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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Apr 08. 2023

일머리를 키우자

직장의 이해

우리는 흔히 공부머리, 일머리가 다르다는 말을 하는데, 사회생활의 요령 없음을 말할 때 일머리가 없다고 한다. 그럼 도대체 어떤 상황이 일머리가 있고, 없는 것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때로는 업무적으로 일을 잘 처리하거나 성과를 내는 것과 상관없는 일에도 일머리라는 어를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억나는 몇 가지 에피소드를 준비해 보았다. 일머리 없는 사례 전격 공개!! 두둥!!


사례 1. 방문객 데려오기

회사마다 보안 수준은 모두 다를 것이다.  외부인이 사무실 안까지  아무 절차 없이 들어올 수 있는 곳도 있고, 전에 방문신청을 해야 건물에 들어올 수 있는 곳도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거래를 해오던 업체라도 방문을 하려면 사전 방문 신청을 하고 부서원 중 한 명이 건물 입구까지 데리러 가서 보안요원에게 확인을 해줘야 들어올 수 있었다. 아무래도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라 방문객을 데려오는 일은 자동적으로 신입사원이나 부서의 막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어느 날은 내가 방문객을 데려오는 일을 맡게 되었다. 과장님은 건물 앞에 업체 인력 5명이 있으니 보안요원의 확인을 받고 회의실로 안내해 주라고 하셨다. 나에게 딱히 전화번호나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기에 내가 아는 방문객의 정보란 그저 5명인 것 밖에 모르는 상태였다. 일단 건물 입구로 갔지만 업체 인려처럼 보이는 5명의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기다려도 사람이 나타날 낌새가 보이지 않아 다시 자리로 돌아와서 내가 하던 일을 마저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게 주어진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다.

1시간쯤 지났을까, 업체 사람을 데리러 오라고 지시하셨던 과장님이 업체 사람들이 여전히 못 들어오고 있다며 나를 불러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 말씀하셔서 건물 입구로 나갔고 10분을 기다렸는데 보이지 않아 자리로 돌아왔다고 말이다. 그랬더니 일을 지시하신 과장님이 만나지 못했으면 바로 알려줘야지 가만히 있으면 어떡하냐고 지적하셨다. 신입의 실수라 생각하셨는지 크게 혼내지는 않으셨다. 다만 5명이 나를 기다리는데 보낸  1시간은 5시간의 낭비라고 한번 더 강조하셨다. 그렇다. 나는 그 상황을 보고하는 것을 놓친 것이다. 업체 사람을 안내하여 데려왔으면 데려왔다고, 만나지 못했으면 문제가 생겼다고 지시했던 과장님께 알렸어야 했다. 내게 주어진 역할을 다 했다고 일을 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일이 제대로 결과를 맺도록 책임지는 것까지가 나의 일이었음을 몰랐던 것이다.


사례 2. 부고 문자 받고 혼자 문상 다녀오기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에게 경조사가 발생하면 해당 이벤트를 알리는 소식을 듣게 된다. 동료 중 누군가 결혼을 하게 되면 결혼식은 예정된 일이라 메일로 공지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주말에 갑자기 가족 중 누군가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르는 경우 부서원들에게 문자로 알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3일장으로 짧게 의식을 치르다 보니 주말을 넘기고 다음 주 월요일에 공지를 하면 이미 장례식이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음은 박사학위 소지자로 경력직으로 입사한 동료의 사례이다. 나이는 30대 중반이고 직급은 과장이지만 실질적인 사회생활은 이제 1년 차인 K는 회사동료 부모님의 부고 소식을 문자로 받게 되었다.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고 문자를 보낸 사람도 상을 당한 사람도 누군지 모르는 상태였다. 게다가 장례식장이 먼 지방에 있었다. K는 누군지 잘 모르지만 어쨌든 회사에서 보낸 문자이니 반드시 참석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가까운 동료나 선배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않고 홀로 5시간을 운전하여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그리고 다음 월요일 출근한 K는 같은 부서 사람 중에 조문을 다녀온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본인 혼자 방문했음을 알게 되었다. 도리어 동료들이 K에게 같은 부서도 아니고 협업하는 동료의 일도 아닌데 왜 다녀왔냐고 되물었다. 보통의 경우 주말에 사사람의 초상이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으면 특히 조부모상의 경우 서로 연락해서 누구와 함께 갈 것인지, 언제 어떻게 갈 것인지, 모두 함께 갈 것인지 부서 대표로 몇 명만 갈 것인지 의논해서 정하기 때문이다. K는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을 위해 주말 하루 나절의 시간과 조의금을  썼고 그 피로로 다음날 업무에도 영향을 받았다. 공부를 오래 했다고 일머리가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닌 셈이다.


일머리라는 것이 상황에 딱 맞는 법칙도 매뉴얼도 없는 어려운 문제이다. 하지만 위 상황의 공통점은 내게 연락온 일이라고 무조건 다 할 필요도 없고 무조건 손 떼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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