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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Sep 15. 2022

꿈보다 밥이 가까워진다는 것

약 10여 년 전, 새롭게 배우기 시작한 것이 있다. 내 평생의 꿈을 실현하는 데 있어 필요한 스킬과 방법을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수업이었다. 수업료가 직장인 한 달 월급을 넘어 몇 달치 월급 수준, 대학원 한 학기 학비만큼의 고가였다. 아마 내 평생 들었던 수업 중 가장 비싼 수업이었으리라. 렇기 때문에 이 수업이 정말 필요한지 나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수없이 던졌고 큰 마음 먹을 수밖에 없었다. 수업 종료 후에 자격증이 나오는 것도 이력서 한 줄에 쓸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배우자를 설득하기도 쉽지 않았고 결국 신랑 몰래 비자금을 털어 수업에 등록했다.  비싼 수업료 덕에 나는 반드시 결과를 내리라 반드시 수업료 뽕을 뽑으리라(?) 의지를 다지고 또 다지게 되었다.

 

드디어 수업이 시작되었고 같은 기수에 10명이 있었다. 교사, 사업가, 외국계 기업 임원, 경찰, 테헤란로 아이티 기업 엔지니어 등 평소 내가 만나보지 못한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모두 함께 꿈을 이야기할 때면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도 피곤하지 않았고 마치 첫사랑 열병에 빠진 듯 늘 달뜬 상태였다.


 당시 나는 10명 중에서 평균 연령 대비  젊은 축에 속했다. 굳이 나이순으로 소팅한다면 10명 중 3, 4번째 정도? 10주의 수업 기간 동안 10명 모두 인생을 바꿀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모두가 결과를 낸 것은 아니었다.

   

우리를 가르쳤던 코치는 매주 과제를 내주었는데 초반 몇 주는 모두 성실하게 수행을 했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자 한 두 명씩 제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리고 수업이 끝나고 10명 중 절반의 사람만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첫사랑과 같은 그 열정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했다. 절반이 주어진 기한 내에 프로젝트를 완료했고, 1년이 지나갈 때 즈음 2,3명이 꾸역꾸역 마무리했다. 그리고 끝끝내 손대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좀 더 시간이 흐르자 단 한 번의 과제로 끝내는 사람도 많이 생겼다. 그때 배운 기술은 평생 기술이고 트렌드에 쉽게 바뀌지 않는 성질의 것임에도 나처럼 지속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수업료 뽕을 뽑은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또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첫 시작 나이가 많이 영향을 끼치는 듯했다. 20대 30대는 정말 결과물을 만들어냈고,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해냈다. 하지만 4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그 확률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는 내게 있어 아주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였다. 함께 시작할 때 그들의 열정은 어디로 갔는가. 중년이 되면 한 때 같은 꿈을 꾸었을지라도 관성의 법칙처럼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궁금했다. 그리고  스로 기부천사가 되어 코치 지갑만 불려준  수업료가 아깝지도 않은지 본전 생각이 나지 않는지...


그 당시 나는 결과를 만들어 냈기 때문에 중도 포기한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 역시도 마흔 중반에 접어드니 조금은 알 것 같다. 청년은 꿈이 더 가깝고 중년이란 꿈보다는 밥이 더 가까운 나이라는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될 수 있을 것 같던 청년의 시기는 배고픈 것 정도는 참을 수 있다. 현실이 비참해도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보며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체력이 받쳐주니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중년이 되니 당장 돌아오는 카드값 대금이며,  대출이자가, 점심메뉴로 무엇을 먹을까가 더 큰 고민거리이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은 반짝거리지만 이제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그 거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건사해야 할 자식이 있으니 내 꿈을 말하는 건 때로는 사치인 것 같다.  100여 년이 지나도 <달과 6펜스> 제목의 의미는 지금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물론 마흔이 넘어도 계속 꿈에 가까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마 미혼이라면...?) 하지만 보통 사람에게 꿈이란 나이의 속도만큼 멀어진다. 20대엔 시속 20km로, 30대엔 30km, 40대엔 40km... 멀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지기 전에 꿈을 실행하기 위한 한걸음을 내디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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