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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Mar 03. 2022

냉철한 이성을 유지해라

직장의 이해

1809년 1월, 나폴레옹은 스페인 전쟁을 치르다 말고 서둘파리로 돌아왔다. 자신의 스파이와 심복들에 따르면 외무장관 탈레랑이 경시총감 푸셰와 모반을 꾀했다는 소문이 진짜였기 때문이다. 충격을 받은 황제는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장관들을 궁정으로 불러들였다.


그는 장관들이 도착하자 곧바로 회의를 열고 방안을 이리저리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반역자들이 자신에 대항해 음모를 꾸미고 있다이야기를 두서없이 늘어놓았다. 투기꾼들은 주식시장을 폭락시키고 있으며, 입법자들은 자신의 정책을 지연시키고 있으며, 자기 밑의 장관들은 몰래 자신을 해하려 한다이야기였다.


나폴레옹이 이야기하는 동안 탈레랑은 무관심한 얼굴로 벽난로 선반에 기대어 있었다. 나폴레옹은 탈레랑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장관들이 마음속에 의심을 품는 순간 반역은 시작되는 거요" 황제는 반역이라는 말에 탈레랑이 겁을 먹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탈레랑은 지루하다는 듯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반역죄로 목이 달아날 판인데도 장관이 전혀 동요하지 않자 나폴레옹은 약이 올랐다. 그래서 장관 중에 자신이 죽길 바라는 사람이 있냐고 말하면서 탈레랑에게 한 발 가까이 다가섰다. 탈레랑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황제를 마주 보았다. 마침내 황제는 폭발하고 말았다. 그는 탈레랑의 얼굴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이 겁쟁이에 믿음이라곤 추호도 없는 자 같으니. 당신이 신성하게 여기는 건 하나도 없지. 자기 아버지도 팔아 버릴 작자 같으니라고! 내가 재물을 그렇게나 많이 주었는데 이제 나를 해치려 들다니." 나머지 장관들은 믿을 수 없다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유럽 대부분을 정복한 두려움 모르는 장군이 그토록 이성을 잃은 모습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유리처럼 박살이 나도 싸." 나폴레옹은 발을 구르며 말을 이었다. "내겐 그럴 만한 힘이 충분히 있어. 하지만 당신에겐 그렇게 하는 것도 아까워. 튈르리 궁전에서 참수시켰어야 하는 건데. 하지만 시간은 아직도 얼마든지 있어." 씩씩대며 고함을 지르는 나폴레옹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눈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당신은 비단 양말만 신었지 머저리나 다름없어. 자네 아낸 또 어떻고? 상 카를로가 자네 아내의 애인이란 얘긴 나한테 안 했지?" "폐하, 그건 폐하께나 저에게 전혀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탈레랑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황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나폴레옹은 몇 번의 모욕을 더 주더니 회의실을 나갔다. 탈레랑은 절름거리는 특유의 발걸음으로 천천히 방을 가로질렀다. 하인이 외투를 입혀줄 때 그가 동료 장관들을 보고 말했다. "여러분, 정말 가엾지 않소. 그렇게 위대하다는 사람이 매너는 저렇게 형편없다니."


나폴레옹은 외무장관을 체포하지 않았다. 그를 해임시키고 궁정에서 축출하는 것에 그쳤다. 탈레랑 같은 사람에겐 모욕을 주는 게 가장 큰 응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이 탈레랑을 오래도록 몰아세웠다는 소문은 금세 퍼졌다. 당시 황제는 완전히 이성을 잃었지만, 탈레랑은 평정과 위엄을 잃지 않고 오히려 황제에게 굴욕을 주었다는 식이었다. 그 일로 사람들은 나폴레옹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중에 탈레랑은 이렇게 말했다. "그것이 바로 종말의 시작이었다."


출처 : 로버트 그린 <권력의 법칙 > 중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다혈질의 사람, 작은 일에도 쉽게 화내는 사람을 볼 수 있다. 특히 직장 상사가 이런 스타일이라면 그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는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특히 외모나 사생활을 약점으로 삼아서 인신공격을 하는 사람이라면 스트레스를 받다 못해 큰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지금은 그런 상사가 거의 없지만 십 수년 전만 해도) 농담 삼아 "이 대리, 자기는 왜 그렇게 배가 나오고 뚱뚱해? 이제 굵은 대리라고 불러야겠어",

"김 과장, 왜 그렇게 까칠? 그러니까 아직 시집을 못 가지. 그거 노처녀 히스테리야.


하지만 직장생활이 힘든 것은 상사의 이런 공격에 제대로 맞받아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외모 공격에 대해 "부장님도 머리 벗어지셨잖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자 그럼 상사의 공격에 대해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바로 윗글의 나폴레옹과 탈레랑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나폴레옹 황제는 절대 권력자이지만 이 사람이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말을 하는지 감정에 휘둘려 아무 말이나 쏟아내는 것인지는 누구나 알 수 있다. 그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사람의 썰전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다 알게 된다. 누가 한 수 위이고 누가 한 수 아래인지.

이런 일대중적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되는 사람은 막말을 쏟아낸 상사이다. 화를 내면 사람들은 처음에는 두려워하고 겁을 먹는다. 하지만 폭풍우가 잠잠해지면 사람들은 등을 돌리고 물러나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그렇다면 상처받은 나의 영혼을 달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내가 부하직원이기 때문에 반격도 못하고 당했다고 생각하면 억울함이 쌓인다. 언젠가 동료와 시간이 판단할 것이고, 그는 회사 밖을 나가면 일개 동네 아저씨에 불과하다고 생각해보자. 길거리 지나가는 아저씨가 나에게 욕을 했다 한들 우리는 상처받지 않는다. 그것이 내 탓이 아니며 그저 재수 없었다며 깊이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며 쏟아내는 상사를 나폴레옹을 바라보는 탈레랑의 시선으로 생각한다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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