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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Mar 10. 2022

선거의 추억 (feat. 아르바이트의 추억)

일상의 이해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이 났다. 투표율 77.1%라는 높은 수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정치에 관심이 많은지 알려주는 수치가 아닐까. 대한민국은 앞으로 5년 동안 또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인지 궁금증을 뒤로하고,

선거하면 생각나는 예전 일을 써볼까 한다.


대학시절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학비도 걱정이었기 때문에 용돈은 내가 스스로 벌어야만 했다. 아쉽게도 대학생들이 다 한다는 중고등학생 영수 과외는 거의 하지 못했기에 (나의 수완이 부족했나 보다) 학과 사무실을 드나들며 아르바이트 정보를 수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토익, 텝스, 컴퓨터 능력시험 부감독부터 시작하여  홈페이지 번역, 워드 치기, 명절날 톨게이트에서 신문 나눠주기, 컴퓨터 과외, 홈페이지 제작 및 데이터 입력 등등. 특이 아르바이트 중에는 선거 개표 아르바이트도 있었다!  


그 당시 선거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였고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주최는 방송국이었다. 선거 개표 방송을 보면 밤새 진행하는 것처럼 아르바이트 역시 녁 6시부터 시작하여 밤을 새우는 일이었는데 대신 일당이 두둑한 편이었다. 밤새는 일 정도는 과제를 하면서 이미 이력이 나 있었기에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신청했다.


선거 개표 아르바이트는 성별에 따라 역할이 달라졌다. 남자는 현장에 가서 투표함 나르기부터 투표용지를 펼쳐 확인하고 번호대로 몇 표 획득했는지 집계한다.  투표함 하나를 다 확인하면 방송국으로 전화를 해서 1번 후보 몇 표, 2번 몇 표 획득했는지 알려준다. 그러면 그 전화를 받 확인된 투표수를 컴퓨터로 입력하는 역할은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했다. 남자들에 비해서 일은 수월한 편이었고, 내가 입력한 수치가 바로바로 생방송에 표시되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12시가 넘어가자 살짝 졸리기도 했는데 잠깐 멍 때리면 바로 전화가 울려서 졸 수도 없었다. 어떻게 보면 단순 입력 작업이지만 우리의 실수가 한민국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키보드 하나하나 신중하게 눌렀다. 이 작업을 다른 과 전공도 아닌 굳이 전산/컴공 전공자에게 요청한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위안 아닌 위안을 삼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같은 과 여자 후배도 같이 일하게 되어 지루하지 않게 일할 수 있었다.  


그전까지는 개표방송이 참으로 지루했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나름 흥미진진한 콘텐츠였다. 특히 그 당시는 동서로 지역색이 확실하던 때라 50대 50, 49 대 51로 엎치락뒤치락하는 것도 나름 관전 포인트였다.


모든 개표와 데이터 입력이 다 끝나고 누가 최종 당선자인지 확인 후 해 뜨는 것까지 보고 나서야 일이 마무리되었다. 일당을 받은 후 밤샘해서 피곤할 거라며 담당자께서 집 앞에까지 차로 데려다주셨다. 그렇게 선거 개표 알바는 끝이 났다.


지금까지 이 아르바이트가 기억이 나는 것은 나름 꿀알바였기 때문이다.  방송국 옆에 극장이 있었는데 담당자께서 아르바이트 시작 시간보다  일찍 오면 영화 보여준다고 하셔서 공짜로 최신 영화를 보았다. (아마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방송국 직원 식당에서 저녁 먹고, 밤새는 동안 틈틈이 커피와 다과, 난이도가 높지 않은 업무, 일당 7만 원, 일 끝나고 집까지 차편 제공.     


선거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보니 이런 아르바이트는 한 번 밖에 하지 못했다. 사회에 진출하기 직전 내가 처음으로 경험한 정치의 일부라고나 할까. 요즘도 이런 아르바이트가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은 더 잘할 수 있는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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