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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Jul 03. 2023

가족의 의미

인생의 이해

유튜브를 보다가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본 영상이 있다. <외국인들이 바라본 한국의 독특한 점>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국말이 능숙한 여러 게스트가 출연했고 그중 한국살이 19년 차, 귀화 10년 차인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방송인이자 유튜버인 구잘도 나왔다.

연예인급 수려한 외모와 능숙한 한국어로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유명했던 구잘. 그녀는 대학생 때 친구와 함께 한국에 왔다가 한국에서 살려면 귀화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귀화를 결심했다고 했다. 그 말을 하자 한국인들만 이렇게 질문을 했다. "부모님은 뭐라고 하셨어?"


부모님이 뭐라고 하셨어의 의미가 부모님이 허락하셨냐는 뜻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이에 구잘은 부모님은 너의 결정을 존중하며 응원해 주셨다고 했다. 리나라 같으면 어땠을까?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상상되었다. 귀화 생각을 했을지라도 최종결론을 내리기 전에 당연히 부모님께 여쭤보고 허락을 받는 절차가 있었을 것이다. "이 지지배야, 외국에 나가더니 머리에 바람 들었어? 너 엄마 쓰러지는 꼴 보고 싶니? 당장 한국으로 돌아와!"라는 야단을 듣거나 "우리 차분하게 생각해 보자. 이건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잖니?"라는 회유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인생에서 어떤 큰 결정을 내릴 때 부모님을 빼놓고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대학 입시 때 전공을 선택하는 것도, 결혼을 할 때 택일과 예식장을 선택하는 것도 부모님의 의사가 큰 영향을 끼친다. 한국에서 부모 의견을 묻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는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전혀 받지 않을 때 또는 부모가 완전히 연로하여 더 이상 논의할 대상이 아닐 때가 아닌가 한다.


양가 부모님이 연로하시다 보니 영화를 봐도 주인공이 치매에 걸렸거나 실버타운이 나오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꽤 오래전 신랑과 함께 <어웨이프롬 허>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여주인공이 알츠하이머를 앓게 되자 스스로 요양원에 가기를 선택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영화인데, 신랑이 이 영화를 보고 이런 말을 했다. "저 영화에서 자식들은 한 번도 안 나오네" 그렇다. 한국의 상황이라면 요양원으로 모시는 게 나은지 자녀들이 의논했을 것이고, 자식들이 때에 맞춰 방문하는 장면, 요양사에게 잘 부탁드린다며 작은 선물을 건네는 장면이 반드시 있었을 것이다. 지만 이 영화에서는 자녀는 배경으로조차 등장하지 않은 것 같다. 이 영화뿐 아니라 로맨스의 고전이라 불리는 <노트북>에서도 할아버지가 지극정성으로 치매로 기억이 깜빡깜빡하는 할머니를 찾아가 편지와 일기를 읽어주지만 자녀들은 등장하지 않은 것 같다. 치매 노인을 돌보는 일도 오로지 부부만의 일이자 책임이다.


동서양 문화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의 일상생활도 언젠가 외국처럼 바뀌지 않을까 싶다. 성인이 되도록 키웠으면 자녀의 앞길은 어떤 선택을 하든 응원해 주고 노후도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 이 모습이 자연스러워질 때 나 혼자 섭섭해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는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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