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받는 것도 재능이다

인생의 이해

by 꿈기획가

지난달, 기간은 짧았지만 중요도는 그 무엇보다 높았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뉴스에도 몇 차례 언급될 정도였고, 누군가에게는 1년 치 성과와 실적이라고 할 만큼의 일이었다. 디데이는 화요일이었고 그 프로젝트의 준비를 위해 주말도 출근하여 늦은 시간까지 일했다. (물론 혼자 한 일은 아니었고 업무가 엮인 여러 명이 함께 한 일이었다)

고생한 만큼 다행히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모든 업무가 끝난 저녁 시간, 임원이 카톡으로 수고했다는 메시지가 담긴 카드와 함께 선물을 보내주셨다. 나는 당연히 함께 일한 부서원들이 다 똑같은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하여 "다들 받으셨죠?"라며 단톡방에 톡을 남겼다. 동료들과 선물이 센스 있다, 감동받았다 이런 훈훈한 내용으로 한참 동안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다음날 출근했는데, 동료 중 한 명이 어제 단톡방 메시지가 무슨 내용이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알고 봤더니 그 동료는 선물을 받지 못한 것이다. 헛, 이런!! 치명적인 실수가! 너무 당황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순간 머리가 멍해지는 듯했다. 솔직히 이런 선물은 안 받으면 안 받았지 줄 거면 다 같이 줘야 하는 상황 아닌가.


총무가 함께 일했던 명단을 임원에게 전달할 때 한 명을 빠뜨린 게 아닐까 짐작되었다. 선물 받아야 할 사람 중 한 명이 빠졌음을 임원에게 바로 알려야 할지 총무에게 말해서 전달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이 고민을 하는 동안 그 동료는 이미 본인은 선물 받은 걸로 할 테니 주변에는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나에게 이런 시련이... 어떤 게 현명한 행동인지 결정하기 어려웠다. 이 선물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그 프로젝트를 함께 한 멤버로 인정받는가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부서 내에서 아예 존재감조차 없는 것인가... 고민하다가 내가 임원에게 바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총무에게 물어보았다.


그래서 확인해 본 결과 임원은 프로젝트에 포함된 사람들에게 동일한 메시지와 선물을 보냈었다. 하지만 그 동료는 친구로 등록되지 않은 사람이 보낸 메시지는 받지 않도록 차단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임원이 백화점에 가서 화과자를 샀고 총무를 통해 대신 전달해 달라고 한 상태였다.


이 말을 듣고 어찌나 마음이 놓이고 안심이 되던지... 그렇다. 임원은 그 누구도 누락하지 않고 그 업무를 진행한 직원들을 모두 챙긴 것이고, 선물을 못 받았던 동료는 단지 본인의 차단 설정으로 인해 생긴 일이었다. 그리고 반나절 늦었지만 그도 선물을 받았다.


이렇게 마무리되었다면 그냥 웃고 지나갈 해프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료는 화과자 안 먹는다며 선물을 옆자리에 앉은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을 보았다. 엥? 그걸 왜? 그렇게까지 거절해야 했을까? 본인이 먹지 않는다면 가져가서 가족을 주던지 지인에게 선물해도 되었을 텐데... 그 동료는 끝까지 본인의 기분 나쁨, 마상을 확실하게 행동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 모습을 내 눈으로 보고 있자니 허탈했다. 나는 왜 이 일에 그렇게 노심초사하며 신경을 썼던가. 앞으로 굳이 신경 쓰지 말아야겠다...


이 해프닝을 겪으며 누군가 호의를 베풀거나 무언가를 줄 때 잘 받는 것도 재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주어진 것이면 받고 나 또한 그에 대한 응답을 하면 되지 않을까. 받는 게 싫다고 거절해 버리면 복을 제 발로 차는 건 아닐지.


요즘 말로 지팔지꼰 지인지조가 되지 않기 위해, 작은 것이라도 감사히 받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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