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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Feb 18. 2022

냄새는 신분이자 아이덴티티이다

영화를 보면 냄새는 그 어떤 수단보다 상대를 매료시킬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자 때론 권력까지 가질 수 있음 알 수 있다. 


#1 트로이


브래드 피트의 리즈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 킬레스와 브리세이스의 첫 만남도 냄새로 시작된다. 아킬레스는 포로로 잡혀온 브리세이스를 보고 머리카락 냄새를 맡아본다. 머리 냄새를 통해 천민인지 귀족인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 기생충

영화의 마지막 장면. 차 열쇠를 던져달라는 박사장의 말. 자기 집 지하에 기생충처럼 숨어 지내던 그 존재를 냄새를 통해 확인하고 그 지독한 악취에 고개를 돌리는 박사장을 찌르는 사람은 다름 아닌

 

#향수


말해 뭐하랴. 향기는 그야말로 살인자에서 모든 사람을 제어할 수 있는 권력까지 지닌다.


영화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그러하다. 

냄새만으로도 그 사람의 나이와 신분을 짐작할 수 있다. 신생아에게서는 젖 냄새, 분유 냄새가 나고,

미혼의 아가씨에게서는 향수 냄새 화장품 냄새를 느낄 수 있다.

사춘기가 되면 머리 냄새부터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제품 이름 자체가 아들 샴푸, 딸 비누인 것도 있다.


이미 사회적 신분이 할아버지, 할머니이지만 이때껏  부모님을 대하면서 그렇게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서 맡았던 콤콤한 냄새, 고쟁이 냄새 같기도 하고 청국장 냄새 같기도 한 묘한 냄새 시어머니에게서 느껴진다.  나이 들수록 (몸을) 잘 씻고 (로션을) 잘 바르고 (옷을) 잘 빨아 입어야 하는구나 또 한 번 느낀다.


이때껏 나의 아이덴티티는 직장인이었다. 직장인의 냄새는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컴퓨터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전자제품 냄새일까? 그리고 지금의 나는 아줌마와 직장인 사이에 살짝 걸치고 있는 휴직자이기도 하다. 청소를 열심히 한 날은 락스 냄새가, 요리를 한 날은 반찬 냄새, 마늘 냄새가 나겠지... 나의 냄새와 향기는 무엇일지, 나는 어떤 냄새로 기억에 남을지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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