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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Mar 18. 2022

성장기의 역변 (feat. 동창회에서 얻은 육아 교훈)

일상의 이해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 참석해본 적이 있나요?


나의 첫 초등학교 동창 모임은 22살 때였다. 그 당시 유명했던 웹사이트 '아이러브스쿨'은 전 국민의 동창 찾기, 첫사랑 찾기 붐을 일으켰고 나 역시도 그 흐름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나는 학창 시절 여중, 여고를 나왔고 학원과 도서관을 다니지 않았기에 또래 남학생을 겪을 기회가 없었다. 대학 입학만 하면  연애의 문이 활짝 열릴 줄 알았건만 70명 정원 중 62명이 여학생인 학과에 진학했기에 여대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따윈 내게 해당되지 않았다. 그런 분위기였기 때문에 당시 트렌드였던 동창 찾기에도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었다.


하나둘씩 알럽스쿨에 가입했고  누군가의 주도하에 6학년 전체 동창회 날짜가 잡혔다. 첫 번째 동창회였고 대략 20명쯤 모인다고 했다. 참석 의사를 밝힌 동창 중에는 한때  짝꿍도 있었고 킹카 퀸로 인기가 대단했던 친구도 있었다. 여자 동창들 중에는 중고등학교 때 같은 학교로 진학하여 비교적 최근까지 얼굴을 본 친구가 있지만 남자 동창은 거의 10년 동안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정말 궁금했다. 리고 나 역시도 동창들 기억 속에는 어떤 아이로 남아있는지 그들 눈에는 어떻게 비칠지 알고 싶었다.


소개팅보다 더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나갔다. 다들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절반 이상이 상기된 얼굴로 나와 있었다. "야! 너!", "와~반갑다!", "너 기억나? 학교 끝나고 우리 같이 놀이터에서 놀았잖아!", "너 학교는 어디야?", "그때도 공부 잘하더니 역시 좋은 대학 갔네".

"남자애들 어른이라고 담배 피우는 거 너무 적응 안 된다" "너네들 높은 구두 신고 화장하는 것도 우습거든?"

오고 가는 맥주잔 속에 시끌벅적 추억을 나누었다.


나는 대화를 나누는 동창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한 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여자 동창들은 초6 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때 예뻤던 애들은 여전히 예쁘고 그때 공부 잘했던 애들은 명문대, 명문과에 재학 중이었다. 그 당시 활달하고 예체능을 잘했던 친구들은 미대, 음대, 무용과 전공이었다.  외모뿐 아니라 성향도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만 해도 초등 5학년 때 초경을 시작하여 초등 6학년 때 키가 158cm이어서 밖에 나가면 고등학생으로 볼 정도였고, 지금과 비교해도 노화의 차이 외엔 달라진 점이 많지 않았다.

  

지만 남자 동창들은 그야말로 그 변화의 정도가 역변 그 자체였다. 내가 정수리를 내려다볼 수 있을 정도로 자그마했던 한 동창은 이제는 우러러봐야 할 정도로 키가 훌쩍 커버렸고, 동글동글한 귀여운 얼굴이었던 친구는 각진 턱 때문에 인상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조용하고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없던 친구가 의대에 다니고 있질 않나, 까불까불 하던 애가 진지남이 되어 있고, 착실하고 발표를 잘해서 공부를 잘할 것 같았던 친구는 모델이거나 헤어디자이너이거나 마트 점장이거나 하는 등 예상치 못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여자아이는 초등 고학년에 이미 성인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데, 남자아이는 내가 알지 못했던 중 고등학교 시절 어떤 과정을 거쳤길래 이리 달라질까. 미스터리는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가 아들을 키웠더라면 조금은 파악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나... 딸만 키우니 여전히 문이다. 이 의문에 대해 한 책에서는 그 역변의 요인을 자존감으로 설명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 중에 사람이 확 바뀌었다는 느낌을 주는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이때 우리는 그 친구들을 만난 후 흔히 큰 성공을 해서 혹은 일이 지독히 안 풀서라는 식으로 그 바뀌었다는 느낌의 이유를 말한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의 수많은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그 변화의 근본적 원인은 결국 자존감으로 귀결된다. 이는 말 글도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자존감은 자신의 능력과 한계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그 사람의 전반적인 의견이기 문에 중요하며, 역경을 이겨내고 성취를 이뤄낼 수 있다는 확신과 직결된다. 동창회에서 무언가 확 바뀌었다는 느낌을 주는 친구들에게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결국 그 친구의 변화된 자존감이다. 그 방향이 상승이든 하강이든 말이다.


- 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것들 -




동창회에 나타난 남자 동창들은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아이들이기에 그들의 사춘기 시절 어떤 일이 있었고 초등학교 시절 자존감이 높았는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어떻게 컸을지 제일 궁금한 엄친아 또는 나의 (첫사랑이라 하기에도 오글거리는) 호감을 샀던 친구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남들은 그렇게 만난 동창과 결혼도 하더라만 나의 첫 동창회이자 마지막 동창회는 그렇게 1회성으로 끝났다. 20년 전 동창회가 이 시점 육아를 하는 내게 남기는 시사점은  딸은 초등 고학년에 이미 성인의 모습이 나오니 어린 시절 잘 키워야 하고 아들은 어린 시절 작고 늦되다고 실망하지 말고 사춘기 역변으로 반전을 꾀해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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