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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Feb 17. 2022

미래를 위해 현재를 담보하지 마라

연말 연초가 되면 원래 카페의 주제가 

무엇이든 간에 그것이 여행카페이든 

맘카페이든 취미생활 관련이든

입시와 진로에 대한 문의 글이 항상 

올라온다.


그런 질문의 글과 댓글을 읽을 때면 

벌써 20여 년이 지났지만 나의 수능과 

대학 입시, 전공을 무엇으로 선택할까 

고민했던 기억이 몽글몽글 떠오른다. 

그리고 시간이 20여 년이 넘게 흘렀지만 

그 당시 부모님이 나에게 했던 조언과 

지금의 부모님이 딸에게 권하는 조언이 

크게 다르지 않음에 놀랄 때도 있다. 

제 아무리 4차 산업 혁명이다 

지금 직업의 대부분이 없어진다 해도 

왜 딸에게는 비슷한 직업군과 전공이 

추천될까.


고등학교 시절 나의 목표는 

의대진학이었다. 

(공부를 그 정도로 잘하지는 못했다. 

목표일 뿐 ^^) 

그리고 수능점수는 당연히 의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수였다. 

나에겐 재수는 옵션은 아니었다. 

원래 모의고사 성적과 비슷하게 나와서 

1년 더 공부를 한다고 해서 실력이 확 

향상될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국구를 노리는 것도 

옵션이 아니었다. 

수능 끝남과 동시에 맞이한 IMF와 

오빠의 제대는 우리 집안에 아빠의 실직, 

대학생 두 명이라는 막대한 부담이었다. 

때문에 최대한 적은 비용을 써야 했다. 

그러다 보니 사립대학교도 선택할 수도 없었다. 

무조건 내 점수에서 갈 수 있는 

국립대를 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수능 점수를 손해보지 않고 갈 수 있는 

곳이 수학교육학과, 전산과였다. 

내가 수학교육학과를 선택한다면 

부모님은 너무 좋아하셨겠지만 

나는 이과지만 수학이 너무너무 싫은 

과목 중 하나였고 

교사라는 직업도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 당시 우리 집에 컴퓨터도 없고 

초등시절 컴퓨터학원 한번 다닌 적 없는 미지의 세계였지만 

차라리 모르는 쪽을 선택하는 게 더 

나은 것 같았다.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던 중 

아버지가 나에게 제시한 대안은 교대와 간호학과였다. 

이유는 누구나 다 알듯 여성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전문직이고 

아이 낳고 나서도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직업이기 문이었다.


그 당시 나의 수능점수가 의대 진학에 

대략 30점 정도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교대와 간호학과는 반대로 30점이 남는 상황이었다. 

와... 이러려고 그리 높은 목표를 잡고 

힘들게 공부했던가 

허탈감부터 시작해서 나의 적성과 흥미 따위는 관심 밖이었고 

그저 "여자가 일하기 좋은..."으로 시작하는 그 논리가 너무 고리타분하고 

화가 났다. 

그 두 직업은 나의 평소 성향으로서도 

상상하기 어려운 직업이었다. 

평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직업군이 나의 선택지라는 것, 

그렇다고 학교의 네임밸류를 높이는 선택도 어려운 상황이 참 화가 났다.

결국  전산과를 전공으로 선택함에 있어 나의 반항심도 어느 정도 작용한 셈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선택대로 대학을 진학했고, 많은 선후배들이 가는 길대로 

취업을 해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는 전혀 없던 제도였지만 

난임 휴직 5개월, 육아휴직 2년, 

자기 계발 휴직 1년을 쓰면서  

아이 키우며 일하고 있다. 

입사할 당시 내가 3.5년의 휴직을 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3년 이상의 휴직은 공무원에게만 주어진 혜택이라 생각했지만 

남성 비중이 70%가 넘는 사기업을 다니면서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회생활 초반에는 일이 적성과 맞지 않음에 방황도 하고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회사를 다녔지만 회사를 다님으로써 

나의 세계가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해외출장 경험부터 연수원으로 파견 가서 교육 업무를 해본 것, 

헬기 타고 우리나라의 산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짜릿한 전경 등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너무나 많다. 

그저 미래의 안정을 위해  주변 어른들의 뜻에 따라 전공을 선택했더라면 

중간에 그만뒀을 수도 있고 지금까지 일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제 막 20대 초반을 맞이하는 후배들에게 여전히 교대와 간호학과가 

추천되는 상황에서 그저 부모님과 

선생님의 추천에 따라 미래를 담보 잡지 않았으면 한다. 

 스무 살에게 10년 후가 될지 20년 후가 될지 모르는 임신과 출산,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에 유리하다는 그 혜택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너무나 까마득하고 

때론 인생과 전혀 관계없을 수도 있다. 

그저 내면의 소리를 들었으면 한다. 

십 수년 후 내 딸이 대학을 진학하는 

그 시점에서도 나 역시도 내 부모가 

나에게 했던 것처럼 동일한 조언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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