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 들은 업무목표 작성의 중요성
직장의 이해
또다시 돌아온 업무목표 수립 기간이다. 직장생활을 하며 뼈를 깎는 창작의 고통이 따르는 일이 몇 가지 있는데, 업무목표 수립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비효율적인 업무는 왜 없어지지도 않을까. 어차피 무슨 일을 하는지는 빤하고 고과는 윗사람이 정해놓은 '답정너' 아닌가. 그야말로 프로세스를 위한 프로세스, 보여주기식의 작업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이걸 잘 쓴다고 평가가 달라지는 것도 아닐 텐데. 특히나 개발자였던 신입사원 시절에는 선배들도 "이거 별로 중요하지 않아. 대충 써."라고 말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매년 입력하는 업무목표가 과연 중요하지 않을까.
이제 친구, 지인들도 하나둘씩 팀장의 자리에 오르다 보니 회사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주제가 조금씩 달라진다. 우리가 주니어 시절에는 말도 안 되는 업무 지시를 내리는 부장을 씹는 거였지만 지금의 화제는 주니어 시절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아는 회사생활의 이치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게 된다. 어느 날 팀장인 한 친구가 업무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업무목표 잘 쓴 후배한테 좋은 고과를 주게 된다고.
팀원이 10명 미만일 때는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무슨 성과를 내는지 잘 알지만 10명이 넘어가면 눈에 딱 띄는 몇 명 빼고는 금방 안 떠올라 한참을 생각해야 된다고 했다. 생각이 잘 나지 않으니 예전에 입력했던 업무목표를 참고하게 되는데, 이걸 대충 써놓은 사람과 상세히 써 둔 사람 중에 후자를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특출한 사람 한 두 명, 정말 일 안 하고 뺀질거리는 사람 한 두 명 빼고는 팀원 대부분 고만고만한 실력과 성과를 보이며 학교 시험처럼 객관적인 수치로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사소한 것들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팀장 친구는 업체 끼고 일하면서 자기가 일 다 한 듯 떠벌리는 사람이 묵묵하게 자기 일하는 사람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 미스터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는데 이것 역시 비슷한 이유로 설명했다. 조직의 생리는 과정보다 결과 중심으로 평가를 할 수밖에 없기에 일을 열심히 하지만 포장을 잘 못하는 사람보다는 분명히 (업체를 끼고 일해서) 자기가 한 일은 별로 없어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사람에게 손이 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포장도 능력이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회사에서의 평가는 학교 시험 성적처럼 점수가 딱 떨어지는 절대평가 아니기 때문에 사소한 것에서 차이가 나기도 한다. 혹시 이때까지 업무목표를 형식적인 것이라고 대충 써왔다면 조금이라도 정성을 기울여보자. 약간의 정성이 차이점을 가져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