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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Jun 03. 2022

워킹맘의  ADHD육아 노하우

워킹맘의 이해

나는 초등 2학년 여아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육아 9년 중 아동발달센터 5년, 약물 복용 2년째 경험 중이기도 하다.

겨우 아이 한 명 키워봤고 전문가도 아니기에 노하우라는 제목을 붙이기가 민망하지만,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써보는 여러 가지 다. 이름하여 워킹맘의 ADHD 육아 멘털 관리법.


#1. 엄마가 일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냥 타고나는 것이다

아이가 보통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그 당혹감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때 드는 생각은 '뭐가 문제였을까?', '혹시 내가 일한다고 아이를 제대로 관찰하지 못하고 어린이 집에 일찍 보내서 그런 게 아닐까?' 이런 죄책감을 갖게 마련이다. 하지만 ADHD는 유전적 요인이 커서 한 마디로 후천적인 양육환경보다는 타고나는 것이 크다. 일단 그 사실을 인지하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과거를 되새기기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긴 호흡으로 생각하는 것이 낫다. 생각보다 장기전이기 때문이다.

 

#2. 주변의 피드백은 정확하다

아이가 18개월,   어린이집에 보낸 지 두 달이 되는 시점이었는데, 그때 들은 선생님의 피드백은 바로 상호작용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 말에 쉽게 납득할 수 없었는데 부모와는 소통이 잘 되었기 때문이다. 눈 맞춤이나 호명 반응에 문제가 없었고 말도 곧잘 했고 돌까지 직접 키워 애착형성에도 문제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생님이 예민하신 거나 잘못 보신 게 아닌가? 여겼다. 또한 초보 엄마의 치기로서 엄마인 나보다 더 정확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각했다. 현실을 받아들이기 고통스러워서 다른 것에서 요인을 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일하는 엄마가 되면 (또는 어린이집 종일반에 있으면) 선생님이 아이 보는 시간이 8시간이고 엄마는 2~3시간에 불과하다. 내 아이와 부대끼는 시간은 엄마보다 선생님이 더 길다. 또한 선생님은 내 아이 한 명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아이들과 함께 보고 엄마와 함께 있을 때 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생님이 하시는 말씀에 주의 깊게 들을 필요가 있다. 사실 많은 선생님들이 아이에 대해 받은 느낌을 전달하기 조심스러워해서 뱅뱅 돌려서 말하는 경향이 있다. 3~4살 적의 '표정이 없다', '도와달라고 말한다', '또래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논다', '예민하다' 이런 피드백은 '그래서 뭐가 문제지?', '엄마와 있을 때는 그렇지 않은데?', '커가면서 좋아지겠지'라고 받아들이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특징은 커가면서 점점 도 드러지고 병원을 두드리게 되는 시점에 과거를 돌이켜보면 그런 작은 피드백이 시작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정확한 진단은 병원을 찾아야 하지만 생님의 촉도 결코 틀린 것은 없었다. 작은 멘트라도 흘려듣지 말자.


#3 엄마가 먼저 상처받지 않는다

느리거나 ADHD 아이인 경우 사회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또래 집단에서 놀림을 당하거나 모둠활동이나 짝 활동에서 멤버로서 환영받지 못하거나 그룹에서 거부를 당하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 또한 수업 시간에 돌아다니거나 드러눕거나 선생님께 반말하는 등의 튀는 행동으로 초반에 찍힌 나쁜 이미지 때문에 말썽꾸러기 이미지가 꽤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 (특히 그런 소문을 내는 사람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말을 덧붙여 부풀리게 마련이다.) 놀림, 배척을 당하는 일은 빠르면 5살 무렵부터 발생한다. 내 아이가 환영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건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그 사실에 대해 엄마가 먼저 상처받아 울지 말고 초연해질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될 수도, 친구가 될 필요도 없고 어떤 친구는 나와 놀고 싶어 하지 않으니 새로운 친구를 사귀면 된다고 담담하게 알려주자. 특히 아이가 미취학이거나 초등 저학년 때는 아이의 친구는 엄마와 가족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자.   시기 솔 메이트는 친구가 아니라 가족이다.

 


#3 육아기 내내 이어지는 장기전이다

내 아이가 여느 아이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센터를 방문했을 때 했던 질문이 "1년 정도 열심히 치료하면 되지 않을까요?"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입학 전까지 열심히 달리면 되겠지, 1학년 3월에는 2학년 되면 학교 생활 다 적응하겠지, , 고학년 되면 문제없겠지...  하지만 그건 일종의 희망고문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치료 종결 기간은 매번 뒤로 밀렸고,  가장 최근 센터 상담에서 들은 이야기는 고3까지였다. 병원에서 들은 이야기도 비슷했는데 산만한 행동을 교정하는 목적이라면 초 4~5 정도면 약을 그만 먹어도 되지만, 여느 아이처럼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중고등 시절을 보내고  대학 가는 것이 목표라면 고3까지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센터는 영어 수학 학원 다니듯이 계속 가야 하고, ADHD약도 유산균, 오메가 3 수준으로 먹어야 하구나 휴... 물론 지인 중에는 5년 만에 모든 치료와 투약을 결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보통 아이들과의 갭은 여전히 존재하고 부족한 점, 아쉬운 점은 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5년 뒤, 10년 뒤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재로서는 고3까지라고 받아들인 상태이다.

 

#4 진짜 필요한 건 총알

ADHD인 아이는 방과 후 보통 아이들처럼 태권도나 피아노 학원을 다니기 힘들다. 또한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하나하나 다 가르쳐줘야 한다. 결국 아동발달센터나 아동심리를 잘 아는 선생님의 1대 1 과외, 또는 소수그룹 공부방으로 가게 된다. 어린 시절 예체능부터 1대 1이나 소수그룹으로 가려면 결국 금전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5 퇴사는 마지막 카드, 휴직을 적극 활용하자

앞에서 언급한 내용과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처음 내 아이가 남다르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퇴사를 해야 되나? 고민했다. 그동안 일하느라 챙기지 못한 부분이 많으니 내가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주고 가르쳐 주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1~2년 바짝 한다고 확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워킹맘 아이라고 정도가 더 심하고 전업맘 아이라고 약한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회사는 할 수 있는 데까지 다녀보기로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가니 어린이집 보내던 시절은 그야말로 발육아였다. 등하교부터 가방 싸기, 수업시간에 맞춰 교과서 펼치기 등 하나하나 려주고 습관을 들여야 했다. 게다가 하교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른지. 아를 도와줄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었는데 휴직을 모아두었던 게 참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론 아이가 어릴 때부터 엄마가 옆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주면 좋겠지만 아이가 미취학일 땐 최대한 총알을 모아 두고 초등 1~2학년 때 휴직을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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