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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Jul 28. 2021

디지털 시대 슬기로운 사내 SNS 생활

직장의 이해


2011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은 선수들의 트위터 사용에 대해

"What a waste of time"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문장은 원 의도와 다르게 와전되었지만 어쨌든 많은 사람들의 뇌리엔 

"SNS는 인생낭비다"로 기억되고 있으며,

운동선수 외에도 연예인들 역시 SNS로 구설수에 오를땐 이 문장은 빠지지 않고 꼭 인용된다.

셀럽 뿐 아니라 이건 직장인에게도 해당된다.

메신저 포함해서 SNS를 잘못 이용하여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했다는 사례는 여러 차례 접할 수 있다.


첫번째 케이스 

대리시절 나의 부서장이었던 부장은 그야말로 꼰대의 결정체였다.

그야말로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사람이었는데,

윗사람에게는 간도 쓸개도 다 빼줄 듯 충성을 하면서

유관부서 사람들은 하청업체 대하듯 막 대하고 (기획팀에 있다는 이유로),

본인 자녀들에겐 업무시간에도 피자를 대신 주문해줄 뿐 아니라

DSLR 카메라, 닌텐도 같은 회사 자산도 빼돌려 아이들 선물로 줄 만큼 자상한 아버지였으나,

팀원들이 자녀 입학식, 졸업식 참여로 오전반차를 쓰겠다고 하면 (심지어 월차도 아님!!)

양미간의 주름을 만드는 그런 사람이었다.


회사에서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GWP(Great Work Place)라는 설문 프로그램이 있다.

어느 해 우리부서가 GWP 점수가 꼴지로 나왔고, 부장은 인사팀 가이드에 따라

모든 팀원들과 1대1 면담을 해야 했다.

부장은 회의실이 아닌 자신의 자리에서 팀원들과 1대1 미팅을 가졌는데,

마침 내 자리는 부장 바로 앞자리여서 귀를 쫑긋 세우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들을 수 있었다.


다들 도대체 무슨 내용으로 면담을 하는지 궁금해했기에 나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PC용 사내 메신저를 통해 팀원들에게 대화 내용을 알려주었다.

GWP 점수가 왜 낮은지 불만사항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면담이었지만

다혈질이었던 부장은 면담 도중에 화를 못참고 자리에서 일어서거나 버럭질을 하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메신저로 다음 면담 순서인 동료, 안대리에게 "안비님 스스로 화났음"이라고 보냈는데

아뿔싸!! 그 메신저는 안대리가 아닌 부장에게로 간 것이다!

엔터를 치고 나서 나는 내 눈을 의심하고 이 치명적인 실수를 한 손꾸락을 확 깨물어버리고 싶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나 부장의 노트북을 창밖으로 집어던질까 커피를 쏟을까

전전긍긍했으나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면담이 길어지고 메신저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져

자동 로그아웃이 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사내 메신저는 PC용이었는데 로그아웃이 되면 확인하지 않았던 메시지는 자동삭제가 되었기에

그 데드라인인 15분이 지나기를 예수님 부처님 알라신을 다 호명하며 기도했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나를 도와주지 않았고 13분만에 부장은 본인의 컴퓨터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즈막하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김 대리, 메신저 잘못 보냈네"

그때부터 조직개편이 되고 부장과 헤어지기 전까지 3년동안 험난한 직장생활이었다.

물론 그 당시 사수였던 선배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에이 괜찮아, 난 예전에 부사장님한테도 야~ 영감님 집에 갔대라고 잘못 보냈는데

아직 살아있자나? 그정도 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웃으며 말씀해주셨지만 큰 위로는 되지 않았다.

그때 이후로 톡을 보낼때는 이름/직급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왠만한 메신저에 발신취소 기능이 있기에 위 에피소드는 라떼가 되었지만...

어쨌든 메신저는 조심 또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최근 케이스.

얼마전 회사 동료로 부터 톡을 받았는데 바로 사내에서 발생한 기혼자의 연애담이었다.

사실 사람이 여럿 모이다보면 종교모임이든 회사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동물의 왕국으로 만드는 사람은 꼭 있게 마련이다.

이때까자의 경우는 ~카더라로 구전되고 사내메신저 정도로만 퍼졌는데,

이번 건은 당사자들의 현장 직찍 사진과 더불어 프로필 사진, 실명, 부서, 직급까지

고스란히 노출시키고 그들의 행각에 대해 타임라인별로 정리하여 뉴스처럼 만들어졌다.



거의 디스패치 기자 수준만큼 너무 상세해서 알고 보면 당사자의 지인이 만든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 뉴스가 돌고 돌아 휴직한 나를 넘어 블**드를 접수하고 디시**이드 파생 사이트까지

갔으니 그야말로 당사자들의 신상은 탈탈 털린 셈이었다.

이들은 연예인도 아니고, 평범한 직장인이자 사적인 관계로 얽힌 사람들이었는데,

가십거리가 되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2차 정신적 피해를 받게 되었다.


그 뉴스를 만든 사람은 무슨 심리로 만들었을까.

사람들의 화젯거리에 오르고 싶은 영웅심? 아님 그냥 재미? (알고보면 1*회원?)

아니면 그들로 인한 또 다른 피해자?

예전이라면 원래 회식에서 술안주거리 정도로 끝났을텐데 코로나로 인해

소통의 창구가 막히다 보니 또다른 스트레스 배출처가 필요했는지?


그 배경은 정확히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그 뉴스 제작자는 명예훼손 등등의 사유로 퇴직처리되었다.

사진을 캡쳐해서 붙이고 시간대별로 사건기록을 정리하고 그저 재미로 했든

그 정성은 결국 조직에서 자신의 생명줄을 스스로 자른 셈이다.

이보다 더한 어리석음이 또 있을까.

익명의 힘을 빌려 타인을 공격하는 행위는 처단받아야 마땅하고,

그건 일반인으로서 연예인을 대상으로 할 때 뿐 아니라 조직의 소속으로써도 당연히 그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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