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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Nov 30. 2022

복직의 이유

인생의 이해

2021년 3월부터 지금까지 2년 가까이 휴직을 하고 있다.

1년의 육아휴직과 1년의 자기 계발 휴직을 합쳐 2년이 되었는데 한마디로 영혼까지 끌어모은 셈이다.

이제 복직까지 3개월 남은 시점이 되자 주변의 사람들이 휴직 생활은 어땠는지, 

복직이 하고 싶은지 물어본다.

나 역시도 휴직 기간이 늘어나면서 다시 회사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까? 

궁금했는데, 이제는 확실히 안다.

나. 는. 회. 사. 형. 인. 간. 이. 고. 

나. 는 회. 사. 에. 가. 고. 싶. 다.


내가 회사형 인간이라고 생각하게 된 근거는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찾았다.


1. 집안일을 진짜 못한다.

결혼 전 꽤 오랜 기간 자취를 해서 요리며 가사를 능숙하게 잘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혼자 자취할 때의 집안일과 결혼 후, 또 육아를 할 때의 집안일은 스케일 자체가 다르다.

나 역시도 출산 후 첫 번째 육아휴직 기간에는 애 키우며 모든 집안일을 직접 다 했었다.

하지만 복직 후 회사일에 매진하고 청소도우미를 쓰면서 그때 쌓인 살림 노하우는 0으로 리셋되었고

5년 만에 다시 하는 살림은 내 집이지만 무척 낯설고 고되었다.

게다가 초등 육아까지 겹치니 체력 소모가 보통이 아니어서 

오후에 낮잠을 자지 않으면 저녁 8시만 되어도 피로가 몰려왔다.

그렇게 하루 종일 바삐 움직여도 집안이 그리 깨끗하지 않고 

식탁 위에 먹을 반찬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찾아오는 현타.

이때껏 회사일을 잘한다고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집안일은 진짜 못하는 거구나.

요령도 없고 기술도 없고 체력도 받쳐주지 않는 나는 살림 꽝.

더 못하는 집안일을 하느니 조금 덜 못하는 회사일을 더 하자.


2. 집안일은 아무리 해도 보람이 없다

신랑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 집이라는 안정감, 집을 예쁘게 꾸몄을 때의 행복감, 내가 한 요리를 맛있게 먹는 식구를 볼 때 기쁨과 보람이 없느냐고. 신랑이 말한 게 내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내 집이니까 쓸고 닦고 신경 쓰느라 더 피로하고 깨끗하게 치웠다 한들 금방 

어질러지는 집안을 보면 허무하고,

아침 먹으며 점심 메뉴, 점심 먹으며 저녁 메뉴 걱정이 먼저 앞섰다.

아무리 집안일을 많이 해도 하루를 열심히 살았다는 충만감은 오지 않았다.

오히려 일하느라 책 한 페이지 읽지 못하고 글 한 줄 쓰지 못한 허무함이 더 컸다.

집에 있으면 나만의 시간이 많을 것 같지만 컴퓨터 앞에서 잠깐이라도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은 회사 다닐 때 쪼개 쓰는 시간이 더 유용하다는 것. 


회사에서 하는 프로젝트는 제 아무리 하루아침에 드롭이 된다 한들, 

내가 만든 보고서를 발표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폐기된다 한들,

상사가 제 아무리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꼬투리를 잡고 들들 볶는다 한들,

내가 투입한 시간과 노력, 그때 받은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급여라는 보상이 있다.


하지만 집안일에 대해서는 명확한 성과와 보상이 없다는 게 때로는 허무하다.

기껏해야 가족들의 피드백인데 그 역시도 맛있다, 고맙다는 반응보단

그 외의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지 않은가. 그것 역시 힘 빠지게 한다.


3. 아이의 성장과 성취는 나의 성취가 아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재수 없음 주의)

지금 와서 나의 성장과정을 돌이켜보면 

정말 순탄하게 엄친딸로 자라왔다.

유치원 때 대표로 졸업식 송사, 

초등학교 글짓기 대회에서 늘 반대표 학교 대표로 출전,

중학교 첫 시험에 전교권, 

고등학교 때 선생님 추천으로 반장 및 외부 장학생으로 선발,

재수 없이 국립대 입학, 등록금도 저렴한데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로 충당, 

그리고 아르바이트

졸업하자마자 취업하면서 부모가 남긴 

대출도 갚음,

결혼자금 스스로 마련해서 결혼. 

워킹맘으로 아직 회사에 발 걸치고 있음.


아마 나 같은 딸을 키운다면 자식의 성취를 부모의 보람이자 기쁨으로 동일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아이는 나와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르기에 내가 걸었던 길을 걸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특히나 ADHD인 아이를 키우며 그저 남들처럼 학교만 잘 다녀줘도 감사할 만큼 기준을 낮춰 잡았기 때문에 

나의 인생과 아이의 인생은 일치하지 않고 아이의 인생을 존중하기로 일찌감치 마음먹은 바이다.




물론 임시 전업주부로 집에 있으면서 좋은 점도 많다.

피곤할 때 따사로운 햇볕 받으며 낮잠 자기, 지인들과 또는 홀로 즐기는 낮 타임 브런치와 공연,

방학, 코로나 확진, 학원 스케줄 변동 등 

어떤 상황이 닥쳐도 발 동동 구르지 않는 여유.

휴직으로 얻어진 잠깐의 이 혜택이 너무도 감사하지만 

여전히 그런 내 모습이 어색하고 이곳은 내 자리가 아닌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분, 초 단위로 시간 체크하며 뛰어다니고 

새벽 별 보고 출근하며 아이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을 가지면서, 그 와중에 또 

시간 쪼개 자격증 시험 준비하고,

전화가 올 때면 아이 빨리 데려가라고 할까 봐 가슴이 덜컥하고,

가끔씩 나는 전생에 소였나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야 하나 신세 한탄을 하더라도

그것이 진정한 나이며, 나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 마음이 간사하기에 다시 회사를 다니면서 여러 감정이 들겠지만

지금 이 마음을 기억하기 위해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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