이고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투잡, 쓰리잡이 필수가 될 것이다. 서울에 더 많은 직장과 기회가 있으므로 사람은 더 서울로 모이게 된다. 부산에 있던 경공업 제조회사가 중국, 베트남으로 이동하게 되자, 2~30대 젊은 여성인력이 대도시로 이동하고 남자들도 따라 움직임.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좋은 학교를 지방에 세우거나 부산을 외국인 금융허브 거점으로 만들면 되는데 그러려면 두바이, 싱가포르처럼 세금제도를 바꿔서 혜택을 줘야 한다.
내게 익숙한 공간이 어떤 의미인지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일깨워 주셔서 더 재미있고 유익했다. 원래도 좋아하는 분인데 방송보다 실제가 목소리 더 좋으시고 사인도 친절히 해주시고 사진도 잘 찍어주시고 매너 좋으셔서 완전 반했다 ^^
강연을 듣고 난 후 문화역 곳곳을 둘러보았다.
사진으로 담고 싶을 만큼 부분 부분 멋진 곳과 포토 스폿이 많았다.
문화역도 오르세 미술관처럼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