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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Jan 28. 2022

밸런타인데이와 사회생활

직장생활의 이해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우리의 인식 속에는 여자가 먼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각인되어있다.

그래서인지 꼭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어도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이에는 초콜릿을 선물한다.

남사친에게도, 함께 일하는 회사 동료에게도 말이다.




불혹이 넘은 나이가 된 후로는 

이런 선물을 챙기지 않는다.

내 남편도 안 챙기는데 동료까지 굳이...? 


하지만 30대까지만 해도 이런 기념일(?)을 챙기는 것이

팍팍한 사회생활에서 인간애, 동료애를 느낄 수 있는

단비 같은 즐거움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동료를 챙기는 인간적인 의리라고 생각했다. 

이런 군것질거리가 있어야 자연스럽게 티타임도 가지게 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번 밸런타인데이가 될 때마다

남자 동료와 선후배에게 작은 초콜릿 선물을 했다.


전날 이미 사두어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자리 주인이 오기 전에 미리 올려두기도 했고,

점심시간 때 회사 매점에서 사서 돌리기도 했다.

여사우끼리 돈을 모아서 살 때도 있었고,

혼자 살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 작은 초콜릿 선물에도 

사회생활의 노하우가 필요했음을 

지나고 나니 알게 되었다. 

때론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불필요한 잡음도 만들어내기에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나을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입사 후 지난 십 수년의 밸런타인데이를 거치며

단순한 경우와 복잡한 경우를 생각해보았다.


< 단순한 경우 >

1. 부서에 여자가 한 명뿐이다

아무 고민할 것 없다.

선물하고 싶으면 하면 되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하면 된다.

모든 것은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2. (당신이) 신입사원이거나 부서에서 막내의 위치일 경우

역시 고민이 필요 없다.

여자 선배가 하자고 하는 대로 따르면 된다.

돈을 모아서 선물하자고 하면 그렇게 하면 되고,

윗선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선배한테 

"어떻게 할까요?" 물어보면 된다.


3. (당신이) 부서에서 여직원 중 가장 선임이다

역시 고민 없이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혼자 사서 나눠주던, 여사원들끼리 일정 금액을 걷어

함께 사서 주던 문제없다.


복잡한 상황이 되는 경우는 

부서에 여직원이 여러 명 있는데 

선배도 있고 동료도 있는 경우이다.


예전에 나의 상황이 그랬다.

같은 부서에 여자 선배 한 명, 

나와 여자 동료 한 명,

여자 후배 한 명이 있었다.


다 같이 점심식사를 하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에

매점에서 초콜릿을 쌓아놓고 파는 것을 보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사원끼리 돈 모아서 초콜릿 살까요?"

이야기가 나왔다. 

"어떻게 할까요?", "그렇게 하죠" 

그런 대화가 오갈 그 시점에 

결론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자 선배는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고,

나 포함해서 여직원 3명이 남게 되었다.


그래서 5천 원씩 돈을 걷어 초콜릿을 사고

남직원들에게 나눠주었다.

내가 나눠주니 남직원들은 

나 혼자 사서 주는 줄 알았고,

나에게만 고맙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보자 여자 동료는

"그거 희영 씨가 혼자 주는 게 아니고 

여직원들이 다 같이 준비한 거예요!"

라고 이야기했는데 그런 상황을 

조금 불편하게 여겨 말하는 듯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여자 선배는 나를 불러서

남직원들에게 선물할 거였으면 

미리 이야기를 하지 그랬느냐고

한 마디를 했다.

내가 모든 것을 다 준비한 것처럼 보이도록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또한 선배가 그렇게 돌아간 상황에 대해 

질책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황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것,

몇몇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 것은 사실인 셈이다.


이 해프닝을 통해 

회사에서 동료에게 작은 호의를 베풀 때도

동료와 선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호의는 누군가에게는

돋보이고 싶어 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고,

시기 질투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선배가 여사원 대표로 준비했음을 어필하고

감사의 표현도 선배가 대표로 받는 것이 

명분도 서고 모양새도 좋은 일이다.

내가 준비한 작은 이벤트도 기왕이면 선배를 돋보이도록 

상황을 만들어보자.

앞뒤 좌우 상황을 모두 고려하여

여우처럼 영리하게 행동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둔한 곰이 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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